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과 지붕의 아래에서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집과 지붕의 아래에서

 

이은선(소설가)

 

 

 

 

 

   “너 집에 한 번 가보자.”

   “방 옮기면 오세요.”

   “그러다 언제? 내가 살아서 너 집에 한 번 가볼 수 있겠나.”

 

   담담히 글을 읽어 내려가던 사람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어갔습니다. 이어지는 다음 문장을 읽지 못하고 허둥대던 그가 급기야는 두 손으로 맨 얼굴을 쓸어내렸지요. 우리는 막 서로에 대해 마음을 열고, 각자 써온 글을 바꿔 읽어보던 참이었습니다. 어제는 여덟 분이나 오셨는데, 오늘은 이차저차해서 그 절반이 앉아 있는 자리. 목 디스크가 재발해서, 구청에서 오라고 해서, 혈압이 올라서, 일당을 벌러 나가야 해서……. 오지 못한 얼굴들보다 그분들이 보내온 메시지가 좌탁 위에 가득 올려져 있었습니다. 참석하지 못하는 그 마음은 오죽할까 싶은 까닭에 제가 애써 더 밝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한 다음이었지요.

 

   “너 집 지붕 있냐?”

   “내 방 지붕 있다!”

 

   집과 지붕에 관해서라면 유독 사무친 것들이 많은 분들이 모여 앉아 있는 자리였지요. 처음에는 ‘내가 뭘 어떻게 쓰겠어?’ ‘시작하면 끝도 없어서, 세 줄밖에 못 썼어.’ ‘나도… 쓸 수 있을까요, 선생님?’ ‘이거, 좀… 봐줘!’ 옛날 편지지에 옷핀으로 박음질을 한 종이뭉치를 내미시던 손들이었습니다.

   처음 만나 어색했던 시간들이 몇 차례의 다과와 이런저런 이야기 끝에 간신히 밤새 써온 글을 내밀 수 있을 정도의 친밀함으로 바뀐 순간이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마음을 여는 일, 게다가 지금 자신의 처지를 쓴 글을 다른 사람들 앞에서 읽어 내려가는 일이 무척 고되셨으리라 짐작이 되어 수업에 갈 때마다 자그마한 먹을거리들을 준비했습니다. 접힌 종이를 쑥스럽게 내민 후에 제 기색을 살피느라 조금 전에 마셨던 커피를 또 마시고, 긴장된 마음에 한 잔 더 청해 마시던 손도 있었지요. ‘잘 쓰셨다’ ‘어제보다 훨씬 더 좋아졌다’는 말을 듣고 나서야 긴장이 풀린 듯 활짝 웃는 얼굴 속에 저의 아버지의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의 얼굴이 들어 있었습니다.

   우리는 다른 창작 수업반과 다를 것 없이 열심히 썼고, 즐겁게 웃었고, 누군가 알아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 이것을 썼다’는 자부심 가득한 표정으로 한 줄 한 줄 쓰고, 읽어 내려갔습니다.

   간소하지만 특이한 먹을거리를 걸고 백일장도 진행했습니다. 어찌나 열띠게 참여를 하셨던지, 뽑히지 않으신 분이 마음이 상하셔서 그 다음 날 결석을 하는 일도 있었지요. (그 분께서 꼭 응모를 하셨어야 할 텐데, 아직도 걱정이 됩니다) 모두 다 우리가 모여 있는 집과 지붕 아래에서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강의를 마치고 나서 집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면 ‘학생들의 글’이 한가득 이메일에 쌓여 있었지요. 그렇게 한 편 두 편씩 쌓여갈 때마다 모여 앉은 자리들이 조금씩 달아올랐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 관한 글을 읽고, 나누고, (이렇게 쓰면 안 된다고 했더니 또 ‘그렇게’ 써오셔서 혼나기도 하셨던!) 웃고, 먹을거리들을 쪼개 먹으면서 우리가 앉은 곳의 지붕을 데워 나갔습니다.

   간혹 ‘아, 이 분은 예심은 거뜬히 통과할 수 있겠구나’ 하는 기대를 품게 하는 글도 보였습니다. 꼭 수상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지만, 잠시나마 그분들과 함께 글공부를 한 사람으로서, 그쪽에서 들려오는 좋은 소식을 기다린 것도 사실입니다. 애써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우리는 이제 알고 있습니다. ‘쓰면 된다.’ (언젠가는) ‘나도 저만큼 쓸 수 있다’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이 기회가 단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해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수상자 1인에게만 좋은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문을 좀 여러 개 만들어 두어 그곳에 들어가는 분들 모두가 각자의 문고리를 잡고 행복해 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누구나 자기 인생을 말로 풀자면 대하소설 한 편씩은 나오겠다며, 우스갯소리를 하셨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소설의 주인공이고, 소설을 쓰는 사람이고 또 소설을 읽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요. 그것을 확인한 것만으로도 우리는 의미 있는 시간을 함께 보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모여 앉은 그곳의 지붕이, 그때 참 따뜻했었다는 사실도요. ‘이 시간만 기다리면서 밤을 새웠다’는 그 말씀이 아직도 제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를 기약하며 안녕의 말들을, 꼭 다시 뵙자는 당부와 ‘건강’ 챙기셔서 ‘좋은 집’에 들어가실 때까지 더 열심히 글을 쓰겠다는 다짐의 말, 말, 말!

   ‘꼭 그러하겠다던 약속’ 지키셔야 합니다! 저도 ‘다시 가겠다’는 약속 꼭 지켜낼 테니 말이에요.

 

 

 

   추신(아니, 이제야 쓰는 마음의 말)

 

   어르신들, 잘 지내고 계시지요? 자주 찾아뵙겠다는 약속은 차마 못 드리고 나왔습니다만 간간이 보내주시는 이메일 속의 날로 날렵해지는 문장들을 읽는 재미가 무척 쏠쏠합니다. 또 이 기회가 마련된다면 꼭 다시 와달라는 말씀들은 괜한 허공의 말이 아니겠지요? 또 가겠습니다. 언제든, 그곳에서 같이 글로 위로해 드리고 저 역시 어르신들의 글로 위로 받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세요. 아참, 그때까지 담배 조금씩 더 줄이시고 ‘소주’도 너무 많이 드시면 안 돼요! 얼른 건강해지셔서 ‘산골 오두막집’과 ‘부엌하고 분리된 방’에 입주하셔야지요!

   곧, 다시 가겠습니다.

   건강하세요.

 

 

   《문장웹진 11월호》

 

 

 

   * 민들레 문학특강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시설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9월 15일부터 약 한 달 간 ‘제1회 민들레 예술문학상’의 부대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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