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 형과 치마저고리

 

장철문



만수 형과 치마저고리




만수 형이 개울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흰 치마저고리를 나풀거리는

아가씨가

개울 건너에서 손가락질을 했다


은근슬쩍 마음에 회가 돌아서

수작을 걸어보았지만,

대답이 없었다

대꾸 없이 자꾸 손가락질만 했다


나라고 못할 줄 알고!


만수 형도 똑같이 그 짓을 하기 시작했다

누가 이기나 보자,

온종일 버티고 서서 끝까지 했다


해가 뉘엿뉘엿 슬쩍 본전 생각이 나서

한눈을 팔았다

바람 살랑!

눈에 들어온 것은

뜻밖에 개울 건너 미루나무였다


지나간 장마에 밑동이 넘어간

미루나무 등걸이었다

비닐 뒤집어쓴 마른 뿌리였다


만수 형은 그대로 그 자리에 나자빠져

혼절하고 말았다

날이 까무룩 저물어서야

돌부리나 차며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왔다




경칩과 청명 사이




콘크리트 보도 위에 알갱이들이 밟혀

부서지고 있다

야박한 구둣발들이

무던히 으깨고 지나갔다

누가 무화과포를 흘렸는가 했더니,

메마른 은행나무 가지가

겨우내 움켜쥔 과실들을 내려놓은 것이다

목련 가지가 켜켜이 비끄러맨 빗장을 열어

흰 꽃봉을 내어밀듯이

꽃소식이 부고를 밟고 오듯이

메마른 가지가

신생을 움켜쥐기 위하여

움켜쥔 손을 햇살에 풀어 비워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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