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을 부탁해

 

[한국문학에 바란다!]

 

한국문학을 부탁해*

―한국문학을 위한 네 개의 시선

 

강미영

(민음사 편집자)

 

 

 

 

   1. 아무도 모른다

 

   『스티브 잡스』가 종합 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내준 지 4개월째다.

 

   너는 〈해를 품은 달〉의 김수현이 흘린 눈물과 한 여인을 향한 애끓는 연심에 마음 아파하며 책을 샀다. 〈도가니〉의 공유와 함께 분노했고, 〈완득이〉의 유아인을 보곤 실컷 웃었다. 그리고 또 동명의 책을 한 권쯤 샀다. 제목에 반해 『아프니까 청춘이다』의 대열에 들어섰고, 내심 『정의란 무엇인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곧 책꽂이 어딘가에 방목하기로 마음먹었다. 너는 고인의 명복을 빌며 『스티브 잡스』를 절반쯤 읽었고, 〈나꼼수〉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다 『닥치고 정치』를 샀다. 그랬다, 너는. 종합 베스트셀러 10위권 밖에 어떤 책이 있는지 알지 못했으며, 물론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베스트셀러 작가의 이름만 오롯이 기억하는 너로 인해 그 작가들의 다음 책이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자연스레 안착하는 일들이 거듭되곤 했다.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그럴 것이고.

   그러나 너는 모른다.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조너선 사프란 포어의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 주었던 감동보다 더 많은 것을 담아낸 김연수의 『원더보이』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을 연상케 하는 김혜나의 『제리』를. 그리고 초판 2,000부 소화하기에도 여전히 벅찬,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자랑스럽기만 한 이 땅의 수많은 우리의 작가들을.

   너는, 아는가?

 

 

  2. 미안하다, 아직은 힘없는 평론가다

 

  이번 심사에서도 그는 다수의 여론에 제 소중한 한 표를 던지고 말았다. 결국 또 한 번 상을 주었다. 이미 수차례 문학상을 받았던 작가에게 말이다. “중요한 건 욕먹을 일 없는 선택, 검증된 작가여야 한다는 것일세.” 여기저기서 암묵적인 동의가 널리 퍼져 나갔다. 새로 제정된 문학상이라면 더더구나 이와 같은 도식을 피해 갈 수 없을 터. 상에 권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대중에게 널리 알릴 수도 있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었다. 설령 이번 작품의 수준이 다소 떨어진다 할지라도, 상이란 때로는 공로상의 성격을 지닐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순번제로 돌리는 것도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그는 다음에는 한번 소신껏 밀어 보겠노라 굳은 결의를 다지기도 했지만, 심사위원 자리에 계속 머물고픈 마음이 불쑥 고개를 내밀었다. 언제나 누군가는 지나치게 실험적이었으며, 또한 누군가는 지나치게 안정적이었다. 뭔 뜻인지 도통 알아먹기 힘든 내면의 소리들을 한껏 나열하는 작가들도 더러 있었고. 그가 그들의 지난한 작업에 우호적인 지지를 보내 왔음은 물론이다.

   단행본 해설이나 추천사를 쓸 때면 작가와 출판사 입장을 십분 고려해야 했으며, 가끔은 팔릴 만한 작품인지 아닌지 자가 진단에 깊숙이 빠져든 자신과, 기자들이나 출판사의 눈치를 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했다. 굳이 적을 만들 이유는 없었다. 머릿속은 언제나 바쁘게 돌아갔다. 신인 평론가 시절이나,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힌 지금이나 그는 타인의 이야기에 진심으로 귀를 기울였다. 수도권 대학에 자리를 잡으면 조금쯤 나아질까 싶었지만,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았다. 중도우파가 정치판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그는 생각하며 힘없는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었다.

 

 

   3. 나, 새 책 들고 또 왔네

 

   당신은 쓴다. 팔리지 않을 시를, 소설을. 마음 한편으로는 당신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는 대다수 독자와 평론가의 난독증을 비웃으며, 그렇게 쓰고 또 쓴다. 때로는 당신의 원고가 아예 거절을 당하거나 편집부 한구석에서 몇 년째 방치될 수도 있을 테지만, 앞으로도 당신은 계속 쓸 것이다. 그것이 당신에게 주어진 소명이기에.

   어느 날 당신은 내게 물었다.

   “신간들은 좀 나가?”

   “다 알면서, 선수끼리 뭘 그런 걸 묻고 그래?”

   “죽은 잡스 형님이 한국 작가 여럿 먹여 살리시는구먼.”

   그러면서 당신은 조금쯤 웃었던가.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당신은 당신을 파괴할 권리가 있으므로, 이토록 위험한 독서에 끊임없이 빠져드는, 이 땅의 무수한 유령작가들을,

   나는 사랑한다.

 

 

   4. 또 다른 눈

 

   나는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심재천의 『나의 토익 만점 수기』를 열광하며 읽었다. 그러곤 올해 ‘오늘의 작가상’에도 이런 작품이 응모되면 얼마나 좋을까 마냥 부러워했다. 당신은 왜 좀 더 재미있게 글을 쓰지 않는가.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이란 곧 재미임을 당신은 모른다. 쓰고 싶은 것을 모조리 쏟아내는 것, 그것이 가장 선하고 옳은 것일까. 애정 어린 비평을 귀담아듣는 것을, 당신은 왜 비겁한 타협인 양 몰아가는가. 나의 물음은 이번에도 입 밖으로 소리가 되어 나오지 못한다. 어쩌면 저마다 추구하는 재미의 의미가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오늘도 당신과 편집회의를 하며 이러쿵저러쿵 난도질을 해댄다. 하지만 책 한두 권만 내고 나면 작품에 대한 조언 따위, 씨알도 먹히지 않으리란 것쯤은 나도 잘 알고 있다. 당신은 당신의 길을 그렇게 걸어갈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되는 하나의 우주. 그리고 나는 당신이란 무수한 우주들을 떠받치고 살아야 하는 이 땅의 편집자.

 

  그리하여 에필로그. 너는 읽는다. 생각한다. 싫어하고 또 좋아한다. 웃음을 짓거나 가끔씩 눈물 흘리기도 한다. 너를, 그를, 당신을, 나는, 사랑한다. 그리고 그러한 까닭에 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문학을, 한국문학을 부탁해―

 

 

 

  * 이 글은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의 시점 구성과 장 제목 등을 패러디하여 쓴 것이다.

 

《문장웹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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