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운은 제트기가 아니다

 

장철문


지중해를 보았다. 지중해 위로 제트기가 지나갔다. 노란 햇빛 저 너머 은색으로 반짝이는.


몽테크리스토 섬에 갔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유폐공간. 배 위에서 일행 중 한 여자가 펄쩍펄쩍 뛰기 시작했다. 끝없이 셔터를 눌러댔다. 지중해의 바닷빛.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원경의 섬과 성당과 석조 건물들. 시시각각으로 구도가 바뀌었다. 지중해가, 지중해의 바닷빛이, 조수가 일렁이고 있었다.


나는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졌으므로 멀거니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다른 일행들도 그녀에게서 그리 멀지 않았다. 그들의 마음도 지중해의 그것처럼 일렁이고 있을 터였다. 내 마음이 그렇듯이. 그러나 그녀는 한 컷도 자신이 찍고 싶은 컷을 잡지 못했다.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그녀의 시선이 포착한 구도는 달아나고 없었다. 그리고 그 구도를 포착한 마음도 또다른 구도와 일렁임을 향해서 달아나고 있었다. 속수무책이었다.

그 옆에는 또 한 일행이 자신이 점 찍은 풍경 앞에 포즈를 취하며 동료에게 카메라를 건넸다. 카메라를 받은 쪽이 다리를 버텨 중심을 잡기도 전에 성마른 채근을 했다. 지나가고 있었다. 셔터를 더듬는 쪽을 향해서랄 것도 없이 발을 동동 구르며 소리를 질렀다. 지나가고 있었다, 그가 자신을 그 속에 찍어 넣고 싶은 푸른빛이, 섬들과 그 위의 석조건물들이, 그것들이 어우러진 구도가! 지나가고 있었다, 거기 가서 마음이 머문 그 순간이! 셔터를 누르는 모든 손이 허방을 짚고 있었다.


나중에 관광버스에 돌아와서 보았다. 가장 미쳐 날뛰던, 그래서 함께 날뛰던 다른 일행들에게마저 눈총을 받던 그녀는 자신이 찍은 거의 대부분의 컷을 지우고 있었다. 그녀가 붙잡으려던 순간들은 손가락과 셔터 사이로 빠져 달아나 버리고 없었다. 몇 개 남긴 컷도 차선이거나, 우연이었다. 그녀로 하여금 셔터를 누르게 한 풍경은, 구도는, 빛은, 순간은 이미 거기 없었다. 그의 시각이, 지각이, 의지가, 인식이 포착한 순간은, 그것들이 거기 가서 머문 순간은 사라지고 없었다.


멈춰 있지 않은 사물은 포착된 그 순간 지나간다. 항구성을 갖지 않는 사물은 포착된 그 순간 변화한다. 그것이 사물이 아니라 내면의 대상일진대 다르지 않다. 포착한, 거기 가서 머문 그 마음도 그 순간 가서 오지 않는다. 우리가 포착한 것은 결국 그 잔상일 뿐이다. 그 다음이거나. 그런데 우리는 왜 그것을 잡으려 하는가? 왜? 무엇을 위하여. 잡을 수 없는 것을 잡으려는 욕망은, 그에 따른 고통을 판판이 감수한다는 것은 너무 어리석지 않은가?


다시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지중해 위로 제트기가 지나갔다. 손에 잡히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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