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는 타인에 대하여

 

‘나’라는 타인에 대하여

 

편혜영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삶을 철저히 해부하여 소설을 써나가는 작가입니다. 자신이 직접 겪은 결혼, 성과 사랑, 투병에 이르는 경험을 써내는 걸 보면, 아니 에르노에게 있어서 소설을 쓰는 일이란 자신을 올곧게 바라보고 그것을 철저하게 객관화하는 과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에게 자기 자신은 영원한 암흑이자 동시에 거대한 수원(水源)인지도 모릅니다. 이 수원은 고약해서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지 않으면 물의 질량과 농도가 달라집니다. ‘나’라는 타인은 지나치게 간섭이 많은 편이어서, 세계와의 거리 조절을 실패하게 만들곤 하니까요. 개인의 기억과 경험을 예술화하는 창작자들은 물론이지만 자신과의 적절한 거리감은 소통의 첫 단계나 다름없습니다. 균형 잡힌 정치적, 사회적, 예술적 시야는 이런 거리감을 통해 생기니까요.

  이번 6월호 문장 웹진은 ‘나’라는 타인을 ‘시’로 풀어낸 네 분의 시인을 모시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임현정, 이혜미, 최승철, 최정진 네 분이 장은정 문학평론가와 함께 첫 시집을 낸 소회와 시인의 고유한 인력과 척력에 대한 비밀을 털어놓아 주셨습니다. 서로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과 부정, 시 쓰기의 즐거움과 어려움의 무게가 제각기 다름에도 ‘시’라는 특별한 존재에 애정을 감추지 못하는 네 분의 말씀을 읽고 있자니, 〈빗속의 부르마블〉이라는 이혜미 시인의 시를, 〈부신〉이라는 최승철 시인의 시를, 임현정 시인의 〈나무 관을 짜는 남자〉라는 시를, 최정진 시인의 〈열차의 윤곽〉이라는 시를 얼른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네 시인의 좌담을 읽어 보신 후, 열두 편의 특별한 시를 읽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신해욱, 천양희, 길상호, 김별, 조동범, 이기인 시인께서 각각 두 편의 시를 보내 주셨습니다.

  김경욱 작가의 〈야구란 무엇인가〉 세 번째 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이 작가가 감춘 심연은 도대체 어디까지일까 감탄하게 됩니다. 소설 속 사내가 상자에서 꺼내 놓는 것들이, 소설의 인물들을 그리고 소설의 독자를 또 어디로 인도할지, 야단스럽게 궁금하기만 하여 매월 연재되는 형식이 불만스러워집니다.
박민정, 이지영, 오한기 세 분이 소설을 주셨습니다. 세 분 모두 아직 첫 책을 내지 않은 작가들로, 문단의 가장 젊은 상상력이라 할 수 있는 분들입니다. 약속이나 한 듯, 영어식 제목과 ‘미국’이라는 지명이 들어가는 제목을 붙여 주신 게 흥미로웠습니다. ‘지금, 여기’에 대해 말하는 가장 젊은 상상력의 목소리를 주목해 주십시오.
문장 웹진에서 한국판 뉴스위크지와 연계하여, ‘작가와 도시’라는 에세이를 수록합니다. 첫 주자인 고은 선생님이 우리 모두의 특별한 도시가 되어버린 ‘서울’에 대해 써주셨습니다. 김태형 시인의 에세이도 이번 호에 처음으로 독자 여러분들께 인사드립니다. 시인의 내밀한 여행기이자 사색록이 될 연재 에세이에 많은 관심 바랍니다.

  번역가인 정영목 선생님께서 이번 호에 소개하는 작가는 ‘토끼’ 시리즈로 유명한 존 업다이크입니다. 정영목 선생님의 소개글을 통로삼아, 40년에 걸쳐 ‘토끼’를 통해 미국인의 부조리하고 모순된 삶을 적나라하게 다뤄낸 존 업다이크의 작품을 읽어 보시기를 권합니다. 김용규 선생님이 특별한 철학카페에서 만난 작가는 윤성희 소설가입니다. 현장의 생동감을 고스란히 전해 주는 동영상과 함께 정리된 강연록을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장웹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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