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작가야

 

[새 문장에 바란다]

 

네가 작가야

 

피터

(가수, 밴드 ‘기타쿠스’ 리더, 독립문화잡지 《싱클레어》 편집장)

 

 

 

 

 

   얼마 전 한 중학교에서 본인의 직업을 예술영역에서 찾아가고 싶어 한다는 학생들에게 ‘직업으로서의 예술가’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100여 명의 중학생들을 앞에 두고 보니 나도 모르게 뭔가 어른스런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은 유혹에 빠져들었지만 그래도 되도록 스스로 믿고 있는 이야기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생각보다 녀석들이 무척 진지하게 듣고 있어서.

   처음에는 예술영역 중에서 학생들이 관심 있어 하는 분야의 비중을 알아보기 위해 자신의 관심사에 손을 들게 했다.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포스팅 하는 것,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는 것,춤을 추는 것, 그림을 그리는 것, 영상을 만드는 작업 등을 예로 들었는데 역시나 춤을 추는 쪽에 관심을 갖는 학생이 꽤 많았고, 다른 분야에도 10여 명씩 골고루 퍼져 있었다. 그런데 내 예상이 전혀 맞지 않았던 것은 글을 쓰는 일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한 명도.

   이야기와 노래가 끝나고 이 모임을 개최하신 국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내가 느낀 의아함이 그저 특수한 경우는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분은 요즘 학생들은 글쓰기에 별로 관심이 없고, 소설가나 시인과 같은 글을 쓰는 예술가에 대한 꿈을 키우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고 말씀하셨다. 오히려 그 길을 두려워한다고. 그런 이야기들과 글을 잘 쓰는 음악가, 과학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그분과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길게 나누었던 것 같다.

   집에 돌아오는 길에 계속 의문스러웠다. 요즘 개인 매체가 창궐하는데 글쓰기처럼 익숙한 일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오히려 글쟁이가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별로 없다니. 핸드폰 메시지, 댓글, SNS, 심지어 게임을 하면서도 채팅을 하는데. 엄청난 분량의 글쓰기를 하고 문자를 읽어대는 세대임에도 글쓰기를 어렵게 생각하는 어린 학생들이 많다니.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한참 고민해 봤더니 자연스럽게 낳는 글은 ‘작가의 글’이 아니고 뭔가 진지하게 시험을 치르듯 쓰는 글이 ‘작가의 글’이자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너희들은 글을 쏟아내고 있단다. 그게 작가야.”라는 말을 해주지 못하고 온 게 안타까웠다. 어찌 보면 이제는 ‘작가’라는 직업의 새로운 네이밍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과정 중에 있는 사람들까지 포함될 수 있는 조금 범위가 넓고 진입장벽이 낮은 단어.

   〈문장〉 웹진이 해온 역할은 작가, 그리고 글쓰기라는 영역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 아니었나, 라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새롭게 열리는 그곳은 또 한 걸음 본인들이 작가가 되기 위한 훈련을 받고 있으면서도 작가가 되는 길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름으로 다가가는 징검다리가 되지 않을까.

 

   《문장웹진 12월호》

 

 

 

 

 

   지금 ‘사이버문학광장(www.munjang.or.kr)’은 홈페이지 개편 작업이 한창 진행입니다. (2013. 1. 10 오픈 예정)

   본 내용은 새 '사이버문학광장'에 대한 다양한 기대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올 12월과 내년 1월 두 달에 걸쳐, 각 분야 다양한 필자의 글이 릴레이로 연재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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