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그래 외 1편

[창작시]

 

 

그래 그래

 

 

양승수

 

 

 

 


      아침으로 저녁을 살고
      저녁을 가져다가 아침을 잊는다
      아침을 다 잊을 수는 없지만 중요하지 않다
      저녁은 숨구멍, 도피처, 저금통, 알약
      비가 새는 하늘 대신과 때문이라면
      아침은 뭘까
      질문으로 질문을 삼듯이
      아침으로 아침을 사는 날도 있겠지
      그렇다 해도 다르지 않아
      아침에서 저녁으로 가는 길에
      모든 사람 만나지 않았던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모든 사람을 만나고 말았지
      이제 아침에서 아침까지 가볼까
      결국 제자리였을까
      망토는 죽음을 흉내 내는 것을 누구에게 배웠을까
      아직은 망토를 생각할 뿐
      생각이라는 포장지를 풀지는 않을 거야
      가위 칼 따위 산 적이 있던가
      그렇게 살지 못했어 아쉬움이 가득해
      안개처럼 말이지
      아침이 뿌옇게 시작하는구나
      다행이야 도망칠 저녁이 있어서
      저녁에 도착할 때쯤
      다시 저녁으로부터 출발해야하는 것만 빼면
      퍽 나쁜 것 같지 않아
      그래 그래 맞아 그래
      하지만 그게
      꼭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몰라
      안다고 뭐가 얼마나 달라졌으려나
      큰 것은 혼자서도 커다랗게 클까
      아침에 저녁을 포개면 꼭 맞을까
      네 볼에 입을 맞추면 꼭 맞을까
      죽음으로 가며 목적은 그게
      아니라고 하던데 무슨 말인지
      너는 아는 거지
      그래 그래

 

 

 

 

 

 

 

 

인상착의

 

 

 

 


      평범하지만 수상한 걸음걸이가 있다
      이웃과 지나칠 때 자연스레 눈인사 주고받지만
      깃털처럼 가벼워 발이 둥둥 떠 있는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하는 사람
      뒤돌아서면 어느새
      허리 위까지 떠오르고 더 높이 올랐다가
      천천히 2층 난간에 내려앉는 옆모습
      깊은 새벽,
      누군가는 잠깐 깨어 화장실에 다녀오는 시간
      코앞의 답답한 천장을 밀어내고 다시 잠이 드는
      어쩌다가 창문이라도 열어 놓고 잠든 날이면
      약수터 근처까지 흘러와
      안개 속에서 아침을 맞기도 하는
      수저의 무게와 수저의 의지로 밥상에 내려앉아
      탁하게 흘러가는 신문 활자의 물결을 들여다본다
      유리창에 파리가 탁탁 몇 번 소리를 내다가 잠잠하다
      건조한 사무실, 목까지 채워진 단추가 아니면
      벌써 증발되어 없어졌을 앞모습
      여느 열쇠와 같이 하루 종일 달랑거리며
      열쇠고리에 매달려 있지만
      어떤 자물쇠도 열어 본 적 없는
      당신 가족에 섞여 스스스 발소리도 없이 다가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방금 집으로 들어가는 뒷모습
      문이 닫힐 때 뒤돌아보는데도
      여전히 뒷모습이다

 

 

 

 

 

 

 

 

 

 

 

 

양승수
작가소개 / 양승수

문예창작, 문화인류학 공부. 2022년 《무등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문장웹진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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