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 솔티재를 넘는 당나귀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양평 솔티재를 넘는 당나귀

 

권오영(시인)

 

 

 

 

 

   이용악의 시 「낡은 집」에 “재를 넘어 무곡을 다니던”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집〉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강의를 시작할 때 예문 시로 설정했던 시편 중 한 편이다.

   당나귀처럼 나는 많은 짐을 안고 양평으로 향했다. 짐 보따리 속에는 민들레 ‘문학상’이 걸려 있다는 ‘부담감’, 낯선 것에 대한 ‘호기심’, 새로운 사람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감으로 꽉 차 있었다. 평소 일반인들이 인식하고 있는 ‘노숙’에 대한 선입견이 내게도 있는가? 스스로 자문하면서 가는 그 길은 아름다웠다. 가을로 접어드는 길목의 풍경들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지금 당신의 ‘노숙’은 어떠냐고……. ‘노숙’의 진정한 의미를 깨닫게 해준 사람들. 내가 만난 15명의 눈빛이 순한 사람들. 나는 진정 아름다운 집에 와 있었다.

   “마을서 흉집이라고 꺼리는 낡은 집/ 이 집에 살았다는 백성들은/ 대대손손에 물려줄/ 은동곳도 산호관자도 갖지 못했느니라.” 이 구절이 모두 양평 쉼터에 머물고 있는, 지금 나와 눈빛을 교환하는 이 열다섯 명과 동일시되어 보이는 것은 왜일까? 라는 느낌은 오래 가지 않았다.

   “여러분, 문학상이라는 부담감을 버리고 이 순간만큼은 자신이 누구인지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스스로 해보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로 말문을 텄다.

   조금은 경계하는 몸짓으로, 조금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다가온 사람들이 한 시간 남짓 자신의 유래에 대해 조금씩 가슴을 열어 보일 때, 하마터면 나는 울 뻔했다. 오른손이 없는 김일회 씨는 시를 참 잘 쓰는 사람임에 틀림없는데도 겸손했다. 모자를 푹 눌러 쓴 과묵한 김 씨를 보면서 “중국의 유명한 작가 루쉰이 있는데, 김 선생님. 그 루쉰 많이 닮았네요” 했더니, 김 씨는 그저 씨익 웃을 뿐 말이 없었다. 권상진 선생님은 원고지 노트에 자신의 삶을 산문으로 열심히 쓰시던 모습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최고령 김진두 씨는 명문 S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나오신 것에 대한 자부심 반, 현재의 모습에 대한 회한 반의 감정으로 자신을 열어 보였다. 과거야 어떻든 간에 소년 같은 미소와 글을 써보겠다는 지금의 적극적인 자세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안경 너머 눈이 빛나는 한용수 씨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집’을 떠올려 보는 모습이 아름다웠고, 총각 기문관 씨는 〈자유〉라는 화두로 현실을 긍정적인 자세로 받아들이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늘 소녀 같은 미소로 얼굴이 가끔씩 붉어지는 윤선원 씨는 아직도 시를 써서 메일로 부쳐온다. 이 모두 정이 들었다.

   〈집〉이라는 주제와 관련하여 개설된 문학특강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여덟 번의 솔티재를 넘었다. 경기도 양평군 화전리로 넘어가는 작은 야산인데 ‘솔티’라는 재를 넘을 때마다 속으로 물었다. “이 짧은 만남을 위하여 너는 과연 몇 개의 재를 넘어왔느냐?”고.

   나는 시인이다. 내 스스로 짊어진 등짐들 속에 지금 이 순간, 이 인연들 또한 내 등짐 속에 고스란히 유쾌한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시인은 본래 당나귀 같은 존재다. 당나귀처럼 나는 양평엘 가기 원했고 네 번의 만남은 행복했다. 늘 길 떠나는 당나귀처럼 시인도 노숙하긴 마찬가지다.

   나는 이 사람들과 약속했다. 이번 만남의 시간 동안 써본 자신들의 글을 묶어 보겠다고……. 고맙게도 전 삶이 보이는 창 편집부장 엄기수 씨가 모음집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첫눈 오기 전 모음집 들고 양평에 갈 그날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설렌다. 강의 때마다 나를 도운 아주 착한 손재현 복지사께 감사드린다. 언제나 좋은 일 하는 예술위원회와 빅이슈 관계자께도 큰 절 올린다.

 

 

   《문장웹진 11월호》

 

 

 

 

 

   * 민들레 문학특강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시설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9월 15일부터 약 한 달 간 ‘제1회 민들레 예술문학상’의 부대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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