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킹에게도 이상형은 있다 외 1편

[창작시]

 

 

마네킹에게도 이상형은 있다

 

 

강영선

 

 

 

 


      그녀의 이상형은 심장이 두 개 있는 사람


      밤마다 독이 든 사과를 먹고 깨어나는 꿈을 꾸죠


      주인공은 언제나 그녀가 입은 드레스를 감정으로
      만지고 지나가죠


      어색한 사이란 삼월과 시월이 만난 자리


      밤이 모서리를 접어 그녀의 심장을 마사지하면
      그녀가 입었던 옷들은
      옷장에서 실밥을 뜯고 있죠


      발목이 시려 눈 뜨면 불빛이 눈 부셔 다시 잠들고


      그녀는 내 대신 있는 나 같아요


      우리는 언제쯤 영원히 잠들 수 있을까요


      밤을 지키는 어둠이 얇아지기를 기다리는 새벽
      거꾸로 말린 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어요
      피울 수 없는 건 죄가 아니죠


      웬만하면 잠이 드는 곳
      잠든 얼굴들이 모여 비가 되는 곳


      떨어지는 줄 모르고 떨어지는 불빛에 서늘한 표정을
      맡기고 있는 유리 안


      여기 잠깐만 봐주세요
      소리는 손가락 끝에 매달려 원을 그리고
      무심결에 터진 파란 정맥


      저 저 사람 좀 잡아 주세요

 

 

 

 

 

 

 

 

우체부가 없는 동네

 

 

 

 


      사람들은 내뱉고 싶은 말이 넘치면 화분에 나무를 심습니다
      말하고 싶은 나무의 잎을 끓여 우표에 바르고
      왼쪽 가슴에 붙입니다
      동과 동 사이에 잎 냄새가 가득합니다
      아래층 사람은 가시나무 잎을 끓이고 있습니다
      시끄럽다고 우표를 붙여 창틀에 걸어 둡니다
      위층 사람은 이파리가 많이 달린 아카시아 잎을 
      끓이고 있습니다
      새가 우표를 숲으로 물어 나르고 있습니다
      숲에 사는 나무들이 떨고 있습니다
      아파트 창문마다 우표가 국기처럼 나부낍니다
      애국심이 생길 거 같아 창문을 닫습니다
      회오리바람이 부니 우표들이 기둥을 만들어 하늘로
      치솟아 오릅니다
      하느님도 하고픈 말이 많은가 봅니다
      잎 냄새가 눈처럼 쏟아집니다
      왼쪽 가슴에 파란 물이 든 사람들이
      우체국으로 갑니다
      우체국 사람들은 눈을 감고 냄새를 맡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노을 냄새가 납니다
      셔터를 내리고 동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집니다

 

 

 

 

 

 

 

 

 

 

 

 

강영선
작가소개 / 강영선

2022년 《농민신문》 신춘문예.

 

   《문장웹진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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