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외 1편

 

 《문장웹진》이 주목한 2012년 젊은 시인들

 

 

  성동혁

 

 노을

 

 

 

 

  살인자들의 마을에 과수원이 생겼다 살인자가 살인자를 죽이고 산 살인자가 살인자를 죽인 살인자를 죽이고 엉킨 가지들은 던져 놓은 그물 같았다

 

  석류가 웃돌았네

 

  석류를 따먹으며 살인자들만 부르는 노래를 엿들은 바람 과수원을 나올 때 팔이 없어진 바람

 

  석류를 만지고 돌아오는 길엔 모든 것에 살기가 느껴졌다 과수원의 박동이 짐승처럼 움직였다 작은 짐승에게 무거운 돌을 던지며 과수원과 가까워졌다

 

  명절이면 텅 빈 마을에 석류가 웃돌았다 명절이 지나고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 마을엔 식물을 키우며 난폭하게 늙어 가는 하늘이 있었다

 

  액자에 산 사람을 담아 갔다

 

 

 

 

 그림자

 

 

 

  어젯밤엔 아편밭을 걸었다

 

  쟁반 위에 램프를 쌓아 둔다

  하얀 깃털이 늘어나는 새벽

 

  파란 눈의 선교사가 내게 기도를 하고 갔다

  그날 뒤로 나의 피아노 줄엔 젖은 반음계가 걸려 올라왔다

 

  도화지의 바깥에 서서 북극에 대한 꿈을 키워 간다

  아무것도 그리지 않을 때 나는 그들과 가까워진다고 생각했다

 

  어젯밤엔 아편밭을 걸었다

 

  서서 지내던 친구들이 누워서 사라진다

  오래 누워 있으면 조금 더 친해지는 거리

  계속 걸을 수 있다면 모두와

  유리창을 깨며

  나눠떨어지지 않는 웅덩이에서 약속을 잡자

 

  빻아 둔 별빛을 온몸에 묻히고 우주로 흩어지는 바람

  토성의 고리처럼 친구들의 손을 잡고 집을 찾는다

 

  공을 찰 때마다 발이 옅어지는 나의 친구들은

  점선처럼 걷는다

 

  시작 노트

 

  트램펄린 위에서 높게 뛰다 보면, 나의 자화상이 만져진다. 나의 자화상 밑엔 비둘기가 앉아 있다. 지혜로운 이슬이 트램펄린으로 쏟아진다.

 

  http://vimeo.com/21512281 

 

《문장웹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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