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공동체

 

박진성

 

 

 

 

기다란 책장으로 집을 지었지

 

우리 살던 작은 집에

담장도 없이 지붕도 없이

나무만 있던 살림살이.

 

가난하지만 가난하지 않은

나무의 계절들을 지나서

우리는 책을 나눠 가졌지

 

바람에 그었던 밑줄들아

구름을 잡아 놓던 동그라미들아

내 책에 묻은 너의 지문들아

 

             내가 꽂아 놓은 꽃잎은 네가 간직할게

 

                             나눌 수 없는 가난은 새들이 먹을게

 

내 손가락이 접은 위쪽 모서리

네 손가락이 접은 아래쪽 모서리

 

같은 페이지 겨누고 있는 모서리를

오래 치어다본다

어떤 시에 너는 모서리를 접고 있는지

 

나무를, 시를 느끼는 감각기관은

내 몸에도 네 몸에도 없지

 

먼 데서 나는 고개를 구부려

네 시집을 들여다본다

 

《문장웹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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