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제7회 문장청소년문학상 / 대상]

 

 

간이역

 

김도형

 

 

 

 

 

  화랑대역, 모퉁이 꽃밭에 물을 뿌리던 노인은

  흰나비의 궤적을 따라

  녹슨 철길 쪽으로 걸음을 옮긴다

  반짝이듯 멀어지는 나비는 철길 너머 아득한

  구름의 내부를 더듬어 길을 찾고 있다

 

  오지 않는 기차 대신 구름과 나비가 머물다 떠나는 플랫폼,

  이곳의 마지막 역장이었던

  노인의 얼굴에 선로처럼 돋은 검버섯들 사이로

  붉거나 푸른 웃음이 핀다

  멀리 덜컹대며 떠나간 무수한 삶의 궤적들은

  지금쯤 어느 벌판 위를 달리고 있는지

 

  노인은 여전히 내부에 남아 덜컹대는 길을 웅크리며

  낡은 벤치에 기대앉는다

  휘어진 등뼈처럼 늘어선 녹슨 철길 위로

  갑자기 한 무리의 바람이 남은 그림자를 끌고 지나가고

  햇살처럼 반짝이던 나비가 훅, 사라진다

 

  이 한때의 고요한 봄날,

  꽃밭을 맴돌다 사라진 나비의 궤적을 누가 기억해 줄 것인가

  꽃과 나비이거나,

  혹은 길과 바람이거나,

  계절의 소실점을 향해 떠나는 풍경들을 배웅하며

  노인은 칠 벗겨진 이정표를 한참 어루만지고 있다

 

  《문장웹진 2월호》

 

 

 

 

 

   수상소감 / 김도형

 

시작은, 다르게 보고 싶었던 욕구였습니다. 그 욕구를 텍스트로 발현하려 하다 보니, 제 글은 일기에서 시의 형태로 점점 발전해 나갔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하게 ‘내’ 하루를 풀어냈다면 갈수록 ‘모든 이’의 일생까지 세계를 넓혀간 것입니다. 물론 아직 저는 인류의 진화처럼 느리게, 그러나 필사적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나온 부산물에게 과분한 상을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길게 쓰지 않겠습니다. 제가 사랑한 모든 것들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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