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인수
눈빛
― 공책
한 소년이 붉은 벽돌 담장에 기대어 땅바닥에 앉아 있다.
해바라기 중엔 베낄 것이, 그려 넣을 것이 마음에 더 잘 보인다.
가느다란 나무 지팡이가 여윈 몸에 하얗게 구불텅 길게 걸쳐져, 어린 소경이 지금 세세히 매만져 머금는 길이다.
외나무다리 내 하나 건너, 고개 둘 넘는 길목마다 아득한 꽃향기에 피어나는 이마가 희다.
근심을 말려 공책으로 쓰는 거다.
자갈 물소리 잎새 새소리, 속눈썹 움직여 또 적고 있다.
하늘타리
“날 잡지 마라, 잡지 마라.”
미역 널다가도 저 파도소리에 실려 한참씩 넋을 놓곤 했다.
섬에서 보낸 일평생,
이제는 다만 지팡이 끝에 매달린 채
안 떨어진다. 기타,
아무 것도 모르고 숨차다. 파도소리는 여전히
다른 말 할 줄 모른다.
“날 놓지 마라, 놓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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