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끼 밥의 마음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한 끼 밥의 마음

 

조연호(시인)

 

 

 

 

   서너 번 가서 문학에 대해 흰소리를 하고 온 것으로 참가 후기를 쓴다는 것은 확실히 어불성설이다. 시설의 특성상 노숙인 자활센터 프로그램 참여가 순수한 의미에서 ‘문학’에 방점이 찍하는 것이 아니라 그네들의 삶과 지난함을 되짚고 희망을 북돋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하거늘, 그러기에는 차수(次數)도, 문학 자체가 가진 힘도 너무 적었다.

   어쨌거나 나는 9월과 10월에 걸쳐 서울 성북구에 있는 노숙인 자활시설인 '아침을 여는 집'에서 ‘민들레 문학특강’이라는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시설에 있는 노숙인 중 원하는 사람들이 이 문학특강에 참여했고, 그 주된 내용은 ‘2012 민들레예술문학상 공모’에 투고하고자 하는 시와 수필에 대해 첨삭하거나 조언을 하는 등 재능기부 형식의 강의였다.

   개인적으로는 이전에 ‘비전트레이닝센터’라는 시설에서 꽤 긴 시수의 강의를 해본 적이 있는 터라 노숙인에 대한 생경함이나 정서적 이질감은 크지 않았다. 사람 사는 게 어디 다를 것이 있냐마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가장 치료하기 힘든 부위, 즉 마음을 다친 사람들이었고, 그게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이며 동시에 타인의 도움에 대해 닫혀 있는지 알고 있었기에 모든 행동은 항상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내가 참가한 ‘아침을 여는 집’은 비교적 소규모 시설이었기 때문에 네댓 명의 인원이 강의에 참가해 각자 본인이 쓴 글을 가져와 읽고 그에 대한 의견을 나눈 후 글이 더 좋아질 수 있는 여러 방법에 대해 얘기하는 소박한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퍽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소반보다는 좀 더 넓은 상을 가운데 놓고 방에 둘러 앉아 하는 강의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좋은 글을 쓴다는 것, 쓰기 기술 향상이라는 것은 아무래도 좋았다. 왜냐하면 글이라는 것이 짧은 시간에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그들은 문학을 지향하는 사람들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단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들이 가진 이야기를 진솔하게 풀어낼 수 있게끔 유도하는 미미한 정도였을 것이다.

   글쓰기 향상에 대한 강박이 사라지자 오히려 나는 가르치는 입장에서 배우는 입장으로 바뀌었다. 타인이 겪은 삶의 고통에 대해 배우는 자가 아닐 수 있는 자가 몇이나 될 수 있을까? 그래서 조용히 경청했다, 실패와 좌절과 배신과 흩어진 가족…… 의 이야기들을. 쪽방, 고시원, 여인숙에서의, 그리고 길 위에서의 생활들을.

   그에 맞춰 공모의 주제는 다소 노골적이고도 직접적이게도 ‘나에게 집이란’과 ‘나에게 집이 없다면’, 둘이었다.

   그들에게 ‘집’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공동체 단위일까? 분할된 공간일까? 내가 보기에 그들에게 집은 불행과 행복이라는 단어가 무수히 교차하는 지점같이 보였다. 그들에게 집이란 그저 문을 열고 들어가 ‘돌아왔어’라고 말하면 모든 게 해결되는 그런 곳도 아니었고, 주소지만 있으면 정확히 찾을 수 있는 그런 것도 아니었다. 거할 곳 없는 자들에게, 혹은 거할 곳을 박탈당한 자들에게 집이란 사고파는 물건, 그 이상일 것이다. 그들에게 집이라는 명사가 이미 사전적 의미를 초월한 무엇이라면, 그들에게 가장 절실하고 가장 큰 위안은 정작 물질적 형태의 집을 주는 것보다 집이라는 것의 정신적 가치, 가족의 행복을 되찾아 주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그들은 그것을 찾기 위해 자활하고 있었고 나는 내가 문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도움을 주러 그들을 만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스스로의 무능을 한없이 자책했다.

   때는 초가을, ‘아침을 여는 집’으로 가는 언덕의 골목은 좁고 고즈넉했다. 덩굴 아래 길게 자란 수세미가 어느 집 담 밖으로 넘실대고 있었다. 그들이 매일 지나치며 바라보았을 이 풍경이 그들에게 준 위안에 비하면 나의 도움은 얼마나 왜소한 것인가. 그들과 만났던 순간은 오히려 나를 확인하는 순간들이어야 마땅했다.

   그런 의미에서 노숙인들이 문학을 통해 조금이나마 희망을 갖게 될 수 있다면…… 이라는 기대는 어쩌면 비현실적이고 사치스러운 것인지도 모른다. 빵이 필요한 자에게 당장 책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들에게 인문적이거나 예술적인 것은 절실한 것이 아니다. 다만 인문적인 것과 예술적인 것이 그들에게 끊임없이 손을 건네고 호의적이어야 하는 이유는, 각각의 효용과 목적을 가진 여러 다른 분야가 그들에게 손을 내밀고 도움을 주는 이유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문학이 한 끼의 밥이 기능하는 것처럼 노숙인들에게 기능하지 못한다 하여도, 문학은 그들에게 한 끼 밥의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야 하는 소명이 있는 것이다.

 

   《문장웹진 11월호》

 

 

 

 

 

   * 민들레 문학특강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시설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9월 15일부터 약 한 달 간 ‘제1회 민들레 예술문학상’의 부대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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