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무 아래 사흘을 머물지 않는다

이흔복

 

한 나무 아래 사흘을 머물지 않는다

 

 

 

여기 내가 있다

나무들 낙엽 지니

바람 일어 서늘하다

그 나무들 야물고 단단하다

 

해는 갔다 해는 오고

잠이 들 둥 말 둥 몽매간에

어허 이상도 해라

한 번도 본 적 없는

난새 봉새[鸞鳳]를 보았다

 

난새는 부지런 부지런히

먼 길을 가고

봉새는 천 리를 쉬지 않고 날아도

오동이 아니면 깃을 쉬지 않는단다

 

어디 내가 있느냐?

제행무상(諸行無常)이라 했다

제행은 만물이 아닐 터

물(物)이 고정되어 있으므로 행이며

그 행으로써 무상한 것

무엇이 있고 다시 무엇이 있으리

 

내가 무엇하러 났느냐?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떠날 것인가?

 

 

 

날 두고 내가 떠나가면 떠나 버리면

 

 

 

산 뒤에 또 산 그 뒤에 또 산마루, 산마루의 어우름이나 두드러진 곳에는 나는야 숨어서 우는구나, 울고 있구나. 소나무 높은 곳에는 의당 학이 머물고 바람이 불어오고 또 가리라.

 

별까지 걸어가는 꿈이 꾸는 꿈속의 길을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알고 있다. 내 몸을 움직여서 갈 수 없는 강릉 등명락가사(燈明洛伽寺)의 고욤나무는 그 어리숭하게만 생긴 둥근 맛의 열매를 맺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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