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식사 外

 

이정민




무서운 식사



새싹비빔밥을 먹는다

무공해 건강 메뉴

웰빙에 물든 공룡처럼

빨강 노란 꽃장식도 씹어 먹는다


여리고 고운 것들은

뭐든지 비벼 먹자

달콤 새큼 비릿한 핏빛

고추장에 썩썩 비벼서

단숨에 먹어 치우자


내 배는 공룡의 배

끝없는 허기가 나를 키우고

끝도 없는 허기가 나를 삼킨다


먹다 지쳐 잠이 들면 종말이 오리니*

다 삼켜 버린 입

어두컴컴한 구멍만 남아

묵묵히 전하리라

미친 허기에 휘둘려

자신을 먹어 치운

가련한 종족의 최후


* 개그맨 김현숙의 개그에서 인용




심벌즈 주자



교향악단 맨 뒷줄 구석진 자리

양손에 광나는 쟁반을 들고

벌 받는 웨이터처럼 서 있던 그가

일렁이는 선율에도 꼼짝 않던 그가

마침내 징벌의 시간이 끝났다는 듯

커다란 무지개 그리며 칭

쟁반을 부딪는 순간

등 뒤

깜깜한 허방으로 떨어졌는데


그가 다시 맨 뒤쪽 구석진 곳

제일 높은 그의 자리로 기어 올라가

들끓는 선율 너머

더 높은 허공으로 창 창 

찬란한 쌍무지개 던져버린 후에야

굴욕의 교향곡

고독한 연주는 끝이 났는데

꿈틀거리는 웃음의 고통을 삼킨 사람들

악어처럼 찔끔 눈물까지 흘렸는데


도대체 그는

멀고도 드높은 그의 자리로

어떻게 기어 올라갔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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