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탐구] 5화 : 책을 만드는 친구들!(1)

[문학생활탐구]

문학생활탐구

설하한, 최아현

 

-5화-
책을 만드는 친구들!(1)

 

 

 


   부추야, 언제쯤이면 무지개 동산에 도착하는 걸까?

부추
   글쎄, 하지만 꽤 멀리 왔으니 거의 다 왔을지도 몰라…….


   얼른 도착해서 가장 아름다운 책을 엉덩이에 꽂아 보고 싶어!

부추
   삑! 아직도 책을 그렇게 생각하는 거야? 책 읽는 걸 사랑하는 친구들을 그렇게 많이 만났는데도!


   책 읽기에 조금 흥미가 생겼지만 엉덩이를 꾸미는 것도 여전히 좋은걸.

부추
   삑은 정말 못 말리겠어.

 

   둘은 한참을 날아가다가 아름다운 책이 무더기로 쌓여 있는 동산을 발견했어요. 둘은 그 동산에 내려가 보았어요. 동산에는 책을 만들고 있는 두 친구들이 있었답니다.

 

  • 쎄이
  • 후추

 

 


   안녕! 나는 삑이야.

부추
   안녕! 나는 부추야. 우리는 무지개 동산을 찾아가고 있어.

후추
   안녕, 나는 후추라고 해. 무지개 동산! 모든 책이 있다는 곳이구나. 소문으로만 들었어.

쎄이
   나는 쎄이야. 나도 무지개 동산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지. 어디 있는지는 모르지만. 나도 언젠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어.

부추
   그런데 여기 쌓여 있는 책은 뭐야? 다 같은 책이네.

후추
   우리는 책을 만들고 있어.

부추
   책을 만들고 있다고? 대단해! 우리한테 책 만드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까?

쎄이
   좋아.


Q. 너희들은 누구니?

후추
   나는 다른 강아지와 함께 살고 있는 후추야. 덕분에 산책을 자주 해. 지금은 출판사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어. 주로 책 홍보 일을 하지. 책과 관련된 콘텐츠를 만들거나 행사를 진행하기도 하고. 대체로 한국 소설이나 에세이를 많이 읽는 편이야. 황정은, 김혜진, 조해진 작가를 좋아해.

쎄이
   내 이름은 쎄이! 나도 출판사에서 북디자이너로 일하고 있어. 과학, 인문, 어린이 도서를 주로 다루는 곳이지. 나는 그래픽 노블과 소설을 많이 읽어. 그중에 그래픽 노블은 수집도 하고 있지. 오사 게렌발, 이윤희, 윤이형 작가를 가장 좋아해.


Q. 지금 가장 가까이에 있는 책은 뭐니?

쎄이
   내 옆에는 『개는 천재다』라는 책이 있어.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 작가의 두 번째 책이지.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책인 이윤희 작가의 『안경을 쓴 가을』도 옆에 있네.

후추
   나는 요즘 핸드폰으로 전자책을 읽고 있어서 종이책이 없어. 요즘 전자책으로 읽는 책은 김소연 시인의 산문집인 『어금니 깨물기』야.


Q. 둘 다 출판사에서 일하는구나! 너희가 하는 일이 궁금해. 어떻게 그 일을 하게 되었는지도!

쎄이
   스치듯 이야기했지만 나는 출판사에서 북 디자인을 해. 여러 기획 원고들 중에 내게 지정된 원고의 내지와 표지를 디자인 해. 그다음에는 인쇄를 맡기고 감리를 가기도 하지. 감리는 인쇄가 잘 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야. 책의 모든 만듦새를 가다듬고, 정돈하고, 책임지는 역할을 하고 있어. 그밖에도 홍보나 행사에 필요한 디자인이 있으면 그런 것들을 만드는 일도 함께하고 있어. 서울국제도서전의 부스 공간을 디자인하기도 하고, 굿즈도 디자인하고.
   예전에는 여러 분야의 디자인 업무를 했어. 잡지 디자인도 해보고, 엔터테인먼트에서도 일해 봤지. 그러다가 콘텐츠가 좋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작업을 하고 싶었어. 더불어 나는 물성을 가진 작업물을 좋아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책이라고 생각했어. 그래서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지.

후추
   나는 홍보 마케팅에 조금 더 집중된 업무를 하고 있어. 온라인 기반의 출판사 채널을 운영하기도 하고, 거기에 업로드할 영상이나 이미지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해. 굿즈나 저자 행사 같은 것들에 아이디어를 더하고 진행을 준비하기도 하지. 최근 몇 년간은 코로나가 유행했잖아? 대면 행사는 어려워서 인스타그램 라이브 행사 같은 것들을 많이 진행했어. 그래서 나는 전반적으로 서점과 소통하는 마케터라기보다는 독자를 대면하는 마케터야.
   출판사에 다니게 된 계기? 나에게는 제법 귀여운 동기가 있어. 다들 어릴 때 책을 쭉 읽다가 어느 날 맨 뒷장의 판권이 눈에 들어온 적 있지 않아? 그때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열심히 읽잖아. 그러다가 판권 부분에서 책을 만든 사람들의 이름을 발견하게 된 거야. 그 사람들의 이름을 찬찬히 읽으면서 나도 그 사이에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하지만 곧바로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한 건 아니야.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했는데 막상 졸업 후에 출판사를 다니려니까 무서웠어. 좋아하는 일에 덥석 뛰어들기 두려웠던 것 같아. 그래서 첫 직장에서는 다른 일을 하다가 이직을 준비했어. 사실 그때는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을 떠올렸을 때 편집자밖에 없는 줄 알았어. 편집자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데 선생님 한 분이 ‘너는 어딘가 상업적인 구석이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야. 그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나는 책 한 권을 존재하도록 만드는 과정도 좋지만, 만들어진 책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게 하는 일에 조금 더 관심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래서 알아봤더니 마케터라는 직무가 있는 거야! 완전 이거다 싶었지!


Q. 일을 시작한 후에 일상에 사소하게 변한 것들이 있어? 무얼 참을 수 없게 됐다거나, 뭘 조심하게 됐다거나.

후추
   나는 일을 시작한 후로 서점에 갔을 때 책이 정돈되지 않은 채로 있으면 정리하거나, 띠지가 책 아래쪽 모서리에 맞춰져 있지 않으면 꼭 제자리에 맞춰 줘야 해. 그게 내가 일하는 출판사의 책이 아니더라도 꼭. 그게 무척 신경 쓰이더라고.

쎄이
   나는 책 표지가 마음에 들면 꼭 판권에서 디자인을 누가 했는지 찾아보게 됐어. 그리고 그분이 하는 디자인들도 찾아보지. 책 표지뿐만 아니라 홈페이지나 스튜디오 등 디자인에 관련된 것 모두.
   또 아무래도 편집자분들과 같이 일하다 보니 맞춤법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되더라고. 메신저를 사용할 때도 조금 헷갈리면 반드시 맞춤법 검사기로 확인하게 됐지. 일부 편집자분들은 메신저를 할 때도 정확하게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지키거든.


Q. 너희들의 독서는 어때? 이를테면 책을 읽는 수단이나 구매 기준 같은 것들 말이야.

쎄이
   나는 모니터로 글을 보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더라고. 전자기기를 통해서 글을 읽으면 뭔가 흘러가는 느낌이 들기도 해. 그런 부분이 나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져서 보통 종이책으로 글을 읽는 편이야. 내 손에 직접적으로 물성이 느껴지니까. 나는 그런 것들을 무척 좋아하거든!
   책을 살 때는 표지가 예쁘거나, 종이가 새롭다거나, 후가공이 독특하게 된 것들에 눈길이 가는 것 같아. 아니면 관심사에 맞는 책들을 고르지. 페미니즘이나 법의학, 심리학 같은 교양서적들을 좋아해. 일할 때는 작업하는 책과 관련된 분야를 찾아서 읽어. 내용도 내용이지만 구성 같은 걸 참고하기도 좋으니까. 회사에서도 레퍼런스가 될 만한 도서를 구매할 때는 지원을 해주거든.

후추
   나는 종이책, 전자책 단말기, 아이패드 모두 쓰고 있어. 가끔은 컴퓨터로 보기도 하고. 구독 서비스가 많이 늘어났지만 코로나 영향이 더 큰 것 같아. 전에는 어떤 신간이 나왔나, 어떤 분위기의 책이 많나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서점에 나갔거든. 하지만 코로나로 이런 일정이 점점 줄어들다 보니 오히려 SNS 같은 곳에서 어떤 책의 홍보물을 보고 흥미가 가면 바로 검색해서 전자책으로 읽게 되는 거야. 그 자리에서 바로바로 확인하게 되더라고.
   원래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작가들의 책이 나오면 대부분 곧장 읽게 돼. 다만 종종 직업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들도 있지. 표지나 뒤표지, 띠지에 있는 문구를 자세히 봐. 보도 자료를 읽기도 하고 서점의 MD분들이 써주는 추천서를 자주 읽게 돼. 그러다 보면 가끔은 내가 영업을 당해버리기도 하는 거야. 그렇게 일하면서 알게 됐다가 개인적으로 구매한 책도 무척 많아. 굿즈가 재미있는 경우 관심이 가는데 최근에 인터넷 서점에서 선택한 굿즈가 기억에 남아. 문학동네 책을 한 권 사면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정보를 타블로이드판 잡지처럼 만들어서 줬거든? 그 작가의 다른 작품의 번역서가 없어서 아쉬웠는데 그 아티클로 작가에 대한 정보를 충분히 주더라고. 그래서 최근에는 그 굿즈를 흥미롭게 봤어. 평소라면 그다지 눈길을 사로잡지 못했을 텐데, 그런 방식으로 굿즈를 구성해서 작가를 소개했다는 점이 마케터 입장에서 새로웠던 것 같아.


   후추가 코로나 이후로 전자책을 보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했잖아. 서점에 가지 않았던 것 말고도 다른 이유가 있어?

후추
   실은 나도 책을 꽤나 수집하는 편이었지. 게다가 전에는 주기적으로 서점을 다녔으니 간 김에 한두 권 사오는 건 일도 아니잖아? 또 온라인 서점은 3만 원, 5만 원 이런 식으로 구매 단위에 따라 굿즈가 딸려오니까. 그렇게 쌓아 둔 책이 꽤 되는데, 내가 출퇴근을 하다 보니까 몰랐던 것 같아. 그런데 코로나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면서 확실히 느꼈어. 원래 자리를 차지하던 책도 있는 데다가 회사에서 업무 참고 차 가져오는 책들도 꽤 됐어.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복잡한 방이 눈에 들어오더라고. 물리적으로 공간이 너무 모자라는 거지. 책에게도 충분히 공간을 줘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니까 그 안에 있는 내가 너무 답답한 거야. 방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책들에 버거움을 느꼈달까? 그러다 보니 훨씬 자연스럽게 전자책으로 넘어가게 된 것 같아. 게다가 텍스트 콘텐츠 기반의 사이트가 늘고 있잖아. 이를테면 퍼플리, 폴인, 롱블랙 같은 곳들. 이런 곳들을 자주 모니터하다 보니까 겸사겸사 전자기기로 글을 보는 것에 대한 허들이 많이 낮아진 것 같아.


Q. 최근에 재미있게 읽은 책은 어떤 책이야?

후추
   나는 아침달에서 나온 강지혜 시인과 이영주 시인이 서로 번갈아가면서 쓴 산문집인 『우리는 서로에게 아름답고 잔인하지』를 재미있게 읽었어. 도서전에서 표지가 너무 예뻐서 다시 부스에 와서 사야지 했는데 까먹었어. 그래서 또 전자책으로 구입하게 됐어. 이 책은 두 시인이 따로 상담을 받고, 그 내용이나 자신의 힘든 이야기를 편지식으로 주고받으면서 서로 응원해 줘. 중간중간에 각자의 산문도 실려 있어.
   나는 코로나를 겪으면서 이전과 후가 달라졌다고 느끼거든. 두 분도 코로나 시기에 상담을 받기 시작했대. 상담을 받으면서 두 사람 모두 과거의 어떤 시점이나 사건을 서로에게 털어놓게 되기도 해. 분명 두 시인이 서로에게 주고받는 메시지임에도 내가 중간에서 많은 위로를 받았어. 그러다 보니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기억에 남아.

쎄이
   내가 최근에 읽은 건 황예지 사진작가의 『다정한 세계가 있는 것처럼』이라는 에세이야. 본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고, 좀 아픈 이야기도 담겨 있지. 그런 이야기들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모아 놓은 책이야. 책에 담긴 사진과 여러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도 위로받았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단어나 문장들이 아주 예뻐. 사진작가인데 글까지 잘 쓰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도 들고. 작가가 다음에 어떤 책을 쓸지 궁금해지는 책이기도 해. 책이 작고 얇은데도 소장 가치가 있는 책이야.


Q. 재미있게 읽은 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듣다 보니까 일을 하면서 흥미롭게 읽은 책들도 궁금해.

쎄이
   최근에는 어린이나 청소년을 위한 책들도 많이 보고 있어. 그중에 작년에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긴긴밤』이 가장 먼저 생각나. 이야기도 너무나 짜임새 있고 그림도 너무 좋은 데다가 책을 다 읽고 나서 감동과 여운이 오래가는 책이었지. 가장 대단하다고 느꼈던 건 책의 저자인 루리 작가가 그림과 글 모두를 작업했다는 사실이야. 보통은 글 작가, 그림 작가 따로 있잖아. 그런데 이분은 혼자서 두 가지 작업을 다 했으니까 아주 놀라웠지. 우리 출판사에서도 이분을 섭외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니까. 이후에는 『긴긴밤』 표지가 하나의 참고점이 되었던 것 같아. 사람들의 반응을 보고 ‘이런 표지 디자인, 이런 구성을 좋아하는구나’ 하고 생각했지. 참, 한 가지 더! 그 책은 PUR 제본이라고 쫙 펴지는 제본이었어. 보통 책들은 무선제본으로 제작되는데 그런 책들을 읽다 보면 가운데가 묶여서 말려 있잖아? 그런데 PUR 제본은 그렇게 묶여서 누락되는 부분이 없도록 하는 방식이야. 쫙 펼쳐지도록 해서 그림과 글을 더 편하게 잘 볼 수 있게 한 거지. 표지에는 벨벳 코팅을 해서 부들부들한 느낌을 주기도 했고. 그런 다양한 방식을 통해서 만듦새에서도 따스함을 함께 가져간 것 같아서 인상 깊었어.

후추
   브랜드에 이미지를 만드는 걸 브랜딩이라고 해. 나는 마케터로 일하면서 브랜딩 도서를 많이 읽게 된 것 같아. 최근에 그런 분야의 책이 많이 나오기도 했고, 퍼스널 브랜딩이라는 말도 유행했잖아? 그래서 기업에서 브랜딩을 한 전문가들이 책을 많이 냈어. 최근에 본 건 두 권인데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와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라는 책이야. 『행복을 파는 브랜드, 오롤리데이』는 오롤리데이라는 문구 브랜드에서 제작된 책이야. 이곳은 창업자가 스스로를 많이 투영해서 브랜드를 대변하다가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이 부분을 어떻게 조직으로 확대하고 운영해 나가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책이지. 『그래서 브랜딩이 필요합니다』는 ‘하나의 브랜드가 어떻게 독자나 고객들에게 인식될지’, ‘어떻게 스토리텔링을 해나갈지’, ‘그러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 이런 지점들을 사례를 통해서 설명하는 책이야. 내가 업무에서 주로 다루는 부분이 SNS니까 아무래도 젊은 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그래서 ‘내가 일하는 출판사를 어떤 이미지로 보여주면 좋을지’, ‘여러 장르의 책들을 어떻게 소개하면 좋을지’ 이런 고민에 도움이 돼.
   나는 공감이라는 말을 무척 좋아하고, 그런 콘텐츠를 만들고 싶은데 보편적인 공감에 가 닿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을 자주 하거든. 오히려 공감에 초점을 맞추다가 책이 제시하는 뾰족한 관점들을 놓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이런 고민들에 브랜딩을 다룬 도서들이 힌트를 주기도 하지.


Q. 기억에 남는 독서 경험이 있어?

쎄이
   나는 우울증이 있어. 그 원인을 찾아보고 싶어서 심리, 뇌과학 분야의 책을 찾아보곤 했어. 『나도 아직 나를 모른다』라는 책을 접했는데, 정보, 자료 기반으로 증상이나 상황을 명확하게 분석해 주는 것 같아서 많은 위안을 받았어. 나도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가진 게 그 책을 통해서였지.
   요새는 개인적인 정신 질환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오잖아. 『정신병의 나라에서 왔습니다』도 있고 『나는 오늘 나에게 ADHD라는 이름을 주었다』도 있고. 정신적인 질병에 대해서 더 열려있고, 나의 이야기를 꺼내서 서로 공감하면서 이게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하는 문화가 형성되는 것 같아. 그게 나는 반갑고 좋아. 그래서 요새는 그런 책들도 많이 보고 있어.

후추
   첫 직장을 그만두고 출판사에서 일하고 싶어서 취직 준비를 하던 시기가 있어. 그때 읽었던 책들이 제일 깊이 남아 있는 것 같아. 그때 읽었던 게 김혜진 작가의 『어비』와 황정은 작가의 『계속해보겠습니다』야. 비슷한 시기에 읽어서 그런지 이 두 권은 세트처럼 마음에 남아 있는데……. 이게 내가 뭐가 되려고는 하는데 이게 되는 건지, 될 수는 있는 건지…… 아무도 나를 증명해 주지 않고……. 또 어디에서 뭘 해야 될지 막연하고……. 그 당시에는 출판사 경력이 없이 출판사 입사를 준비하는 게 더 막막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 원래 하던 일을 그만두고 출판사에 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경험이 없으니까……. 이 일이 정말 내게 맞을까 걱정도 됐어.
   『어비』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도 뭐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 그 과정에 있는 사람들이었던 것 같아. 지금 생각나는 건 공원에서 줄넘기를 매일같이 하는 인물이야. 뭐가 되든 안 되든 계속하는 그런 이미지라든지 인물들한테서 위로를 받았어. 『계속해보겠습니다』도 후반부에 어떤 인물이 ‘그러니까 제대로 생각해야지, 계속’ 이런 말을 했는데, 그게 왠지 그때는 힘이 됐어. 내가 이걸 놓치지 말고 피하지 말고 그냥 될 때까지, 언제 될지는 모르지만 해보자라는 약간 그런 내적 경험이었던 것 같아.
   최근에는 여행을 갔다가 그곳 서점에서 캐롤라인 냅의 『개와 나』라는 산문집을 사서 여행 기간 동안 읽었어. 강아지를 오래 키우다가 보내고 다시는 강아지를 못 키울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 책을 보는 순간……. 강아지와 함께할 때만의 세계와 안정감이 있었다는 게 다시 떠올랐어. 그러고 나서 한두 달 고민하다가 새로운 강아지를 데려오게 되었거든. 나한테 큰 변화를 준 책이야.


Q. 너희는 책을 만들어내는 일을 하고 있잖아. 혹시 이 일을 하게 되면서 문학생활에 변화가 있어?

쎄이
   다양한 관심사를 갖게 된 것 같아. 사실 과학이나 어린이, 청소년 도서는 잘 몰랐거든. 게다가 조금 더 자세히 들어가면 분야 자체가 생소한 것들도 많아. 그래서 책을 만들려면 생소하더라도 그 주제에 대해서 어느 정도 파악해 보려 해. 관심을 가지고 관련 자료도 찾아보고, 기사가 있다면 꼼꼼히 읽어 보기도 하고, 이미지를 여럿 검색해 보기도 하면서 말이야. 그래야 디자인의 방향성을 어느 정도 정할 수 있어. 예전에는 슈뢰딩거의 법칙, 양자물리학…… 이런 분야에 전혀 관심이 없었어. 그런데 내가 디자인을 해야 하니까 주변에 알고 있을 만한 사람들에게 묻기도 하고, 내가 직접 자료를 찾아보면서 관심사가 다양해졌달까? 이런 점이 무척 기쁘고 긍정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 사람이 뇌를 쓰는 부분만 계속 쓴다고 하잖아.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것만 계속하면 시야가 좁아졌을 텐데 디자인 분야가 이렇게 다양하니까 지식이 넓어지는 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즐거워. 덕분에 디자인 자체도 확장되는 기분이 들거든.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한번 보게 되니까!

후추
   나는 지금 근무하는 곳이 두 번째 출판사야. 처음에는 인문 철학 서적을 주로 다루는 곳에 다녔지. 그래서 어떤 정보를 전달하는 내용의 책들을 많이 읽었어. 그게 익숙하기도 했고. 나도 그런 걸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지. 문학 중에서 시를 좋아하는지, 소설을 좋아하는지 묻는 질문을 받으면 시는 잘 못 읽겠다고 말하는 사람이었고. 시집은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어떻게 읽으면 좋을지 모르겠더라고. 그렇게 오랫동안 스스로 ‘나는 시를 잘 못 읽는 사람이구나’, ‘시를 읽기에 집중력이 너무 없는 것 같아’ 이런 생각을 하면서 더 쉽게 읽히는 책들을 주로 읽었지. 그런데 지금 다니는 곳은 문학도 많이 다뤄. 그러다 보니 시도 많이 읽게 됐어. 그러다 내가 시집을 읽는 방식이 너무 서툴렀다는 걸 깨달았지. 내가 조금 더 마음을 편하게 먹고 읽어도 괜찮았을 텐데 너무 긴장했던 것 같아. 인문 철학 책이나 소설책을 읽듯 책갈피를 끼워 놓고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던 거야. 언젠가 가수 요조의 산문집에서 이런 말을 봤어. ‘시집은 완독이 없는 것 같다.’ 정확한 문장은 아니지만 비슷한 뉘앙스의 문장 덕분에 무척 위안이 됐어. 내가 잘못 읽고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달은 안도감이랄까? 그래서 이제는 내가 원하는 부분부터 보기도 하고, 집중이 되는 부분에는 오래 머물기도 해. 그 책을 읽고, 또 일하면서 만나게 된 변화였지.
   한편으로는 문학은 날것으로 마음에 가 닿을수록 더 깊이 남는 문장이나 작품들이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나는 그런 문학의 일부를 떼어다가 독자들에게 권하는 콘텐츠를 만들잖아? 그러다 보니까 지금 내가 선택한 문장이 다른 독자들에게도 보편적으로 눈길을 끄는 게 맞는지 고민하기도 해. 한편 다른 독자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서 스스로 나라는 독자와 약간의 거리를 두려고 애쓰기도 하고. 그런데 이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무척 어려워. 다른 마케터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는데 비슷한 고민을 하더라고. 어느새 나의 독서를 하기 점점 어려워진다고 말이야. 카피로 쓸 수 있는 문장들을 고르면서 읽느라 책을 마구 넘기기도 한다는 거지.
   또 요즘은 부쩍 내 마음을 건강하게 유지하려고 해. 내가 우울하거나 기분이 침잠하는 날이면 아무래도 글에서 그런 내용들이 조금 더 눈에 띄어. 감정적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건강한 마음을 가지려고 신경 쓰고 있지.

부추
   쎄이는 과학이나 사실에 기반한 책들을 읽으면서 위안을 얻는다고 했는데 후추도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책에서 위로를 받기도 해?

후추
   과학적 사실에 기반한 책들은 추천 받았을 때 종종 읽어. 『우울할 땐 뇌과학』이라는 책을 동생이 추천해 줘서 읽었는데 생각보다 되게 명쾌하게 해결되는 게 많더라고. 그동안 비슷한 감정의 글을 읽었을 때는 ‘나만 이런 건 아니야’에서 위로를 받았다면 『우울할 때는 뇌과학』에서는 오히려 명쾌했던 것 같아. ‘내가 이럴 때 이랬고, 저럴 때 저랬는데 이거는 그럴 수밖에 없구나’, ‘호르몬이나 상황상 그럴 수밖에 없었구나’ 하고 말이야. 위로를 받거나 지지받는 느낌이랄까?

 

 

계속….

 

 

 

'그림 효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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