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의 호흡으로

 

달팽이의 호흡으로

 

편혜영

 

 

 

 

 

  엘리자베스 토바 베일리라는 에세이스트는 『달팽이 안단테』라는 책에서, 뜻밖의 투병 생활 중에 묵묵히 미끄러지듯 기어가는 달팽이의 모습을 지켜보며 고독과 고립감을 견뎌냈음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보고 있으면 굼뜨지만 꾸준한 호흡으로 ‘동시에’, ‘함께’ 존재하는 대상이 있다는 것이 누구에게나 큰 위로가 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문장웹진》은 달팽이처럼 느리지만 묵묵한 호흡으로 독자 여러분께 문학의 움과 숨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올 한 해는 매월 조금씩 혁신되어 가는 모습을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웹진 디자인의 혁신을 꾀하고 있으며, 기획에 있어서도 순차적으로 조금씩 변화를 줄 예정입니다. 외형적 변화를 장기적인 계획으로 잡은 것은 2005년 창간된 이래, 한 호의 결호도 없이 발행해 온 웹진의 자부를 이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이기도 합니다.

 

  지난 3월호에 예고해 드린 대로 이번 호부터 장편소설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짧고 날렵한 하드보일드한 문장으로 인간세의 환부를 건드려 온 김경욱 작가 특유의 예민한 감각이 살아 있는 연재소설, 「야구란 무엇인가」의 탄생을 함께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4월과 5월에 거쳐, 〈한국 문학에 바란다〉는 주제로 한국 문학 생산 현장의 최첨단에 있는 각 출판사의 문학 담당 편집자와 신문사의 문학 담당 기자 여러분의 옥고를 수록합니다. 이제껏 문장 웹진에서 들을 수 없었던 필자 여러분의 한국 문학에 대한 애정과 근심 어린 목소리를 듣는 귀중한 자리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문장 웹진의 창작란은 여전히 풍성합니다. 최승호, 곽효환, 이하석, 정은기, 여성민, 최호빈, 김성우 등 우리 시단의 축을 이루는 중견 시인의 작품으로부터 새로운 발성의 신인들 작품까지 한눈에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황현진 작가의 재기발랄한 단편소설과 빼어난 감수성의 김애란 작가가 선보이는 신작 단편소설을 선보이게 되었습니다. 두 작가의 육성과 함께 일독을 권해 드립니다.

  조광제 선생님의 인문학 에세이가 이번 호에도 계속됩니다. 고봉준 선생님은 얼마 전 『나의 왼손은 왕, 오른손은 왕의 필경사』라는 소설집을 상자한 한유주 작가님을 만나 내밀하고 은근한 문학적 대담을 나누셨습니다.

  늦어지고 있는 듯해도 곧 봄이 오고야 말 것 같습니다. 이 봄, 문장 웹진의 느리지만 묵묵한 숨과 함께 해 주세요.

 

《문장웹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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