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주는 감흥은 문학적이다

 

9월이 주는 감흥은 문학적이다



서경석




9월입니다. 창문가 너머엔 이미 가을 하늘이 펼쳐진 듯합니다. 아침저녁 제법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이렇게 계절이 바뀔 때면 지난 시간이 더욱 선연히 느껴지지요. 특히 붙잡지 못하고 놓친 것들, 제대로 살피지 못한 것들을 떠올리며 선뜩해지곤 합니다. 아파했고 우울했고 몰락한 것들의 기억, 더운 여름날 정신없이 지내왔던 기억들이 다시금 회한으로 떠오릅니다. 한 문학이론가는 문학을 계절에 빗대어 설명했습니다. 그는 가을의 미토스로 비극을 들고 있습니다. 그에 의하면 비극적인 이야기는 사심 없음과도 통한다고 합니다. 비극을 통해서만이 인간 성격의 진실이 드러난다는 이야기지요. 황혼의 가을이 죽음의 문턱이고 조락의 시작이며 죽어가는 신들의 세계라도 말입니다. 가을의 문턱 9월이 주는 감흥은 그래서 문학적입니다. 문학을 읽고 여름이 마무리되길, 그 여름의 슬픔이 깊이 있는 반성으로 되살아나길 기대하며 9월호를 올립니다.

이번 ‘작가와작가’에는 시인 최하림 선생을 모셨습니다. 최하림 선생은 최근 『때로는 네가 보이지 않는다』로 2005년도 올해의 예술상을 수상하는 등 젊은 시인 못잖은 시업을 일궈가는 중입니다. 시인 이진명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물음과 최 시인의 진중하고 울림 깊은 행보를 통해 시의 지복은 어떻게 오는지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이번 호 소설란은 참 다채롭습니다. 완숙과 패기의 적절한 결합이 아닐까 싶습니다. 임영태는「전생으로 가는 길에 대한 안내」를 통해 우리 인생을 돌아보도록 만듭니다. 우리가 전생을 열어 놓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의 삶을 진지하게 다시 보고자 함이 아니던가요. 윤동수의 「굶주린 사랑」은 사랑에 관한 기묘한 역설을 보여줍니다. 사랑은 살과 피로 이루어짐을 그의 소설을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김사과의 「물 마시러 갑니다」는 존재에 관한 독특한 물음입니다. 최근 소설의 한 흐름인 기이한 상상력에서 자유롭진 않지만 깊은 사유로 이를 넘어서고 있다고 여깁니다. 김종광의 「겨울 잡부」는 입담이 어떻게 소설적 문체로 승화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엽기적인 상상력과 공허한 이미지가 아니라, 현실에서 뿜어 올리는 진정성의 무게가 얼마나 감동적인지 새삼 확인케 합니다.

이번 호 시란은 이렇게 정리될 수 있겠습니다. 전통서정시로부터 미래파까지. 장옥관, 김선태, 강연호, 이정록 시인의 경륜 깊은 사색의 시선과 이민하, 안성호, 박상수 시인의 날렵하고 생동감 넘치는 이미지, 그리고 반칠환, 곽효환, 서영처, 이윤훈 시인의 울림 짙은 독자성을 함께 맛보시기 바랍니다.

‘문제작 탐구’에서는 문학평론가 김윤태가 인유(引喩)를 가지고 정지용의 「향수」를 찾아갑니다. 김윤태의 논지로 새롭게 만나는 「향수」가 새삼 가을의 정취를 깊게 해 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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