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델바이스 작은 뜰 펜션 외 1편

[창작시]

 

 

에델바이스 작은 뜰 펜션

 

 

백가경

 

 

 

 


   우리는 언제나 잊고 있었지 하지만 여긴 정말 좋아 이렇게 좋을 수 있을까 고기를 한 점 더 먹어 봐 자연에서 먹어서 더 자연스럽고 맛있지 부드럽고 더 감칠맛이 있지 자 술잔을 들어 건배 우리의 좋은 날을 위하여 앞으로의 꽃길을 위하여 그런데 그 꽃길 가본 적 있니 베르길리우스 스트리트에 있는 그 꽃길 엄청 유명해 굉장히 잘 알려졌지 전 세계 사람들이 모두가 그 길에서 사진을 찍기 원해 꽃길 한가운데 서서 얼굴에 턱받침을 하고 찍어야 한대 시그니처 포즈래 그게 그러면 꽃 아니 꼭 거기에 핀 꼭 아니 꽃 같아 보인다더라 아무튼 여기 진짜 좋지 정말 좋아 인생 명소야 인생이 죽기 전에 꼭 한 번 와봐야 할 명소지 인생 찰칵 찰칵찰칵찰칵


   덜컹


   남양주시 가평군 두메촌 38-1 에델바이스 작은 뜰 펜션
   1일 금요일 단체 5명 가족 추정 1박 2일 하늘방
   2일 토요일 남자 2명 여자 2명 50대 동호회 추정 1박 2일 청춘방
   3일 일요일 여자 1명 남자 1명 커플 2박 3일 (일회용품 추가 금액 후불) 하늘방
   4일 월요일 하늘방 남자 먼저 체크아웃 새벽 네 시경
   5일 화요일 하늘방 청소용역 방문, 혈흔 제거에 세제 금액 추가 입금해야 함 45만 원 우리은행


   *공지*
   성수기 예약 손님 급증으로 올해 12월까지 에델바이스 작은 뜰 펜션의 모든 방을 예약하실 수 없습니다. 추후 예약 취소 시 스위트룸(하늘방)부터 새 공지 띄울 예정입니다. 저희는 단 하루의 쉼이라도 여러분께 인생 사진을 남기고 인생 여행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좋아요 1,392


   철컹


   울음을 그칠 수 없는 자 들어올 수 없습니다
   혁명을 원하는 자 들어올 수 없습니다
   잡음을 생성하거나 에너지를 빼돌리는 자
   몸집이 작고 짖는 자
   공부하는 데 인생을 바치는 자 들어오지 마세요
   양해부탁드립니다


   다음날
   오후 3시


   체크인


   진짜 좋다 좋다 이렇게 좋을 수 없을 거야 투명하고 커다란 창문을 통해 봐봐 정말 좋지 아름다워 자연은 언제나 이렇게 영롱하지

 

 

 

 

 

 

 

 

 

 

 

Cul-De-Sac
(늘 그렇듯 당신이 할 수 있는 가능한 최고의 속도로 읽을 것)

 

 

 

 


   쿨데삭으로 읽었는가 퀴드삭으로 읽었는가 그도 아니면 컬드색? 이는 굉장히 중요한 의제이자 기준이자 이 시를 읽을 자격 요건이다


   우리 모두 퀴드삭으로 올바르게 읽었을 것을 상정한다 우리는 미국에 한동안 살았거나 휴가 때마다 유럽을 방문하여 이 표지판을 자주 목격했고 그 표지판이 보이면 고급 전원주택이 나타날 것이며 먼저 들어온 차가 우선으로 진입하는 로터리가 진행됨을 예측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단어에서 매력을 느끼고 이 단어로 뭐든 써보고 싶은 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다고 치자 작가는 한 사람의 배경을 만화경 보듯 선연히 알려주는 이 단어가 매력적이고 자신의 시를 읽는 사람이라면 이 정도 단어를 알고 있기를 자연스럽게 원한다


   퀴드삭 막다른 길 이제부터 길 없음 백 야드가 일반 주택보다 많이 확보되어 일대의 집값이 평균 이상을 훌쩍 넘는 동네


   작가는 이 모든 이미지가 마음에 들 것이다 인생을 막다른 길에 비유해 보거나 한 길로만 통하는 로터리로 대유해 보기도 할 것이다 작가는 일주일 내내 브런치를 곁들인 퀴드삭을 마주할 것이고


   막다른 길 없는 길 진행할 수 없는 길 수려한 건축 공법으로 지은 전원주택보다 막다른 길이 머릿속을 황홀하게 지배하는 것을 느낄 것이다 작가는 꿈에서도 퀴드삭을 볼 것이다 어머니가 있었죠 어머니는 제 앞에서 길을 안내하셨습니다 큰 대로를 건너서 작은 오솔길로 저를 이끌었어요 조금 걷다 보니 길이 끊겼고 어머니는 밤의 바다로 황금 로봇이 되어 날아가셨죠 바다와 하늘의 경계에서 저만 남았어요


   작가의 팬들은 황금 로봇 어머니가 날아가고 나만 혼자 된 부분을 특히 좋아할 것이다 강원도 양양 바다에는 ‘…저만 남았어요’라는 문장을 박은 포토존이 설치될 것이다 유럽이나 미국에는 한 번도 가본 적 없지만 휴가마다 강원도를 찾는 사람들의 얼굴 사진과 작가의 문장이 적어도 삼 년 이상 여름의 피드를 장식할 것이다 예상했겠지만 그의 시집은 광화문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가판대에 오를 것이고 이로써 또 한 명의 스타 작가가 탄생할 것이다

 

 

 

 

 

 

 

 

 

백가경
작가소개 / 백가경

202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음.
moonhalo100@gmail.com

 

   《문장웹진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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