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든 여자 外 1편

노창선

 

 

빵을 든 여자

 

 

 

날마다

해설피 버스 정류장

그늘에 서서, 까딱까딱

손목을 흔드는 여자

 

하얗게 들떠 오른 살을 배경으로

점점 부풀어 오르는 소담스런 빵 한 덩어리

휴대폰 고리에 힘겹게 매달려

솔솔 향기로운 버터와 설탕과 계란과

하얀 밀가루, 혹은 향기로운 눈물의 반죽

그 원초적 냄새 진하게 풍기며

 

여자는 오늘도

가녀린 그늘 뒤에 숨어

퇴근길 많은 사람들

허기를 일깨워 준다

 

아주 말랑말랑 익혀졌을 그 빵을 상상하며

사람들, 주린 배의 코를 벌렁거리며

힐끔힐끔 여자를 훔쳐보면서

흐릿한 불빛 아래 아내의 저녁 식탁을 떠올리며

기다리는 버스는 오지 않고 어느덧

빵은 굳어져, 딱딱하게 플라스틱처럼

도저히 물어뜯을 수 없는 저 빵!

 

 

 

여름 속의 봄

 

 

 

칠월의 회화가 된

액자 속 여름 들판

오래된 문 활짝 열어

 

까칠해진 풀무덤 위

베어 내고 또 베어 낸 밑동

그 아래 뿌리의 힘 받아

새로 일어서는 풀들 본다

 

불의 기운

화마의 혓바닥처럼 연신

천지에 날름거려도

뾰족한 새살이 뻣뻣하게 돋아

 

환생의 흰 새 한 마리

저 검은 산을

힘겹게 넘어가고

작렬하는 여름의 뜰에서

 

타오르는 봄의 내공

봄의 환희

꽃 피고 새 울고, 푸른 잎

다시 피어난다  《문장웹진 8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