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몇 가지 질문들

 

우리를 돌아보게 하는 몇 가지 질문들




김미정




새삼 밥상 위가 문제되는 즈음입니다. 국제 곡물가 상승과 관련해서 식량 안보 위기 논란이 한동안 있었는가 싶더니, 조류 독감 파동이 올 봄을 강타하고, 다시 지금은 쇠고기 수입 전면 개방에 임박하여 광우병 공포가 우리를 불안하게 합니다. 이미 먹거리 문제는 경제적·외교적 실리 타협의 문제일 뿐 아니라 극단적인 생존의 문제로까지 와 닿게 된 것 같습니다. 이 불안이 어디에서 연원한 것인지 근본적으로 묻고 싶어지는 때입니다.

최근 생명윤리학자이자 『동물해방』의 저자로 알려진 피터 싱어의 책을 한 권 읽었습니다. 『죽음의 밥상』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는데, 원제는 “The Ethics of What We Eat”입니다. 그는 소위 말하는 동물애호가도 아니고, 애완동물을 위한 권리를 주장하는 사람도 아닙니다. 그는 단지 인간 아닌 동물도 인간처럼 고통을 느낀다는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우리의 밥상에 이르기까지 고통 속에서 일생을 살다 고통스럽게 도축되는 동물들과, 실험 명목으로 비참하게 희생되는 동물들에 대해 관심을 갖습니다. 인간이 인간 아닌 생명을 ‘수단’으로만 대하는 것에 대한 반성과 윤리적 태도를 촉구합니다. 그것이 곧 인간 스스로에게 돌아올 화(禍)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질병에 걸린 양의 골분(骨粉)을 소에게 먹인 것이 광우병의 시초였다는 사실에 우리는 경악한 바 있습니다. 초식동물로만 알고 있던 소가 육식동물처럼 사육되고 있었다니요! 조류독감의 원인을 우리는 철새 탓으로 돌리고 있지만, 과밀한 우리와 인위적인 조건 속에서 스트레스 받으며 사육되다가 죽어가는 닭들을 떠올린다면, 그 역시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탓이 아니었는가 생각하게 됩니다. 모든 화는 결국 자연을 수단으로 도구로 일삼아온 인간과 그 문명의 이기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하고 말입니다.

병원이 오히려 환자를 만들고, 자동차가 우리 발의 사용가치를 제거해 버리고, 학교가 교육을 파괴하곤 한다고 한 이반 일리치의 말대로, 결국 우리가 겪고 있는 모든 문제는 브레이크 없이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우리의 자만과 맹목에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임은 결국 우리 인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시절이 하수상하니 마음도 흉흉합니다. 그러나 문장 5월호에서 잠시 그 근심을 잊어봅니다. 이번 호에는 박강, 손세실리아, 신혜정, 이어도, 이윤학, 진수미, 차창룡, 함기석 시인께서 근작을 보내주셨습니다. 김인숙, 구경미, 박상 세 분의 소설도 소개합니다. 「산 너머 남촌에는」(김인숙)은, 삶의 긴 터널 끄트머리에서 각자 떠올리게 될 장면들은 무엇일지, 담담한 필치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입니다. 「공공의 적-게으름을 죽여라」(구경미)에는 말 그대로 게으름과 무위도식과 비효율이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우리 시대의 강박증을 날렵하게 풍자하고 있으며, 「연애왕 C」(박상)에는 자칭 위대한 바람둥이와 그의 여자친구 사이의 연애 게임이 재치 있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이번 호 <작가와 작가>에서는 윤후명 작가의 근황과 작품세계를 들어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선생의 작품들이 왜 1인칭을 고수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실마리를 엿볼 수 있는 것도 흥미롭습니다. 또, <권리의 세계여행기>에서는 이과수 폭포의 서늘함을 조금 일찍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밖에 김서령 소설가가 전해주는 <문학의 사생활>, 이민하 시인의 낭송을 감상하실 수 있는 <멀티미디어 낭송시>, 이경수 평론가가 들려주는 장옥관 시인의 시세계 <작가박물지> 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문장’ 5월호와 함께 하수상한 시절과 마음의 근심을 잠시 잊어 두었다 해도 문학이 종국에는 우리 인간의 삶을 넘어설 수 없는 한, 다시 하수상한 시절과 마음의 근심은 우리를 맴돌 것 같습니다. 밥상 위의 문제와 지구 온난화와 곧 본격 이슈화될 한반도 대운하와 기타 등등, 아무래도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할 문제들과 당분간 이렇게 동행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고, 브레이크를 거는 과정에서 문학이 그 역할을 해 주리라는 것도 믿습니다. 훌륭한 문학은 당대를 반영하기도 하지만 당대의 지배적인 분위기를 거스를 줄 안다고 말한 사람은 일본 불세출의 평론가 고바야시 히데오였습니다.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과정에서 문학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은 결코 무리가 아닌 것입니다.《문장 웹진/200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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