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도 없는데 집을 말하랴

 

   [민들레 문학특강 참가 후기]

 

 

방도 없는데 집을 말하랴

 

이시백(소설가)

 

 

 

 

 

   “새벽에 일 나갑니다”

 

   글쓰기 강의가 처음은 아니다. 도시빈민 글쓰기부터 자활 노동자 글쓰기며, 이러저러한 인문학 프로그램마다 양념처럼 들어가는 글쓰기를 몇 해 전부터 해 보았다. 그래서 노숙인 글쓰기의 청을 크게 고민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적어도 몇 개월에서 몇 년에 걸쳐 해온 프로그램들과 달리 이번 노숙인 글쓰기 강좌는 4회로 짧은데다가 상이 걸려 있었다. 집 없는 분들에게 집을 마련해 주는 상이니 후끈 달아오를 만도 하다. ‘내게 집이란?’이라는 글의 주제도 절박했다.

 

   망우동 골목 안에 자리 잡은 구세군 자활센터에서 만난 분들은 내가 생각했던 노숙인은 아니었다. 이러저러한 사정으로 거처할 집이 없는 것은 사실이지만, 거리에 나앉아 노숙하는 분들은 아니었다. 대개는 셋방이나 고시원에서 지내다가 사정이 어려워져 시설로 들어온 분들이다.

   구세군 자활센터에서는 역사나 문학 같은 인문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거기에 글쓰기를 더하려니, 끼어들어갈 시간도 여의치 않고 무엇보다 수강생들의 부담이 컸다. 정해진 저녁 7시에 모인 분은 서너 분뿐이었다. 여남은 분이 모일 때까지 기다리다 보니 사십 분이 훌쩍 지나갔다. 그동안 해온 대로 글쓰기보다는 이야기부터 나누기로 했다. 글은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이웃들이 어떻게 사는지 주고받는 이야기이다. 인디언들이 멸절되어 가는 것은 빵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일하지 않아도 주는 수당 때문이다. 글은 배고플 때 먹을 수 있는 빵은 아니지만, 죽고 싶을 때 힘을 주는 버팀목이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원래 계획은 한 시간은 강의, 한 시간은 자료 글 감상, 한 시간은 글쓰기로 잡았다. 법정 스님의 수필 「무소유」를 감상하려는데 아까부터 자꾸 시계만 들여다보던 분이 대뜸 손을 치켜든다.

   “자러 가야 하는데요.”

   내일 새벽에 일을 나가야 하기 때문에 저녁 9시면 잠을 자야 한다는 것이었다. 난감했다. 새벽 4시에 일어나야 한다니 잡을 수도 없는 일이었다. 두 시간만 하기로 하고, 강의를 이어나갔다. 정확히 9시가 되자 아까 손을 든 분이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두어 분이 나가고, 나머지 분들로 수업을 이어나갔다.

   글은 빵을 이길 수는 있었지만, 차마 잠을 이기라는 말까지 할 수는 없었다. 나는 슬며시 감상할 글을 법정 스님의「무소유」대신에 다른 글로 바꾸었다. 청소 일을 하느라 일 년 중에 하루밖에 쉬지 못하는 어머니가 자녀들에 대한 미안함을 쓴 글이며, 사업에 실패하여 알코올 중독자로 정신병원을 전전하다가 자활에 성공한 분이 쓴 글로 바꾸었다. ‘무소유’로 말하자면 이분들이야말로 법정 스님보다 훨씬 더 ‘무소유’한 삶을 살아온 모태 청빈자가 아니겠는가.

 

 

   “집에서 살아봤어야 쓰지요”

 

   다음부터는 무조건 정시에 시작했다. 처음 보는 얼굴도 있었다. 네 번으로 제한된 일정인데다가, 새벽에 일을 나가야 하는 분들이니 군더더기는 빼고 곧바로 글쓰기로 들어가기로 했다. 이번 민들레 예술문학상의 취지를 소개하고 참여를 권했다. ‘나에게 집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설명했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집, 또 내가 꿈꾸는 집, 내가 생각하는 집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쓰라고 했다. 구석자리에 앉았던 분이 입속말로 중얼거린다.

   “아니, 집에서 살아봤어야 쓰지요.”

   어려서부터 남의집살이로 방 한 칸을 얻어 살기는 했지만 자신의 집을 가져본 적은 없다고 했다. 이분들이 말하는 집은 대문도 있고, 마당도 있으며 화장실도 있는 집을 뜻했다. 그래서 방에 대해서 쓰라고 했다. 일필휘지로 쓰는 분이 있는가 하면, 도무지 쓸 게 없다고 볼펜만 돌리는 분도 있었다. 그런 분에게는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려서 산 집은 어디였는가. 가장 기억에 남는 집은 무엇인가. 볼펜보다는 입으로 쓰는 글은 유창했다. 그분의 이야기를 문장으로 받아 적었다. 나중에 그것을 읽어주니 눈이 휘둥그레진다.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가 글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에 무척 놀라는 눈치였다.

   한 분이 쓴 첫 문장이 눈을 끈다. 집은 사각형이다. 다른 사람들의 집은 삼각형의 지붕이 있지만 자신이 얻어 사는 방은 언제나 사각형의 천정뿐이라는 말이다. 아무도 없는 빈방에 누워서 바라보던 그 사각형의 막막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

 

 

   “방도 없는데 집은 무슨.”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한 글자도 쓰지 않던 분이 볼멘소리로 말했다. 종이를 치워두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화장실도 없는 홍제동 무허가 판자촌에 살던 내 이야기를 하자 그의 입도 열리기 시작했다. 그는 여수 부근의 어촌에서 부모도 없이 살았다고 했다. 여태까지 자신의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으니 글로 쓸 것도 없다고 했다. 바로 그 이야기를 쓰자고 했다. 방도 없는데 무슨 집 이야기를 쓴단 말인가. 이렇게 집에 관한 그의 글이 시작되었다.

   몇몇 수강생들 가운데서는 열의를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글로 옮기려고 애쓰는 모습도 보였다. 시간이 되면 앞에 놓인 초코파이나 요구르트를 주머니에 챙겨 넣고 일어서는 분들에 비해 그런 분들은 종이에 무언가 열심히 털어놓았다. 맞다. 그것은 글이라기보다 오랫동안 가슴에 꿍쳐 두고 있었던 침묵의 덩어리들이었다. 맞춤법은 서투르고, 문장도 두서가 없지만 종이에 털어놓은 이야기들 속에는 온전한 그들의 삶이 뭉쳐져 있었다. 내가 할 일은 그 뭉쳐진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일뿐이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모자란 부분은 채우고, 뭉쳐진 부분은 구체적으로 풀어나갔다. 더 이상 쓸 게 없다며 종이 반장도 못 채운 사람들이 물으면 뭉쳐진 이야기들을 누에처럼 줄줄 뱉어냈다. 그들에게는 글로 담아낼 이야기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그 이야기들을 들어줄 상대가 없었던 것이다. 이들에게는 글 쓰는 법을 가르치는 입보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귀가 필요했던 것이다.

   귀가 되어주니 그들의 이야기는 한 권의 책으로 담아질 만한 서사들을 토해낸다. 어려서 부모가 헤어진 뒤로 서울로 올라와 공장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분이 있었다. 막상 숙식은 해결되었지만 그 사람이 느끼는 허전함은 채울 수가 없었다. 우연히 들른 경마장에서 더운 김을 내뿜으며 달리는 말들의 모습에 마음을 빼앗긴 뒤로, 그는 버는 돈을 모두 경마장에 가져다 바쳤다. 공장마저 그만두고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게 되었다. 노숙인 시설에 들어가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던 중에 운이 좋게 시설에서 빌려주는 거처를 얻게 되었다. 자신의 집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그가 바라는 것은 집이 아니었다. 그에게는 경주마보다 더 따뜻하고 생기 있는 가족들이 필요했다. 그에게 집이란 가족들의 온기를 나눌 수 있는 가정을 뜻했다. 그의 유일한 취미는 집안 청소라고 한다. 닦고 문지르고 정돈하며 난생 처음으로 갖게 된 그의 집을 함께 온기를 나누며 살아갈 가족들로 채워질 때 그는 비로소 자신이 생각하는 집을 갖게 될 것이다. 집은 가정이었다.

 

 

   “소주나 한 잔!”

 

   내가 생각하는 글이란 이야기이다. 종이에 적힌 기호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것. 그것이 꼭 기호가 아니라도 좋았다. 그런 점에서 4번의 만남은 너무 짧았다. 상이라는 경주도 긴박했다. 행여 또 다른 좌절과 낙심을 주는 상이 아니기를 바랐다. 글을 말하기 전에 서로를 이해하는 시간이 아쉬웠다. 글공부가 끝난 뒤에 골목의 허름한 포장마차에 둘러 앉아 꼼장어에 소주라도 한 잔씩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소주나 한 잔 하지요.”

   화들짝 놀란 표정이었다. 시설에 입주하려면 무엇보다 금주를 지켜야 한다고 했다. 사실 여러 사람이 모여 사는 공동체 시설에서 일어나는 문제들의 대부분이 술 때문에 생긴다고 한다. 언제고 이분들이 집을 마련하면 화장지라도 한 꾸러미 들고 가서, ‘이 씨, 한 잔해!’ 이런 소리 들을 날을 기대해 본다.

 

   《문장웹진 11월호》

 

 

 

   * 민들레 문학특강은 서울시가 운영하는 노숙인 시설의 노숙인을 대상으로 9월 15일부터 약 한 달 간 ‘제1회 민들레 예술문학상’의 부대행사로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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