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도

[단편소설]

 

 

지하도

 

 

차수진

 

 

 


    초등학교 운동장에 먼지바람이 일었다. 영주는 손을 들어 눈가를 가렸다. 티끌을 막기 위한 손바닥이 작은 그늘을 드리우며 시야를 좁혔다.
    학교 정문 너머로 불뚝 솟은 아파트 단지가 보였다. 깨끗하게 정렬된 신축 아파트 건물 뒤에는 청량한 하늘이 펼쳐져 있었다. 흰색과 푸른색 페인트를 두른 채 햇볕을 양껏 받은 아파트 단지의 위용은 학교 후문 쪽으로 펼쳐진 허름한 주택 단지와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이곳 아파트에 이사 오고 나서 영주는 딱 한 번 주택 단지에 발을 들인 적이 있었다. 작년 초, 아들 준이가 입학하게 될 초등학교를 구경하러 간 날이었다. 준이의 손을 잡고 걸어간 그곳에는 낡은 조립식 건물들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모양새로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어선 골목 끝에는, 잡초가 무성한 공터 옆에 반쯤 불탄 창고가 덩그러니 서 있었다. 내부가 훤히 드러난 창고 안에서 대여섯 명의 검댕 묻은 아이들이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지켜보던 준이가 영주의 손을 놓고 창고 쪽으로 걸어가려 했다. 영주는 황급히 준이의 몸을 돌려 세웠다. 그리고 익숙한 아파트 단지 방향으로 준이를 이끌었다.
    학교 정문 바로 앞에 아파트로 향하는 지하도가 있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다. 아파트 단지에 사는 아이들이 지하도를 통해 6차선 도로를 건너가는 모습을 보면서, 영주는 학교가 아파트 단지 쪽에 위치했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곧 준이의 하교 시간이었다. 영주는 2학년 교실 건물 앞으로 가서 준이를 기다렸다. 서너 명씩 몰려다니는 아이들 뒤에 홀로 있는 준이가 보였다. 이곳에 이사 온 지 4년째건만 준이에게는 아직도 ‘동네친구’라 부를 만한 아이가 없었다. 준이는 주눅 든 표정으로 땅만 보며 걸어왔다. 영주는 준이를 큰 소리로 불렀다. 준이와 주변 아이들의 시선이 영주에게 꽂혔다. 영주는 학교 바로 앞에 자리한 분식점에서 준이에게 1,000원짜리 아이스티를 사 먹였다. 주변에 있던 준이의 반 친구들도 불러 모아 함께 사 먹였다. 달짝지근한 음료를 선물한 대가로 준이와 놀아 달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떼지는 못했다. 역시나 아이스티 컵을 받아 든 아이들은 준이만 남겨 놓고 저들끼리 사라졌다.
    영주는 준이의 손을 잡고 지하도를 걸었다. 기껏해야 100m도 되지 않을 지하도는 아이들이 그린 낙서와 먹다버린 떡볶이 컵, 내려앉은 먼지 따위로 어수선했다. 벽에서는 눅눅한 곰팡이 내가 났고 천장 모서리에는 거미줄이 쳐져 있었다. 기왕이면 전망이 탁 트인 육교가 놓였으면 좋으련만, 하필 어두운 지하도가 학교와 아파트를 잇는 것이 꺼림칙했다. 그러나 땅만 보고 걷는 준이에겐 그 길이 그 길 같은지, 준이는 아무런 불만을 표하지 않았다. 하긴 준이는 무엇을 물어도 “좋다”, “싫다” 하는 말이 없었다. 늘 영주가 한 발 앞서 준이의 손을 잡고 길을 터주어야 했다. 그러나 아이가 클수록 그 마음을 짐작하는 일이 점점 어려워졌다. 준이와 나란히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날은 언제가 될까? 괜히 조급해져 보폭을 넓히던 영주가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지하도 출구를 가린 그림자 때문이었다.
    집 방향으로 놓인 지하도 계단 위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캡 모자를 눌러 쓴 여자는 빨간 배낭 속에 담긴 옷걸이와 옷을 주섬주섬 꺼내더니 그것들을 바둑판 모양의 판에 걸었다. 아무런 규칙 없이 듬성듬성 옷이 걸렸다. ‘무조건 2,000원’이라고 쓰인 종이 쪼가리도 바닥에 놓였다. 걸린 옷가지는 10벌도 채 되지 않았으나 종류는 다양했다. 반바지, 속바지, 한복 저고리 등 통일성이라고는 없었다. 같은 디자인으로 2벌 이상 나온 옷이 없는 걸 보면, 아무래도 본인이 입던 옷을 파는 것 같았다. 두서없이 전시된 옷들은 황사를 담은 봄바람마냥 성기고도 황량해 보였다.
    ‘여기서 옷을 팔아 봐야 살 사람이 없을 텐데…….’
    옷을 살 만한 성인들은 지하도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지하도에서 한참 떨어진 횡단보도를 주로 이용했다. 하지만 횡단보도 근처에서 옷을 판다고 해도 저런 옷이 팔릴 것 같지는 않았다. 여자가 입고 있는 옷에 비해서는 상태가 훨씬 낫다고 해도 천의 재질이나 마감이 형편없었다. 브랜드 제품일 리도 없고, 디자인도 하나같이 촌스럽기 그지없었다. 옷을 보고 머뭇거리는 준이의 손을 끌어당겼다.
    “이 아줌마 거지 아니래. 옷 장사하는 거래.”
    등 뒤에서 어느 아이의 똘똘한 목소리가 들렸다.

 

***

 


    “건너편 주택 단지 말이야, 곧 재개발 들어간다더라.”
    “드디어?”
    남편이 전해 온 소식에 무심히 대답하면서, 영주는 옷장을 정리했다.
    부동산 투자 정보에 밝은 외지인들이 야금야금 집을 매입해 현재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세입자들이라고 했다. 월세 보증금을 돌려받는다 한들, 근방에서 집을 구하기는 힘들 테니 결국 동네를 떠나야 할 것이다.
    “그럴 줄 알았으면 우리도 그쪽에 집을 좀 사둘 걸 그랬나?”
    이어지는 남편의 말에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아파트 전세 대출을 갚느라 힘겹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남편이었다. 미리 정보를 얻었다고 해도 여윳돈을 마련할 수 있었을 리 없다. 하지만 남편은 부동산 얘기가 나올 때마다 종종 허세를 부리곤 했다. 자신이 되고 싶은 이의 무리에 이미 속해 있는 것처럼. 그러나 영주에게는 재개발로 인해 돈을 버는 사람의 이야기도, 이곳을 떠나야 하는 사람의 이야기도 그저 남의 이야기였다.
    “아까부터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준이네 학교 행사에 내놓을 옷 좀 고르느라고.”
    다음 주에는 준이의 학교에서 바자회가 열릴 예정이었다. 집에서 쓰던 물건이면 무엇이든 내놓을 수 있다고 해서 영주는 옷을 내놓기로 했다.
    “뭐 대단한 일이라고 그렇게 고민을 해? 대충 유행 지난 거 하나만 내면 되지.”
    “그래도 내가 학부모 임원인데 아무거나 내놓을 수는 없잖아.”
    “당신 회사 다닐 때 입던 정장 내면 되겠네. 당분간 그런 옷 입을 일은 없을 거 아냐.”
    영주가 직장을 그만둔 것은 재작년 가을이었다. 그때까지 준이는 짧은 생애의 대부분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혹은 하원 도우미의 집에서 보냈다. 방학에는 부모 없이 외조부모와 조부모의 집에서 며칠을 보내기도 했다. 영주도, 영주의 남편도 야근과 주말 근무가 잦았다. 준이가 눈을 뜨자마자 옷을 입혀 내보냈다가, 준이의 눈이 반쯤 감길 때쯤 집으로 데리고 왔다.
    그래도 준이는 무럭무럭 자라 주었다. 또래만큼 체중이 늘고 또래만큼 키가 컸다. 글자와 숫자를 익히는 속도는 또래보다 외려 빠르기까지 했다. 이따금 혼자 울음을 터뜨릴 때도 있었지만 영주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다른 집 아이들도 그럴 거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라고만 여겼다.
    그러던 어느 날, 준이가 난데없이 소리를 지르거나 발을 구르고, 멀쩡한 동화책을 갈기갈기 뜯어 놓기 시작했다. 영주는 더럭 겁이 났다. 당장 준이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두려웠고, 앞으로 준이의 행동이 더욱 심각해질까 봐 두려웠으며, 무엇보다 아이를 잘못 키운 엄마가 된 것이 두려웠다. 혹시나 하고 유치원 CCTV를 확인한 끝에 준이가 유치원에서 몇몇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준이가 했던 행동은 그네들의 행동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었다. 그 아이들이 준이와 같은 어린이집을 나왔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을 때, 영주는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명색이 엄마가 되어서 아이가 어떤 어려움을 견디고 있는지도 몰랐다는 사실이 영주를 힘들게 했다. 또다시 실수할 수는 없었다. 영주는 준이와 함께하는 시간부터 늘리기로 했다. 유치원을 옮기고 상담센터에 다녔으며 품앗이 육아 모임에 들어갔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는 학부모 임원이 되어 각종 학교 활동에 참여했다. 준이의 등하굣길을 꼬박꼬박 같이 걷고, 준이의 반 친구 이름을 외웠으며 그 엄마도 알아 두었다. 엄마들에게 물어 같은 단지 내 아이들이 많이 다니는 학원에 보내고, 단지 내 아이들이 갖고 노는 장난감을 사주었으며, 단지 내에서 유행하는 옷을 입혔다. 그렇게 하면 준이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으며 클 수 있을 것 같았다. 준이의 앞길을 매끈하게 닦아 놓는답시고 쉴 틈 없이 시간을 보냈다. 어느새 영주는 무언가를 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영주에게는 그리 새로울 것도 없는 일이었다.

 

***

 


    “좀 그렇지 않아요?”
    바자회 행사 준비를 위한 학부모 임원 회의에서였다. 회의를 마무리할 때쯤 지하도에 자리 잡은 옷 장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그때부터 각 반을 대표하는 임원들이 꽤 긴 시간 동안 불만을 쏟아냈다. 애초에 회의 안건이 ‘지하도의 불청객’이었던가 싶을 정도였다.
    “가뜩이나 좁은 곳인데 거길 왜 막고 앉아 있냐고요.”
    “막말로 거기 지하도, 우리가 한 달에 한 번씩 돌아가며 청소도 돕잖아요. 애들 그림이나 서예 작품도 전시해 주고. 가꾸는 일은 우리가 다하는데 왜 엉뚱한 사람이 거기서 이득을 보려고 해?”
    “파는 옷 중에 여자 속옷도 있더라고요. 거기 고학년 남학생들도 지나다니는데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어요? 여자애들도 말은 안 하지만 민망할지도 모르고.”
    “알고 보니 주택 단지 공터 근처에 사는 여자래요. 한 동네 살면서 부끄럽지도 않나.”
    “엄연히 말하면 한 동네라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
    누군가 헛기침을 했다. 임원들은 그녀와 같은 지역 명을 공유한다는 사실조차 인정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럼 시청에 건의하거나 경찰에 신고를 넣어 볼까요?”
    마침내 임원 대표가 말했다. 일순 사람들이 조용해졌다.
    “어찌할까요? 투표로 정할까요?”
    대표가 결론을 종용하자 부대표가 나직이 말했다.
    “너무 야박해 보이지 않을까요?”
    “무슨 소리예요? 다 애들을 위해서인데. 이런 일 하려고 학부모회 있는 거 아니에요?”
    쉽사리 의견을 통일하지 못하고 주저하는 사이에 하교 시간이 다가왔다.
    “이 문제는 다음 회의에서 다시 이야기합시다. 그때 차분히 토론해 보자고요. 세련되게 갑시다, 세련되게.”
    대표는 바자회가 모두 끝난 후에 이 문제를 재논의하자고 했다. 영주는 시간이 아깝다고 생각했다. 영주에게 지하도의 옷 장수는 지하도에 굴러다니는 캔 뚜껑이나 다름없는 존재였다. 너무 사소해서 기억할 필요도 없는 것. 잠깐 거슬려 하다가도 다른 누군가가 치워버려 주겠지, 하고 피해 가기만 하면 되는 그런 것.


    영주가 준이를 학원에 데려다주고 오던 길이었다. 영주의 엄마가 오랜만에 전화를 걸어왔다. 보험설계사 일로 바쁜 엄마는 평소 전화를 잘 하지 않았다. 그런 엄마가 전화를 걸 때는 주로 누군가의 험담을 하고 싶을 때였다. 이번 험담의 대상은 영주의 외삼촌, 즉 엄마의 하나뿐인 오빠였다. 최근 백내장 진단을 받은 외삼촌이 엄마에게 수술비를 빌려줄 수 있는지 물어 왔다고 했다.
    “말이 부탁이지 협박하는 줄 알았다니까? 술에 잔뜩 취해서는……. 돈 빌리겠다는 사람이 태도가 그게 뭐니?”
    엄마의 목소리에는 아직도 불쾌함이 남아 있었다. 사남매 중 유일한 아들인 외삼촌은 다른 가족들과 사이가 썩 좋지 않았다. 대놓고 싸운 적은 없었으나 생판 남처럼 데면데면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다. 영주가 태어나기 전만 해도 서로 안부 전화 정도는 하는 사이였다고 했다. 엄마의 친인척을 통틀어 외삼촌이 가장 잘살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잘나가던 사업이 기울고 재기의 움직임이 연이어 좌절되면서 상황은 조금씩 달라졌다. 당황한 외삼촌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많던 재산은 바싹 마른 모래처럼 바람결에 흩어져 갔다. 그가 소유했던 공장, 상가, 주택이 차례차례 다른 이들의 손에 넘어갔다. 영주가 다섯 살 되던 해에 외삼촌은 이혼을 했다. 자식들이 모두 외숙모를 따라가자, 외삼촌은 말수마저 잃게 되었다.
    그러던 외삼촌이 술에 취해서 외할머니를 크게 원망한 적이 있었다. 급할 때 집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은 탓에 자신의 인생이 망가진 거라고, 집과 논밭을 저당 잡혀서라도 자신을 도와야 했던 것 아니냐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단다. 그날은 외할머니의 칠순 잔치 날이었다. 덕분에 그녀의 형제자매부터 동네 사람들까지 모두 외삼촌의 추태를 목격하고 말았다. 다른 건 몰라도 자식농사만큼은 성공한 사람으로 소문났던 외할머니는 한동안 ‘가장 중요한’ 맏아들의 치부를 숨긴 의뭉스러운 사람이 되었다. 남달리 자존심이 셌던 외할머니는 ‘그렇게 자랑하던 아들이 못 본 새 망나니가 다 되었더라’ 하는 비아냥거림 때문에 한동안 집밖에 나가지도 못했단다.
    엄마도, 다른 자매들도 그때 외삼촌에게 오만 정이 떨어졌다고 했다. 그런데 또 하필 남은 세 자매 중 엄마만이 외삼촌과 한동네에 살았다. 십 수년간 고생해 겨우 마련한 집이 외삼촌이 세 들어 사는 집 근처일 건 뭐냐고, 엄마는 자주 투덜댔다.
    한참을 방황하던 외삼촌은 영주가 다니던 초등학교 앞에서 길거리 장사를 시작했다. 지금까지도 외삼촌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것은 둥근 룰렛판과 네모난 종이 뽑기 판, 설탕을 녹여 만든 얇은 과자 따위였다. 외삼촌은 더러는 지친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있었고 대체로는 어정쩡하게 서서 아이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가끔 영주를 데리러 온 엄마와 외삼촌이 눈을 마주칠 때도 있었다. 그럼 그들은 썩 내키지 않는 얼굴로 가벼운 눈인사를 나누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엄마는 서둘러 자리를 떴고 외삼촌은 전보다 과장된 움직임으로 호객행위에 나섰다. 외삼촌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리가 벌어지면 엄마는 “하필 조카 부끄럽게 장사를 해도 여기서 한담.” 하고 중얼거렸다. 그리고 약간의 다급함과 불안함이 담긴 손길로 영주의 어깨며 등짝에 묻은 먼지를 부지런히 털어댔다.
    그러나 영주는 외삼촌이 부끄럽지 않았다. 사실 엄마의 시선을 떨쳐내고 순수하게 자신의 기억만을 되돌아보면, 어린 영주에게 외삼촌은 좋은 사람이었다. 외삼촌이 잘살았다는 옛 시절은 영주가 너무 어렸기 때문에 기억에 없었다. 엄마 말처럼 외삼촌이 잘살 때도 누이들에게 밥 한 번 사지 않을 정도로 인색했는지 역시 영주는 모를 일이었다. 다만 등하굣길에서 마주치던 외삼촌의 표정만은 또렷이 기억했다. 용돈을 쥐어 준 적은 없지만, 작은 설탕과자 하나 공짜로 내준 적은 없었지만, 외삼촌은 늘 영주에게 반가움을 담은 웃음을 선물했다. 그러다가도 영주가 여러 친구들과 어울려 함께 걸어가는 날이면 일부러 딴청을 피우며 영주를 모르는 척하기도 했다. 어린 마음에도 영주는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나름의 배려임을.
    그러나 설탕 냄새 대신 알코올 냄새와 함께하는 외삼촌은 또 달랐다. 몸을 가누지 못하는 그를 보면서 영주는 ‘술주정을 하는 목소리는 원래 저리 큰 것인가?’, ‘술에 취한 말투는 원래 저리 어눌한 것인가?’, ‘술에 취한 몸짓은 저리 흐느적거리는 것인가?’ 따위의 의문을 품어야 했다. 술에 취한 그가 나타나면 집안 행사의 뒷마무리는 꼭 상을 차리다 만 것처럼, 설거지를 하다가 만 것처럼 이도 저도 아닌 어중간한 분위기로 끝이 났다. 허물어진 외삼촌에게 말을 거는 사람도, 외삼촌의 말을 들어 주는 사람도 없었다.
    “넌 커서도 절대 저런 사람하고는 가까이하면 안 돼. 그런 쪽은 쳐다보지도 마. 알았지?”
    엄마는 영주를 안고 주문처럼 같은 말을 반복했다. 엄마가 말하는 ‘저런 사람’이 술을 과하게 마신 사람인지, 난데없는 불행에 뒤통수를 맞은 사람인지 알지 못한 채 영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쨌든 외삼촌은 엄마가 규정한 ‘우리’의 무리에서 이탈한 사람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외삼촌이 영주의 집 대문을 쾅쾅 두드렸다. 그날따라 부모 모두 바깥일이 있어 중학생이던 영주 혼자 집을 지키고 있었다. 영주는 혼자 있는 집에 술 취한 외삼촌을 들이고 싶지 않았다. 예의상 나가서 용건이라도 간단히 물어야 할지 아예 집에 없는 척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계속 울리는 초인종 소리 때문에 대문 앞에 나서긴 했지만, 영주는 겨우 10cm쯤의 간격만큼만 대문을 열고는 자신이 몸살감기라서 얼른 들어가 누워 있어야 한다고 들릴락 말락 하게 말했다. 그는 영주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그래? ……그렇구나. 그랬어.”를 몇 번 반복하다가 휘적휘적 사라졌다.
    영주는 혼자 위기를 잘 처리했다는 생각이 들어 스스로 뿌듯해졌다. 엄마에게 전화로 자신의 무용담을 전했다. 칭찬 대신 외삼촌이 다시 찾아와도 절대 집으로 들이지 말라는 당부가 돌아왔다. 외삼촌을 한번 집에 들이면 본인의 처지를 한탄하느라 좀처럼 사라져 주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물론 어린 여자애가 혼자 있는 집에 남자 어른을 들이기도 불안했을 것이다. 엄마의 말을 따르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외삼촌이 집밖에서 뭐라고 떠들든 못 들은 척 무시하라”는 당부는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0분이나 지났을까? 또 초인종 소리가 쉬지 않고 울렸다. 처음에는 천천히, 점점 빠르게. 대문을 쾅쾅 치는 소리까지 들렸다. 창문을 살짝 열고 보니, 역시나 외삼촌이었다. 엄마의 말대로 못 들은 척하기에는 외삼촌이 내는 소리가 너무 시끄러웠다. 영주는 읽던 책을 바닥에 던지고 현관문 밖으로 나갔다.
    영주는 단단히 잠긴 대문을 확인한 후, 아까보다는 좀 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왜 또 오셨냐고 물었다. 그는 잠깐만 문을 열어 달라고 했다. 대문을 거칠게 쳐올리던 아까의 기세와는 다르게 거의 사정 조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영주는 엄마에게 혼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시 망설이다가, 그 목소리가 너무 애처로워 대문을 5cm쯤 열었다. 그의 손에서 무언가가 쑥 튀어나왔다. 깜짝 놀라 뒷걸음쳤던 영주에게 그는 “받아라.” 하고 말했다. 영주가 받아 든 것은 약봉지였다.
    “몸……살 감기약이다.”
    그는 열린 문틈으로 손가락 두어 개를 애써 들여놓은 뒤 영주의 머리를 어색하게 쓰다듬었다. 그러고 나서 그가 걸어왔을 방향으로 다시 휘적휘적 걸어갔다. 저녁에 돌아온 엄마는 이딴 걸 뭐 하러 지어오느냐며 짜증을 냈지만, 영주는 나중에 진짜로 감기에 걸린다면 이 약을 꼭 먹어야 할 것 같다는 의무감을 느꼈다. 그러나 약봉지는 영주의 의사와 상관없이 엄마의 손에 의해 쓰레기통에 들어갔는데, 그래서 영주도 외삼촌의 선의와 쓸쓸한 뒷모습을 금방 잊을 수 있게 되었다.

 

***

 


    다음날 영주의 엄마가 다시 전화를 해왔다.
    “이럴 줄 알고 내가 너희 외삼촌이랑 한동네 사는 걸 꺼림칙해 한 거야. 힘든 일 생기니까 결국 나한테 전화했잖니? 남들 보기나 그럴듯하지, 막말로 우리가 집 하나 빼고 가진 게 뭐가 있니? 너희 아빠가 사람만 좋고 능력이라곤 쥐뿔도 없어서 나도 안 해본 고생이 없다. 그래도 난 남한테 손 벌린 적 없어. 자존심을 지켰다고.”
    자존심을 지킬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사람이 있으리란 가정은 엄마에게 없었다. 한참 동안 불만을 토로하던 엄마는 “병원비는 이모들과 나누어 부담하기로 했고, 병문안은 큰이모가 대표로 가기로 했으니 영주 넌 신경 쓸 것 없다.”라고 했다. “그래도 사람 도리는 하고 살아야 하니까 이 정도는 해야겠지, 남들 눈도 있고.”라고도 했던가?
    왜였을까? 수화기를 내려놓는 순간, 지하도에서 옷을 팔던 여자가 떠올랐다. 어울리지 않는 장소에서 어울리지 않는 옷을 팔던 여자. 영주가 존재 자체를 무시했던 여자.
    바자회를 위해 추린 옷들을 쇼핑백에 개켜 넣으면서, 영주는 지하도에 걸려 있던 초라한 옷가지를 떠올렸다. 지하도에 걸린 옷과 이 옷 중 하나를 고르라면 사람들은 주저 없이 영주의 옷을 고를 것이다. ‘누가 더 간절하게 옷을 팔고 싶어 하는가?’보다는 ‘옷을 입었을 때 어떻게 보이는가?’가 구매의사를 좌우할 테니까.
    그날 영주는 꿈을 꾸었다. 춥고 어두운 지하도를 혼자 걷는 꿈이었다. 곰팡이 가루가 콧속을 간질여 숨이 막힐 지경인데 아무리 걸어도 출구가 나오지 않았다. 영주는 원래 색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누렇게 변색된, 점점이 박힌 잔무늬의 형태마저 희미해진 옷을 입고 있었다. 지하도의 옷 장수가 입고 있던 옷이었다. 낡은 옷은 추위를 피하기에 너무 얇았다. 영주가 걸을 때마다 소매와 바지 끝단에서 거미줄 같은 실밥이 풀려 나왔다. 실밥은 바깥으로 떨어지지 않고 영주의 몸으로 자꾸만 감겨 들어왔다. 허벅지까지 감싸고 들어온 실밥 때문에 보폭이 점점 좁아졌다. 뚝뚝. 바깥에서 빗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거센 바람을 타고 온 빗방울이 지하도 안을 적셨다. 새어 들어온 빗물은 금세 바닥 한가득 진흙 구덩이를 만들어 놓았다. 힘겹게 떼어 놓은 영주의 한쪽 발이 진흙 구덩이 속에 박혔다. 다리에 튄 진흙은 거머리처럼 영주의 몸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빠르게 온몸을 덮어 갔다. 진흙이 영주의 머리를 짓누르고 코와 입을 막았다. 진흙 웅덩이 속으로 무너져 내린 영주가 마침내 지하도 바닥에 묻혀버렸다. 지하도에 들어온 한 무리의 사람들이 그녀 위를 밟고 지나갔다. 미처 바닥에 다 잠기지 못하고 튀어나온 콧대가 누군가의 발에 밟혔다. 그는 지하도 바닥이 거칠다고 화를 냈다. 다른 사람들이 걸려 넘어지기 전에 바닥을 다져 놓아야 한다면서 이미 뭉개 놓은 부분을 돌로 거칠게 쳐 내렸다. 마침내 영주의 모습이 지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옷에서 풀려 나온 가느다란 실밥만이 영주가 존재했던 흔적으로 남았다. ‘무조건 2,000원’이 적힌 종이가 바람결에 날아와 실밥 위에 비석처럼 꽂혔다.

 

***

 


    초등학교 바자회가 시작되었다.
    영주는 행사가 열리는 3일 내내 진행을 도울 예정이었다. 자신이 행사장에 있으면 수줍음 많은 준이도 행사에 참여하기가 좀 더 쉽게 느껴지지 않을까 해서 자원한 것이었다.
    “뭐든지 좋으니까 사고 싶은 거 있으면 꼭 사.”
    전날 밤 준이에게 약간의 돈을 쥐여 주며 행사장에 들르라고 신신당부했다. 하지만 준이는 아직 행사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하굣길에 종종 마주치던 같은 반 아이들이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을 틈타 종종 행사장에 들르는 것과는 대조되었다. 누가 권하지 않아도 스스로 찾아와 행사용 엽서를 쓰고, 경품이 걸린 게임을 하고, 물건을 사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그 아이들의 부모가 부러워졌다.
    영주가 담당하는 판매 부스에는 말이 헌옷이지 몇 번 입지도 않은 것 같은 유명 브랜드의 옷들이 터무니없이 싼 값에 늘어져 있었다. 하교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부스를 방문하는 아이 엄마들의 수가 확연히 늘었다. 영주의 부스만 놓고 보면 이 바자회가 아이들의 행사인지 어른들의 행사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였다. 정신없이 물건을 건네고 돈을 받아 정리하는 사이에 오후 세 시가 되었다. 준이의 수업이 끝나고도 한 시간은 족히 지났을 시간이었다.
    영주는 급히 휴대폰을 들어 준이의 전화번호를 눌렀다. 휴대폰이 꺼져 있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방전 때문이라면 차라리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너는 직장까지 그만두고서도 애 하나 제대로 건사를 못 하니?’
    영주 자신이 만들어낸 비난의 목소리가 머릿속을 휘저었다. 담당 부스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학교 곳곳을 뒤졌다. 어디에도 준이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한참 뒤에야 준이가 집에 그냥 가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주는 횡단보도를 건너 정신없이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집은 텅 비어 있었다. 등원 시간이 한참 남은 학원에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준이는 오지 않았다고 했다. 친분이 있는 이웃과 같은 반 아이 엄마들에게도 연락해 보았으나 준이의 행방을 아는 이가 없었다.
    “혹시 학교에서 오는 길에 엇갈린 걸 수도 있지 않을까?”
    마지막으로 통화한 누군가의 말에 영주는 집을 나섰다. 아파트 단지와 학교 사이에 놓인 도로가 평소보다 넓게 느껴졌다. 길 건너편에 놓인 학교가 새삼 더욱 불만스러워졌다. 벅찬 호흡을 가다듬으며 뛰듯이 걸었다. 제발 준이에게 별일 없기를 기도하며 지하도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였다.
    옷 장수 앞에 준이가 앉아 있었다. 예의 순박하고 아무 생각 없는 아이의 표정으로.
    영주는 머리끝까지 열이 올랐다. 전날 저녁 자신이 했던 당부는 잊은 걸까? 어쩌면 저렇게 저 혼자 평온해 보일까? 어쩌면 저렇게 엄마 마음을 몰라줄까? 내가 누구 때문에 발에 땀이 나도록 뛰고 있는데. 오늘만이 아니라 언제나. 준이가 태어난 날부터 지금까지.
    영주가 저도 모르게 준이의 등짝을 강하게 후려쳤다. 영주가 준이를 때린 적은 처음이었다. 놀란 준이의 눈이 커다래졌다.
    “너 왜 여기 있어?”
    “집에 가려고 했는데 엄마가 데리러 안 와서……. 여기서 엄마 기다리다가…….”
    “행사장에 있겠다고 했잖아!”
    “아까 가봤는데 엄마가 안 보여서…….”
    “너는 다 큰 애가 엄마 하나를 혼자 못 찾아?”
    “…….”
    “너 바보야? 멍청이야? 다른 애들은 잘만 하는데 대체 너는 뭐가 문제니?”
    오랫동안 참았던 말들이 영주의 입에서 쏟아져 나왔다. 준이는 뭔가 할 말이 더 있는 표정으로, 그렇지만 표현할 말을 찾지 못한 표정으로 엉엉 울기 시작했다. 준이가 주먹 쥔 손을 들어 눈물을 훔쳤을 때, 영주는 준이의 손 안에 든 막대사탕을 발견했다.
    “이건 또 뭐야?”
    영주는 사탕을 낚아채며 신경질적으로 물었다.
    “아줌마가 줬어.”
    눈물과 콧물을 동시에 훌쩍거리면서 준이가 지하도의 옷 장수를 가리켰다.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그녀의 존재를 그제야 깨달았다.
    “아줌마. 어린애 혼자 돌아다니고 있으면 얼른 집으로 가라고 말을 했어야죠!”
    꼬질꼬질한 그녀의 주머니에서 나왔을 사탕 따위 당장 던져버리고 싶었다. 준이가 녹여먹었을 사탕 알맹이가 꽤 작았다. 여기서 얼마나 시간을 보낸 걸까? 자신이 준이를 찾아 헤매는 내내, 준이가 이 컴컴한 곳에서 그녀 곁에 있었을 거란 생각이 들자 불쾌한 감각이 마구 솟구쳤다. 마침 화를 내도 될 만한 대상이 앞에 있었으므로, 영주는 참지 않고 큰 소리를 냈다.
    “…….”
    “이봐요. 입이 있으면 말을 좀 해요.”
    “어, 어, 어, 엄……마?”
    어눌한 발음이었다. 그리고 맥락 없는 단어였다. 그제야 영주는 옷 장수의 얼굴을 제대로 마주했다. 짧은 단어를 발음하는 것조차 힘이 드는지, 옷 장수의 얼굴이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힘줄이 솟은 목 부위부터 턱 부근까지 화상 흉터가 넓게 펼쳐져 있었다. 혼탁한 한쪽 눈은 초점이 흐렸고 제때 치료받지 못한 이는 죄 썩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주머니에서 또 하나의 막대사탕을 꺼내더니 영주에게 건넸다. 영주는 어정쩡하게 사탕을 받아 들었다.
    “먹……어요.”
    영주는 사탕을 먹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버리지도 못한 채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아줌마한테 뭐라고 하지 마.”
    눈물을 쓱쓱 닦은 준이가 처음으로 분명하게 제 뜻을 표했다. 영주는 준이를 내려다보았다.
    “아줌마 착해. 겁내지 말라고 사탕도 주고 머리도 쓰다듬어 줬어.”
    사탕 주고 머리 쓰다듬어 준다고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어디 사는지도 모를 낯선 사람과는 말도 섞지 말라고 당부했던 영주였지만 그 순간만큼은 준이의 말에 반박할 수 없었다. 그녀가 준이를 바라보는 눈빛과 희미한 웃음이 준이를 귀여워해 주던 여느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았으므로.
    “죄송해요.”
    오랜 침묵 끝에 영주가 입 밖으로 꺼낸 말은 고작 한 마디였다. 왜 죄송한지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더 할 말을 찾지 못한 영주가 준이의 손을 잡았다. 학교로 향할지 집으로 향할지 고민하던 차였다. 입을 꾹 다문 준이가 옷 장수 쪽으로 몸을 기울이더니 주머니에서 2,000원을 꺼냈다. 영주가 어제 준이에게 준 돈이었다. 인형이든 스티커든 떡볶이든, 하다못해 영주가 끔찍이 싫어하는 액체 괴물이라도 준이의 의지로 직접 골라 사기만 한다면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준 돈. 준이는 망설이지도 않고 그 돈을 옷 장수에게 건넸다. 영주는 서둘러 준이를 막아섰다.
    “준아. 갑자기 왜 돈을 드려……. 그러는 거 아니야.”
    이유 없이 건네는 돈이 어설픈 동정으로 비칠까 싶었다. 게다가 준이가 건넨 돈은 너무나 푼돈이었다. 기분 나빠하면 어쩌지? 아무래도 영주가 이유를 대신 설명해야 할 것 같았다. 나쁜 뜻은 없다고. 철모르는 아이니까 이해하라고. 그러나 영주는 그럴 수 없었다.
    준이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말했기 때문이다.
    “엄마 옷 사주려고. 엄마가 오늘 뭐 하나 사오랬잖아.”
    준이가 기다란 고무줄 치마를 집어 영주에게 건넸다. 영주가 준이를 찾아 헤맸을 시간 동안 골라 둔 옷이라고 했다.

 

***

 


    영주는 지하도를 나와 뒤를 돌아보았다. 시선은 학교 너머의 주택 단지를 향했다. 개중 높아 눈에 띄던 5층짜리 연립주택이 방진막으로 꼼꼼히 감싸져 있었다. 주변의 단층 슬레이트 건물들은 이미 절반 이상 허물어져 있었고 언젠가 보았던 불탄 창고는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 땅 위에 널브러진 쇠파이프와 마대, 그 옆에 황량하게 세워진 굴착기가 보였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남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게 될까?
    처음으로 궁금해졌다. 영주의 손에는 지하도에서 준이가 사준 옷이 들려 있었다. 영주가 비워 놓은 옷장에 가장 처음으로 걸릴 옷이었다.


    이번에는 버리지 않으리라, 고 영주는 생각했다.

 

 

 

 

 

 

 

차수진
작가소개 / 차수진 

1981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졸업/ 경희사이버대학 미디어문예창작과 졸업
2022년 《한라일보》 신춘문예 등단

 

   《문장웹진 2022년 7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