도토리 시인

 

서수찬



도토리 시인




예술가인 양 늘 모자만 쓰고 다닌다고

겉모양 든 시인이라고

욕하지 마세요


옆에다가

늘 막걸리를 끼고 산다고

술주정뱅이 시인이라고

수군대지 마세요


세상에는

밀가루 묵에 아예

우리 이름을 도용하는 사람도 많고요

우리의 시를 표절해서

돈 버는 사람도 수두룩하더라고요


도토리 키 재기라고

외면하는

아주 조그만 삶이라도 찾아가서

이 가을에는 온몸 가루가 되어

꼼꼼히 노래할래요


우리 시는 혀로 읽으면

아주 제 맛이 나지요.





언젠가 아빠가 내 꿈을 물어봐서

나는 커서 아빠의

우렁각시가 되는 거라고 크게

말한 적이 있다

아빠는 우리 딸의 꿈이

집을 잃어버리지 않고 돌아오는 힘이라고

말했다 먼 바다에 나갈 때

배 한 쪽에다 집을 잃어버리지 않게

내 꿈 한 쪽을 묶어서 걸어 둔다고 했다

꿈이 풀려서 팽팽하게 당길 때까지만

나갔다가 꿈을 잡고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아빠를 위해서 나도 내 꿈을 바꾼 적이 없다

될 수 있는 대로 왜소하게 두었다.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