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뼈대

 

나무들의 뼈대




한강




잎이 다 떨어지고 나니, 나무들의 뼈대는 검고 고요합니다. 오래 그 뼈대를 바라봅니다. 이제 더 추워지겠지요. 나무들은 더 검고 고요해지겠지요. 우리는 따뜻한 살을 가졌으니, 체온을 잃지 않으려고 더 따뜻한 것을 향해 몸을 기울이겠지요. 털로 짠 스웨터, 방금 구운 풀빵, 절절 끓는 아랫목, 세차게 비빈 손바닥의 열기, 젖은 눈으로 묻는 안부. 그러는 동안 해가 가겠지요. 더 추워지겠지요.

온 세상이 꽝꽝 얼어붙을 차비를 하는 12월, 웹진에서는 박설희, 박주택, 신은영, 이홍섭, 정복여, 정수자, 조동범, 천수호의 뜨겁고 차가운 시들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한차현, 이상섭, 김유진의 독특하고 개성적인 소설들도 만나보시길 바랍니다. 2008년 한국문학의 흐름을 살펴보고자 특집으로 기획된 고봉준의 평론 「내일을 위한 세 개의 기억들」과 김미정의 「우리는 어디로 갈 것인가」는 성실하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올 한 해 문단의 경향과 쟁점을 짚고 있고, <작가박물지>에서는 평론가 김종훈의 김광규 작품론을 만날 수 있습니다. 소설가 오현종의 피아노에 얽힌 추억도 아기자기합니다. 그에 더해 <멀티미디어 낭송시>를 통해 시인 강정의 낭송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항상 봄은 갑자기 찾아오지요. 너무 오래 견뎠다 싶을 때, 문득 나뭇가지가 다시 축축해진 걸 보고 놀라게 됩니다. 그때까지 오래 검고 고요해야겠습니다. 뜨겁고 차가운 수액 같은 말들이 심장에 고이기를 기다려야겠습니다. 10월부터 《문장웹진》과 함께 하게 되었다는 인사드립니다. 반갑고 감사합니다.《문장 웹진/2008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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