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 외 1편

 

  《문장웹진》이 주목한 2012년 젊은 시인들

 

 

 황인찬

 

 구원

 

 

 

 

  나는 나의 사냥개들을 풀어 놓았고, 그것들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멈춰, 기다려,

  그렇게 말하고는 잘했다고 말해 줘야 하는데

 

  뜨겁던 총신이 식었고 어느새 새들도 울지 않았다

  나는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숲은 너무 어두워서 그림자가 보이지 않고,

  나는 나의 사냥개들을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저 토끼 한 마리를 잡고 싶었을 뿐이다

  이제는 개를 생각하는 내가 있었다

  골똘하게

 

  생각이라는 것을 계속하였다

  개 정도 크기의 것이 이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히스테리아

 

 

 

  눈을 떴을 때 지난밤의 꿈을 기억하고 있다

 

  꿈에서 본 것이 깨어나서 본 것과 거의 일치해서

  어리둥절해한다

 

  숨죽여야 해,

  그 사람이 문 밖에 서 있으니까

 

  바닥에 뭉친 먼지들, 오래 살았던 흔적

  그건 꿈속에서의 일이지 지난밤에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가?

  무슨 일이 있었다니,

 

  이상한 소리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 같은 것

 

  나는 문을 열지 않았다

  열어 봤자 아무도 없다는 걸

  알아버렸으니까

 

  나는 문을 두드렸다

 

 

 

  시작 노트

 

  일전에 포켓몬으로부터 영향 받은 시를 몇 편인가 발표한 적이 있다. 나는 포켓몬을 보면 이런저런 생각을 자꾸 하게 되는데, 아마 그 세계가 우리가 아는 것들에 대한 적극적 모사와 변형을 통해 구성된 세계이기에 그럴 것이다. 오타쿠 같은 이야기를 여기서 다 늘어놓을 수는 없지만, 그것을 보다 보면 우리가 아는 것들이 끊임없이 모사되면서 의도치 않게 어떤 이면을 드러내 버리는 듯한 순간을 마주할 때가 있다. 대상의 어떤 부분이 과잉 모방될 때, 우리가 알고 있었으나 알지 못하였던 부분이 불현듯 불거지는 것이다.(어떤 전형으로서의 캐릭터라는 것이 이래서 재미있다) 세계에 대한 적극적 모사와 소극적 주석 같은 것들. 항상 그런 것에 마음이 끌렸다. 같은 것과 같지 않은 것. 일상과 비일상. 그것이 자아내는 미세한 균열들. 그것들은 아름답다기보다는 무섭거나 슬픈 느낌이 든다. 나는 세계를 본 적이 없으므로, 이렇게 메타 오타쿠 짓이나 하면서 메타 세계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된다. 이 또한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다.

 

얼마 전 좋은 사람들을 만나 정말 고마운 이야기를 들었다. 그때 떠오른 좁고 작은 생각을 간소하게나마 여기에 적는다. 고맙다는 말을 여기서라도 하고 싶다.

 

《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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