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빚은 우주 외 1편

 

《문장웹진》이 주목한 2012년 젊은 시인들

 

 

  김재근

 

 물로 빚은 우주

  ─ 우포

 

 

 

  어느 날

 

  눈동자에 얼음이 낀다

  머리를 풀고

  죽은 새에게 저녁의 안부를 묻는다

 

  울음이 아름다워

  물의 행로를 따라 지구 저편이 물들고

 

  한번쯤, 자신이 한 말은 돌아와

  제방을 떠도는

  바람이 된다 입술이 휘도록

  휘파람 불고

  저녁만 있는 마을

  물을 베고

  아이들이 불을 피운다

 

 

  외계의 시간

 

  태어나지 말아야 할 밤이 연속으로 온다

  그림자에 대해 지금은 할 말이 없다

  행성이 반짝이는 건 물속에 자신의

  그림자를 숨기기 위한 것,

  늪에 스며든 그림자는 외계(外界)였다가

  짐승의 젖은 발굽소리였다가

  물 위를 흐르는

  검은 해파리의 울음이기도 하다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예감 하나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눈동자는 울음을 번식시킨다

 

 

  물로 빚은 우주

 

  발이 닿지 않는 세계

  음성만이 연주되는 세계

  죽은 요정의 세계

  보이지 않는 눈동자의 세계

  검은 문장의 세계

  울음이 떠다니는 세계

  결별을 위해 우거지는

  아름다운 손목의 세계

 

 

  예감 하나

 

  바람이 사나운 건,

  물속에 누운 오래된 사람 눈에 고인 울음을 꺼내기 위한 것

 

  잠수복을 입고 잠든다

  언 눈동자에 바람의 유언이 기록된다

 

 

 

 

 오늘의 운세

 

 

 

  변성기를 지나 각설탕이 녹는다.

  침대를 옮겨 다니는 인형의 표정이

  밤이면 감미롭다.

  한 눈금씩 체온이 오르고

  오늘은 손목을 깎아 창가에 세워 두고

  운세를 맞춰 본다.

 

  장미의 피를 채혈하기 위해

  잠든 눈알은 수부(水夫)가 되어

  꿈속을 영원히 떠돈다.

  물속으로 얼굴이 점점 잠기고

  구명조끼가 필요해.

 

  바람으로 빚은

  바람의 눈사람은 바람에 녹고

  눈사람이 되기 위해 북극말로 이야기한다.

  입안이 얼 때까지. 새하얘질 때까지.

  만년빙 아래 산 채로 눈사람을 거꾸로 묻어 둔다.

 

  머리를 두드리면 웃음이 쏟아진다.

  미쳐 가는 것이다. 오늘의 운세는

  아무도 당신의 공로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

 

  내일은 동쪽에서 붉은 장미와

  흰 장미의 교배종인 남자의

  입술을 훔치기로 한다.

 

 

  시작 노트

 

  우주(宇宙)와 우주(雨酒), 나의 詩는 여기를 여행 중이다. 변성기를 지나면서 각설탕이 녹아버린다. 입안에 남은 단맛이 점점 사라져 나는 인형의 표정으로 잠들 수밖에 없다.

 

  눈을 감으면 모두가 물속 같아, 전생에 숨겨 둔 꼬리가 자라고 느린 아가미는 창문을 열고 어두운 동네를 한 바퀴 유영한다. 잃어버린 비늘은 찾을 수 있을까. 흔들리는 물속, 겨울을 지나 잘린 손목이 떠오르고 우주로 날아올라 반짝인다.

 

  장미와 바람과 눈 속의 수부(水夫), 눈동자는 늘 울음을 번식시키고, 내게 있어 저녁은 휘파람 소리 같다. 저무는 밤길을 혼자 걷는다. 달빛 아래 세상은 늘 시끄럽고 가난하고 평화롭다.

 

  ‘물로 빚은 우주’와 ‘오늘의 운세’ 두 편을 내보낸다. 우포늪의 수생식물과 울음소리가 우거지는 밤이다. 우포에서는 느리게 밤이 온다.

 

  점점 가라앉는 나와 당신의 방은 아름다운 울음으로 가득찰 것이다.

 

《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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