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덩이 외 1편

 

  《문장웹진》이 주목한 2012년 젊은 시인들

 

 

  김성태

 

 웅덩이

 

 

 

 

  웅덩이에 발이 빠졌다.

 

  걸을수록 웅덩이가 늘어난다.

 

  나는 늘 하나의 길을 걷지만 너는 늘 삽을 들고 함정을 파기에 내가 딛는 발은 목적지에 도착할 수 없다.

 

  웅덩이에서 빠져나오기 바빠서 나는 지속된다.

 

  완전히 빠져 보지 못한 사람은 별들이 묻혀 있는 웜홀을 경험할 수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언젠가 웅덩이에 묻힌 적이 있다.

 

  연애가 파놓은 웅덩이였는지 대학이 파놓은 웅덩이였는지 나라님이 파놓은 웅덩이였는지

 

  술이 파놓은 웅덩이였는지 모르겠지만

 

  순간 나는 웅덩이에 깊이 묻혀 무덤에 갇혔다고 생각했다.

 

  울음을 쏟은 눈동자는 허기가 졌고 어쩌면 나는 자궁에 들어왔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웅덩이에 발가락이 빠지고 나서의 일이다.

 

  발가락은 뿌리가 되고 나무가 되어 자랐고

 

  기둥이 길어진 나무는 높이를 가졌다.

 

  그 후 나는 새들이 알을 낳기 위해 웅덩이를 만드는 꿈을 꾸었다.

 

  새들이 지은 웅덩이는 공중에 있었고 웅덩이는 아궁이가 되고 아궁이 안에는 풀들이 연기를 피웠다.

 

  웅덩이 덕분에 알들이 허물어지지 않는 것은

 

  내가 발을 빠뜨렸고 발가락이 자라 뿌리가 되었고

 

  발가락이 자라 나무가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나는 웅덩이가 자란다고 말한다.

 

 

 

 

 웅덩이 2

 

 

 

  사과의 전체성을 이해하기 위해서

 

  개미는 웅덩이를 파고 사과의 중심을 뚫고 들어간다.

 

  나에게는 웅덩이가 필요하다.

 

  시작 노트

 

  삼시 세 끼를 먹고

  부모님 등골을 재촉하여 받아낸 등록금으로

  술과 사람을 만나고

  졸업장을 받고 학사모를 던지고

  대기업에 들어가

  상사에게 고개를 숙이고

  아내에게 어깨를 세우고

  자식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죽음 앞에 이르렀을 때

  남자는 어찌할 수 없었다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감기지 못하고

  자신의 몸을 닦지 못하고

  자신을 흙으로 덮을 수 없었다

  슬픈 부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떠나는 자는 남겨진 자에게

  마지막을 부탁하고

  남겨진 자는 남겨진 자에게

  슬픔을 부탁하는 것이 삶이다

 

《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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