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탁은 자꾸 살아난다 나는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외 1편

[창작시]

 

 

식탁은 자꾸 살아난다 나는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이신율리

 

 

 

 


      식탁에서 식탁까지 소문이 걸어오는 동안 식탁의 생각을 듣는다 아보카도를 썬다


      아보카도를 먹은 뉴스가 식탁으로 미끄러진다 시시한 것들이 제 그림자를 숨기는 정오에 아보카도 카나페, 초 간단 레시피가 살아난다


      꽃무늬 식탁보를 깔지 않아도 아버지는 트럭을 몰고 왔다 트럭이 오는 날이면 세상은 꽃처럼 터졌다 식탁이 자꾸 살아난다


      식탁에서 가장 튼튼한 곳은 팔꿈치가 닿았던 자리 아버지와 함께 앉았던 자리가 살아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말을 했지만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보카도를 생각한다


      트럭의 뒤꿈치를 닮은 아보카도를 심는다 심기만 하면 생각대로 돋아날 것 같아 아보카도가 살아난다


      새싹이 돋아나면 탬버린을 연주했다 거짓말처럼 이파리가 커다란 식탁이 살아난다


      아보카도 샌드위치에 자글자글 하루를 얹는다 우거지는 아보카도를 생각해서 쉬지 않고 아보카도가 자란다

 

 

 

 

 

 

 

 

달팽이의 비문증

 

 

 

 


      나비가 바다를 끄는 암초 숲을 지나고 있어


      동공에 쌓은 오래된 질문, 왼돌이 달팽이의 등은 바람을 만들지도 몰라


      이마를 짚어 주는 더듬이
      달팽이가 밟으면 가장 얇은 소리가 난다는 길을 비켜가지


      길이 생겨나고 있어 물방울 계단을 허물지 않고서도
      구름처럼 입 꾹 다물고 맨살을 내어줄 수 있는 이유


      주근깨 돋는 한낮은 안개꽃 천지야
      동공 속 이야기를 지고 두더지는 파밭을 언제 다 지나가나


      눈 뜨고 자는 밤엔 이 밤부터 내일까지 비가 올지도 몰라
      크고 둥근 뼈를 그려 보거나 처음 들었던 빗방울 소리를 떠올리면 뿔이 쑤욱 자라서


      물결처럼 팽이를 감고 질문인 것처럼 문을 열고


      살 만한 이유에 물기가 돌면 풋살구 같은 신 벗고 바다를 향해 꿈쩍꿈쩍 나아가지


      감았던 눈을 떴어 눈 속으로 바다, 젖은 날개를 털고 날아가는 나비

 

 

 

 

 

 

 

 

 

 

 

 

이신율리
작가소개 / 이신율리

2019년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

 

   《문장웹진 2022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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