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밤과 음악

 

윤성택



당신의 밤과 음악*




이어폰을 나눠 끼듯 갈라진 나뭇가지 사이

단풍나무를 돌아보고는 하였다

시들도록 서럽게 물들어 가는 잎잎이

환한 창마다 문자처럼 찍혀 있었다

계절을 탕진하고 더 이상 매달 것도 없는

그런 밤은 더욱 어두워서 외로웠으나

몇 굽이 넘어가면 잊어 간다는 것도

다만 아득해지는 그믐 속이었다

바라볼 때마다 낯설어지는 내면은

때때로 다른 기류로 이어지고

우리는 조금씩 다른 표정의 날이 많았다

손에 쥔 것을 끝내 놓아 주는 나무 아래

아무 말 없이 흩어지는 앙상한 길들,

막다른 겨울이 되어서야 무리를 이루었다

그 저녁에 고정된 나무들을 무어라 해야 할까

하늘이 흐리면 마음은 멀리까지 기압골을 그렸다



* KBS 1FM 프로그램




비망록




시간을 겹겹 접으니 견고하게 뚫립니다

생생한 과거를 이제 펼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의 과거에 이르는 속성은

당신에 의해 결정된 것이니 내 청춘은 고백에 가깝습니다

이 불안하고 어리숙한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것은

무모한 기대일지 모릅니다

그래서 많은 것이 사라졌다고 이해하겠습니다

한때의 결의도 사랑도

헌책에서 뜯겨져 나간 속지 같을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이곳의 공기에게 예감은 선물입니다

시간과 공간이 사라진 기억이란

운명을 은유하면서 일생을 떠돌게 마련이니까요

태연한 그 여백을 오늘이라고 적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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