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월의 이안류

[단편소설]

 

 

팔월의 이안류

 

 

임은영

 

 

 


    테이블 세팅이 끝날 즈음 박이 들어왔다. 60대 초반으로 보이는 사내가 뒤따른다. 창가 자리에 두 사람이 마주 보고 앉는다. 박이 아픈 데는 없느냐고 묻자 사내가 고개를 끄덕인다. 컵을 쥔 사내의 엄지 한 마디가 없다. 링거를 맞은 걸까, 손등에 멍 자국이 희미하게 남아 있다. 박이 카운터 쪽으로 돌아보며 회를 내오라는 사인을 보낸다.
    “사장님, 특별 손님이야. 다른 날보다 더 신경 써줘요.”
    수족관으로 나가는 내게 박이 한쪽 눈을 찡긋 감는다. 실내를 휘둘러보는 사내에게 박이 지나가는 투로 가볍게 말을 건넨다.
    “여기, 이도 횟집은 처음 왔죠?”
    “네. 사무장한테 들은 이야기는 있어요. 이곳에 오면 취업이 된 거나 마찬가지라고요.”
    어눌한 발음이긴 해도 사내는 묻는 의도에 딱 맞는 답을 한다. 일자리를 구했다는 안도감 때문인지 사내의 얼굴이 편안하게 풀어진다.
    “한데 어디서 일하는가요?”
    “일단 잔부터 채우자고.”
    박은 대답 대신 소주병을 든다. 사내가 하던 말을 끊고 얼른 소주잔을 맞잡는다.
    “이 집이 외져도 맛은 최고야.”
    박이 슬그머니 화제를 바꾼다. 평소와 다르지 않다. 박은 내 아버지가 한때 선장이었다는 말로 횟집을 소개한다. 박은 나에 대해 아는 것이 많다. 서른다섯 내 나이와 태명이 ‘바다’라는 걸 아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아버지와 동갑내기 어머니가 마흔 살에 나를 낳은 것과 어머니가 미역국 끓일 때 전복을 홀수로 넣는 것까지 안다.
    그에 비해 나는 박을 잘 알지 못한다. 박이 예전에 의사였다는 것, 광어회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다. 박이 나에 대해 떠들 때는 기분이 좋지 않다. 그래도 가게를 드나드는 건 나쁘지 않다. 적지 않은 매상을 올려 주기 때문이다. 여기 주민 대부분은 매상과 관계없다. 그나마 도시에서 오는 손님들로 가게가 유지되었지만 아버지가 사라진 뒤로는 단골조차 끊겼다. 박이 아니었다면 이미 정리하고도 남았을 가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집을 떠났다. 그러고는 고향에 잘 내려오지 않았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달라졌다. 안 먹던 술을 마시고 말투가 거칠어졌다. 그것도 모자라 어머니의 첫 기일이 지나기도 전에 낯선 여자를 집으로 불러들였다. 나는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했다. 아버지는 자기 집이니 꼴 보기 싫은 사람이 나가라며 나를 밀어냈다. 아버지와의 틈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2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왔을 때 아버지가 보이지 않았다. 횟집에는 휴업 중이라는 메모가 붙어 있었다. 슈퍼 아주머니는 아버지가 열흘째 안 보인다며 걱정했고 동네 어른들은 가끔 있는 일인 듯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실종신고를 내고 기다리지만 아버지는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접시에 광어회를 담고 홀을 내다보았다. 가게 구석에 앉은 수연의 모습이 보인다. 몸이 아파 이층에서 쉰다더니 벌써 내려와 냅킨을 접고 있다. 예약 손님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나는 수연을 부르려다 말고 박의 테이블로 회를 내갔다. 바로 뒤이어 요양원 사무장, 송이 들어왔다. 송은 빠르게 실내를 훑더니 박의 테이블로 갔다.
    “박 사장님, 김 씨가 그새 맘이 변했어요.”
    회 접시 놓을 자리를 만드느라 찬그릇을 밀어내다 두 사람의 얼굴에 눈길이 갔다. 박이 이맛살을 찌푸리자 송의 표정이 금세 굳는다.
    “일손이 필요해도 어쩔 수 없죠. 천천히 또 구해 보세요.”
    앞에 앉은 사내 때문일까, 날카롭게 번득이던 박의 눈빛이 이내 누그러지고 어투까지 부드럽다.
    박과 송을 보면 갯장어와 가자미가 스친다. 박의 매끄러운 피부, 튀어나온 아래턱과 날카로운 송곳니가 갯장어를 닮았고 박의 눈치를 살피느라 곁눈질하기 바쁜 송의 눈은 가자미를 떠올린다.
    사내는 접시에 속살을 드러내고 누운 광어를 바라보기만 할 뿐 젓가락을 댈 엄두를 못 낸다. 박이 광어 한 마리에서 몇 점 안 나오는 지느러미살 두 점을 덜렁 덜어 사내의 앞 접시에 놔준다.
    박이 데려오는 특별한 손님이란 노숙자거나 조금씩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 대부분 남자다. 다른 손님들과 마찬가지로 사내도 세상의 모든 속도 경쟁에서 한 발짝 밀려난 사람처럼 보인다. 박이 광어회와 사내를 번갈아 쳐다보며 입맛을 다신다.
    식사가 끝나고 송이 사내를 데리고 횟집을 나섰다. 박은 배웅만 하고 다시 횟집으로 돌아왔다. 수연이 민첩하게 테이블을 정리한다. 나는 수연을 보며 전화기를 들었다. 수연 대신 가게 일을 봐줄 사람을 미리 구해 놔야 한다. 몇 달 전, 주방 일을 도운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건다. 아주머니가 아이 핑계를 대서 주말 오후에만 일할 수 있냐고 물었다. 한참 대답이 없다. 수당을 더 쳐주겠다고 말하자 그때야 출근을 약속한다.
    여기는 사람 구하기도 쉽지 않다. 그나마 어렵게 구한 사람도 한 계절을 못 채우고 그만두었다. 외진 데다 버스도 잘 안 다녀서 일터로서는 조건이 안 좋았다. 행동이 느리고 게으른 아주머니가 탐탁지 않아도 불평할 처지가 못 되었다. 팔월이고 휴가철이라 주말 손님이 제법 올 것 같다.
    바다로 먹구름이 짙게 드리운다. 우산꽂이 통을 횟집 입구에 세웠다. 얼마 안 있어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연거푸 술잔을 비우던 박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리기사를 불러 놓고 바다 쪽으로 나갔다. 가게 앞 좁은 도로 너머에 방파제를 겸한 축대가 있고, 그 사이로 넓적한 바위가 비집고 나와 있다. 바위 끝에서 가게 손님들은 담배를 피우거나 바지춤을 내리고 볼일을 본다. 나는 박이 도로를 건너와 차를 타는 것을 보고서야 카운터로 돌아왔다. 계산기 옆에 만 원짜리 지폐가 접혀 있다. 팁이다.
    시설 사무장들 사이에 박에 대한 소문이 돌아다녔다. 무면허 의사인 게 들통나기 전까지만 해도 꽤 잘나가는 의사로 큰돈을 벌었다든가, 요양병원 바지사장을 앉히는 컨설팅 일을 했다고, 수완이 뛰어나 어설픈 병원 원장들이 먼저 손을 들이밀 정도였다는 등, 근래엔 사무장과 짜고 불법으로 요양원을 운영한다는 이야기까지 박에 대한 소문은 다양하다.
    사무장들은 비아냥대면서 쑥덕거리지만 박의 능력이나 수완에 대해 부러워하는 눈치다. 다들 정보를 교환한다며 모이지만 실제로는 서로서로 감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들이 매월 지불하는 회식비는 가게 수입의 적지 않은 부분을 감당하고 있다.
    박이 무슨 일을 하는지는 알 수 없다. 가게에서 사람들과 나누는 이야기를 들으면 일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일자리를 소개해 주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것 같다. 그것도 짐작일 뿐이다. 낯선 사람들이 횟집에서 박을 만나고 가지만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게 없다. 누구도 거기에 대해 말하는 사람이 없다.


    홀 안에 습기가 감돈다. 밖을 보니 해무가 밀려든다. 해무에 가려 밖에서는 가게가 보이지 않을 거다. 타일이 떨어져 나간 벽은 시멘트가 드러난 탓에 벽인지 구름인지 분간이 안 된다. 이런 날은 낮도 컴컴해 종일 전등 스위치를 모두 올리고 불을 밝힐 때가 많다. 바다와 맞붙은 탓에 집도 사람도 늘 눅눅하다.
    종일 비가 그치지 않는다. 라디오를 켜고 귀를 기울인다. 폭우 경보와 함께 조업 금지령이 내려졌다. 이미 시멘트 방파제 너머까지 물이 들어와 가게 앞 도로로 물이 차오른다. 바람은 좀처럼 멈출 기색이 없다. 정박해 있는 어선들이 심하게 흔들려 보기만 해도 멀미가 난다. 파고에 황토색 속살을 훤히 드러내기 시작한 바다는 한바탕 굿판이라도 벌일 기세다.
    수연이 처음 이도 횟집으로 오던 날도 비가 많이 내렸다. 매운탕이 많이 팔리던 날이었다. 일자리를 찾던 중 버스정류장에 붙은 구인 광고를 보고 왔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고향 후배 수연을 그렇게 우연히 만났다. 수연은 당분간만이라도 아버지가 있는 요양원 근처에 일자리를 잡았으면 했다. 가게가 동네랑 외떨어진 데다 근방에 마땅한 숙소가 없어서 가게 이층에서 수연과 같이 지내게 되었다.
    마지막 손님이 나가자 홀이 비었다. 가게 문을 닫기엔 이른 시간이다. 날씨 탓에 손님이 더 들 것 같지는 않다. 오늘은 서비스로 나가는 매운탕 말고 우럭을 통째로 넣은 맑은 매운탕이 먹고 싶다. 수족관에서 우럭 한 마리를 건졌다. 맑은 육수에 단단하게 살이 오른 우럭을 넣는다. 쑥갓과 미나리를 올리자 맛깔스러운 매운탕이 되었다. 수연이 매운탕을 보더니 카운터 서랍에서 초를 꺼내온다. 분위기 있게 먹자는 거겠지.
    “언니, 언제까지 할 거야? 장사 말이야.”
    수연이 한잔 하자고 잔을 건넨다. 아버지 대신 가게 일을 한 지 벌써 이 년이 다 되어 간다.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저절로 눌러앉게 될지도 모른다. 수연도 나도 당분간이라는 전제를 달고 여기서 시간을 죽이고 있는 건 마찬가지다.
    여기로 오기 전에는 꽤 알려진 식품 유통회사에서 일했다. 입사하자마자 배운 건 이중장부 만드는 거였다. 팀장은 중간에서 돈을 잘라먹기 위해 이중장부가 필요했고, 사장은 세금을 적게 내거나 안 내기 위해 따로 장부가 필요했다. 내가 하는 일 대부분은 가짜 서류를 만드는 것이었다.
    사장은 경기가 나빠지자 수입산을 국산으로 속여 유통했고, 나중엔 직원을 줄였다. 그래도 일이 잘 안 풀리자 사장은 사무실 운영비까지 줄였다. 몇 달 더 있어 봐야 달라질 것 같지 않아 사직서를 냈다.
    “글쎄. 그만두면 뭘 해? 갈 데도 없고 딱히 할 일도 없는데.”
    “언니, 회 뜨는 거 싫잖아.”
    “그렇지 뭐. 어떤 놈은 자기의 마지막을 아는 것 같아. 목을 치기도 전에 등뼈가 우는 게 손끝에 전해져.”
    말은 그리 해도, 그 이유로 횟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체크무늬 재킷을 입고 다니는 사내 말이야. 요양원 사무장 송이지?
    “한데 왜?”
    “그 사람, 마을 노인들을 모집해 간다는 소문이 있었어. 환자 앞으로 나오는 정부 보조금 때문인가 봐.”
    가끔 회를 뜨고 남은 탕거리로 매운탕을 한 솥씩 끓였다. 경로당으로 가져가거나 혼자 사는 노인을 찾아가 한 그릇씩 돌렸다. 몇 차례 다니다 보니 안면이 있는 노인이 꽤 생겼다. 그런데 올 초부터 하나둘 안 보이는 노인이 많아졌다. 세상을 떠나기도 했지만 자식네로,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겨갔을 거다.
    “박을 만나러 온 사람들 말이야, 일자리 구한다며 왔잖아. 다 어디로 갔을까?”
    수연이 테이블 가까이 의자를 바짝 당겨 앉아 나도 모르게 그만큼 뒤로 의자를 뺐다.
    “손님들 일에 대해선 잘 몰라.”
    박이 가게에 드나들 때부터 대략 일이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어렴풋이 짐작되긴 했다. 그동안 박이 흘린 이런저런 말들을 엮어 본 결과가 그랬다. 박에게 지나가는 말로도 물어본 적은 없다. 아버지 때문이다.
    둘이 마시는 술이라 술잔이 빨리 돌았고, 취기가 올랐다. 뾰족한 결론 없이 이야기가 끝났다. 하기야 딱히 더 할 이야기도 없었다. 이층으로 올라왔다. 눈을 감았지만 쉬 잠자리에 들지 못했다. 지나간 시간이 불을 켜고 문을 열었다. 거친 손등, 볼에 큰 점이 있던 70대 초반의 남자가 떠오른다. 봄에 와서 전어회를 찾던 사람이다. 박이 일터를 소개해 주었다고 자랑하며 가을에 다시 오겠다던 그는 오지 않았다.


    며칠 연이어 비가 내린다. 주말에는 태풍이 올 거라는 예보가 나왔다. 주방 아주머니는 출근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 오겠다는 문자만 달랑 보냈다. 아주머니에게 곧바로 전화했다. 싫은 내색 없이 안 나와도 된다고 말하자 아주머니가 전화를 툭, 끊어버렸다. 혼자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좀 더 부지런히 움직이면 될 일이다. 물병에 생수를 채우는데 손님이 들어온다. 박과 사무장 송이다. 광어회와 회덮밥을 주문한다.
    뜰채를 수족관 깊숙이 넣는다. 갯장어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숨기고 몸을 뒤척인다. 한 마리 남은 돌돔은 바닥에 배를 붙인 채 꼼짝하지 않는다. 눈치 빠른 놈. 물을 갈 때만 해도 지느러미를 펼치며 돌아다니던 놈이다. 수족관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가자미가 곁눈질로 주의를 흘끔거린다. 성질 급한 우럭이 숨을 할딱인다. 배에 난 상처가 더 커지기 전에 회든 매운탕이든 팔아야 한다. 나는 녀석을 눈여겨봐 둔다. 오른쪽 바닥에 붙어 있는 광어에 뜰채를 붙였다. 죽은 척하기에 슬쩍 등을 건드린다. 녀석이 달아나지만 수족관을 두 바퀴도 돌기 전에 잡힌다.
    면장갑을 끼고 미리 고른 칼을 도마 위에 올린다. 준비한 육수에 매운탕 재료를 올리고 칼갈이에서 막 나온 칼끝으로 광어의 목을 쳤다. 가시와 살을 실수 없이 갈라 회를 떴다. 박의 취향대로 평소보다 도톰하게 뜬다. 그래야 씹는 맛이 난다. 접시에 광어 살을 올려놓는다. 파슬리와 얇게 저민 레몬으로 장식해서 한쪽으로 밀어 둔다. 남은 횟감으로 회덮밥에 쓸 회를 장만한다.
    박이 맥주를 주문한다. 나는 쟁반 위에 맥주와 잔을 올리고 홀로 나갔다. 상을 차리는데도 둘은 말을 끊지 않는다.
    “일터를 찾는 사람이 있는데요.”
    “그래?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지 않도록 잘 데려와. 식사나 한번 하자고.”
    “예, 조만간 이도로 데리고 오지요.”
    두 사람은 직장 동료끼리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처럼 서로 음식을 권하며 수저를 든다. 나는 카운터에 앉아 상에 나간 음식과 술값을 메모해 둔다. 연이어 맥주 두 병과 소주 한 병을 주문한다. 오늘따라 식사 시간이 길다.
    “김 씨 말인데요. 빌려 간 돈을 제때 못 준다는데요. 어쩌죠?”
    “할 수 없지. 거기로 보내야지.”
    박이 짧게 대답한다. 송도 예상했던 답이었는지 그저 고개를 끄덕인다. 송이 매운탕을 다시 데워 달란다. 자리를 피해 달라는 뜻인 것 같았다. 얼른 일어나 상에서 뚝배기를 집어냈다.
    카운터와 주방을 오가면서도 내 두 귀는 손님들에게 열려 있다.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지만 대화 중간에 선장, 이라는 말이 간혹 들려왔다. 벌써 취했는지 두 사람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흐린 날씨 탓인가. 선장이 생각나네요.”
    “이 수박도 좀 먹어. 우리 왔다고 특별히 준 건데.”
    “선장은 일도 잘했는데.”
    “속이 노란 수박 먹어 봤어? 망고 수박이라고. 크기가 자네 머리통 반만 해. 워낙 작아서 한 번에 먹을 수 있지.”
    “사장님도 참.”
    송은 박이 뜬금없이 건네는 수박을 받아들고는 입을 다문다. 박은 수박에 손도 안 대고 연거푸 술을 들이켰다.
    “선장은 왜? 배 타고 나갔잖아. 자네도 타고 싶어?”
    “아, 아닙니다. 전 멀미가 심해서요.”
    어긋나던 대화가 잠깐씩 끊긴다. 그러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잔을 채운다. 시간이 갈수록 말은 줄고 빈 술병만 쌓인다. 어쩌다 이어지는 이야기도 맥락을 잃은 지 한참이다. 취기에 못 이긴 송이 먼저 일어난다.
    박이 손을 흔들더니 입구까지 송을 따라 나간다. 나는 카운터에서 비틀대며 걷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박은 송이 보이지 않을 즈음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온다. 취한 박이 입구 자리에 앉아 나를 올려다보았다.
    “흰자위에 핏줄이 섰네.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어?”
    박이 검지로 내 턱밑을 쓸었다. 박의 손길에 흠칫 뒤로 물러섰다. 나는 어금니를 문 채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아버지, 어디 있나요?”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왜? 일하기 싫어? 아직 갚을 게 많을 텐데.”
    박에게 대들려다 입을 닫았다. 박의 송곳니가 날카로워 보인다.
    아버지가 주식에 손을 대는 바람에 빚이 많았다. 은행 빚으로 횟집이 넘어갈 때 박에게 돈을 빌렸다는 말을 들었다. 그걸 갚으려고 아버지가 애를 쓴 건 나도 아는 일이다. 박의 일을 봐준다는 이야기도 설핏 들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게 달라. 자기의 모든 것을 던져서라도 붙잡고 싶은 게 있지. 선장이 원한 건 배를 계속 타는 거였어. 그런 선장이 뱃일하다 끌채에 부딪혀 눈을 못 쓰게 되었더라고. 배를 못 타면 죽은 목숨이라고 날 찾아왔더군. 내가 해줬어. 한쪽 눈 말이야.”
    “그만 들어도 되죠? 이미 여러 번 들은 이야기인데.”
    “넌 다행이야. 아버지를 닮지 않아서. 네 아버진 쓸데없이 정이 많잖아.”
    출구로 걸어 나가는 박의 뒷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가게 문을 힘껏 닫았다.


    아버지가 박과 무슨 거래라도 한 걸까. 모호한 그림이 물음표를 달았다. 중학교를 졸업할 즈음 아버지가 집을 나갔다. 애꾸눈이 되거나 시력을 잃을 거라고 매일 술을 들이붓던 아버지였다. 한동안 소식이 없던 아버지가 어느 날 집으로 들어섰다. 우려한 아버지의 눈은 온전했다. 바다에서 용왕을 만났는데 소원을 들어 주었다고, 농담까지 흘렸다. 그해 아버지는 할아버지가 물려준 땅을 모두 팔았다. 내가 태어난 단층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3층 건물을 짓고 이도 횟집이란 간판을 달았다.
    박이 머문 테이블을 그대로 두고 자리에 앉았다. 머릿속이 덤불처럼 복잡하다. 외출했던 수연이 가게로 들어온다. 어수선한 홀 분위기를 감지했을 텐데 한마디도 묻지 않는다. 이런 기분일 때는 대답하는 것조차도 괜한 번거로움이란 걸 아는 것 같았다.
    자기 전 수연이 나를 찾았다. 무슨 일인지 슬그머니 마음이 쓰였다.
    “아버지가 온유 요양원에 계실 때 거기서 언니 아버지를 만났대.”
    “온유라고?”
    “응. 언니 아버지가 횟집과 요양원을 오가며 무슨 일을 하는 것 같더래.”
    “아버지가?”
    “장사는 안 하고 요양원에 붙어산다고 동네 노인들이 수군댔대.”
    “거기에 지인이 있었겠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수연이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말을 아끼는 것 같았다. 궁금했지만 굳이 물어보지 않았다. 내일 온유 요양원에 들러 보아야겠다. 온유에 가면 아버지의 소식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설핏 들었다.
    아침 일찍 수연이 약속이 있다며 외출 준비를 서두른다. 장 본다는 핑계로 수연과 함께 나섰다. 수연을 버스터미널에 데려다주고 곧바로 요양원으로 차를 몰았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간 온유는 텅 빈 채 문이 닫혀 있었다. 근처에 허름한 편의점이 보여 가게 주인에게 요양원 상황을 물었다. 주인 말로는 운영이 어려워져 몇 달 전에 폐업 신고를 했단다. 환자들은 다른 요양원으로 옮겼을 거라고 했다.
    가게에서 그냥 나올 수 없어 쓸 만한 비품 몇 가지를 손에 잡았다. 무뚝뚝하던 주인의 목소리가 금세 친절해졌다.
    “거기 사정은 나보다 동생이 더 잘 알 거요. 거기 있었거든요”
    물건 값을 치른 뒤 주인에게 지폐 두 장을 따로 쥐여 주었다. 주인이 가게 선반에서 메모지를 꺼내 동생 연락처를 적어 건넨다. 나는 차로 돌아와 전화를 걸었다.
    벨이 여러 번 울리고서야 겨우 연결이 된다. 동생이란 사내는 대화가 곤란할 정도로 말이 어눌하다.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물어도 맥락과 상관없이 자기 말만 되풀이한다. 자기는 배를 타고 바다에 있었다고 한다. 미루어 짐작하면 조업을 했다는 거다. 어디서 생활했는지, 다른 사람은 누가 있었는지 물어도 답을 못했다. 대답을 회피하는 건지, 질문을 이해 못 하는지, 거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위치에 있었는지, 어느 것 하나 명확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소식은 모른 채 돌아설 수밖에 없었다.


    거친 바람소리에 잠을 깼다. 수연에게서 문자가 와있다. 오늘 밤, 못 들어가. 비가 너무 많이 와. 나는 문단속을 하려고 아래로 내려갔다. 주방 창문을 잠글 때 창밖으로 무언가 휙, 지나갔다. 어둠 속이라 잘 보이지 않았다. 나는 이 층으로 올라갔다. 베란다 창이 휑하다. 창문 한 개가 사라졌다.
뚫린 창으로 비바람이 들이닥쳐 유리 파편이 어지러이 흩날렸다. 유리를 줍는데 벽에 걸린 액자가 날아와 서너 발치 앞에서 떨어졌다. 방으로 들어가 침대 한쪽에 앉았다. 귀를 막아도 바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핸드폰이 울렸다.
    “언니, 거기 괜찮아?”
    “넌?”
    “바람이 무섭게 부네. 모든 게 다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
    “여기도 다르지 않아.”
    바람에 날린 물건들이 어딘가에 부딪히는 걸까. 요란한 소리가 들린다. 전화기 너머인지 가게 밖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다. 수연도 나도 날카로운 소음에 귀를 세우고 있다. 수연이 말이 없어 전화를 끊으려는데 언니, 나를 부르는 목소리 사이로 흐느낌이 새어든다.
    “언니, 우리 아버지. 사실은 요양원에 안 계셔.”
    “그럼?”
    “아버지가 요양원에서 퇴원하는 날, 굳이 날 못 오게 했어. 횟집에서 약속이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 뒤 연락이 끊겼어. 언니 횟집이 아닌가, 몰라.”
    “횟집이 여기밖에 없겠어?”
    “온유에서 아버지랑 한방을 쓰던 사람을 만났는데 그 횟집에 가면 안 된대.”
    “왜?”
    “횟집 주인이 일자리를 연결해 주었다는데 돈도 제대로 못 받고. 당한 사람이 한둘이 아닌 것 같아.”
    아닐 거야. 나도 모르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횟집 소개로 일하러 나간 뒤 소식이 끊긴 사람이 많대.”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수연의 흐느낌이 바깥의 소음을 삼켜버릴 것 같다. 수연이 횟집에 그냥 머무는 게 아니었다. 아저씨의 행적을 찾아 여기까지 들어왔는지도 모른다.
    “언니, 그 횟집이 이도라면. 언니도 안전하지 않아.”
    귀를 기울였지만 다음 말이 잘 들리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분다고 바다에 나가지 말라는 것 같다. 수연은 모래사장에 세워진 이안류 표지판을 들먹이며 조심하라고 당부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안류, 그 말을 처음 들은 건 열네 살 여름이다. 혼자 바다로 나간 날이었다. 개 한 마리가 등을 보인 채 앉아 있었다. 길게 처진 귀, 말랑말랑한 콧등, 갈색 털을 가진 개였다. 물수제비를 뜨는데 녀석이 다가와 내 팔에 다리를 쓱, 올렸다. 나는 별 생각 없이 근처에 있던 막대를 힘껏 던졌다. 녀석이 바다 쪽으로 달려가서 막대를 물고 왔다. 막대 놀이를 되풀이하는데 키 큰 아저씨가 와서 녀석을 불렀다. ‘하루’라고.
    바다에 가면 가끔 하루를 만날 수 있었다. 그날도 평소처럼 막대를 던졌다. 헤엄을 칠 줄 아는 녀석이니 막대를 물고 곧 밖으로 나올 거라 믿었는데 나타나지 않았다. 하루가 사라졌다는 걸 깨달았을 때는 이미 파도가 녀석을 데려간 뒤였다. 뒤늦게 온 아저씨가 하루를 찾으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이건 이안류야. 아저씨가 중얼거렸다.


    이틀 연이어 날이 흐렸다. 안개마저 짙게 깔렸다. 태풍 때문인지 손님이 없다. 인기척에 문을 열고 밖을 내다봤다. 아무도 지나가지 않았다. 쓰레기통이 바람에 쓸려 다니는 소리였다. 바람에 입구 문이 쉴 새 없이 덜컹거렸다.
    비바람을 헤치고 누군가가 오고 있다. 검은 바짓단이 바람에 아무렇게나 날렸다. 걷는 모습이 낯설지 않다. 잠시 후 문을 흔드는 소리가 이층 계단을 타고 올라왔다. 곧이어 문을 열라는 고함이 들려왔다. 나를 부르는 소리가 가깝게 들린다. 박이라고 여겼을 때는 이미 그가 홀에 들어와 있었다.
    “온유 요양원엔 왜 간 거야?”
    박이 보란 듯이 열쇠를 흔들며 냉장고로 간다. 소주 두 병을 꺼내 자리에 앉는다.
    “어떻게 열쇠를?”
    “그렇게 노려보지 말고 같이 한잔해.”
    웃음을 흘리며 말했지만 협박이나 마찬가지다.
    “알면 다쳐.”
    아버지와 박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어도 박에게 섣불리 묻지 않았다. 때로는 우물 안이 안전막이 되기도 하니까.
    “도대체 뭘요?”
    “그게 뭐든, 알려고 하지 마.”
    박이 얼굴을 들이밀고 경고하듯 말했다. 그러고는 동네 단골손님처럼 표정을 누그러뜨리며 안주를 청한다.
    대답하는 것도 무의미했다. 주방으로 가서 팔다 남은 회를 내어왔다. 박이 내게 잔을 건넨다.
    “지금 주거침입죄라는 거 아시죠?”
    “명의만 선장 거지 이 가겐 내거나 마찬가지야. 네가 대신 갚기 전까지는.”
    나는 박이 건넨 술잔을 들었다. 술이 목젖을 타고 내려갈 때 창밖으로 개의 그림자가 지나갔다. 박이 연이어 술을 들이켠다. 시간이 흐르는 만큼 박의 눈빛도 흐려진다.
    “네 아버지가 내 어장을 관리해 줬지. 많은 일을 함께했어. 나중엔 그게 불편해지더라. 뭐든 오래 하면 문제가 생기기 쉽거든.”
    박의 의도가 무엇인지, 헤아리다 입을 닫고 말았다.
    “넌 너의 일을 해. 난 나의 일을 할 거니까. 여기가 마음에 들어.”
    “무슨 일을?”
    “세상의 눈을 피하기 좋은 곳이거든.”
    “아버지는 어디 있어요? 살아 있기나 한 거야?”
    입안에서 맴돌던 말이 밖으로 튀어 나갔다.
    “내가 어떻게 알아? 배 타고 바다에 나간 사람을.”
    박이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선장은 내 일에 대해 너무 많이 알아. 그게 탈이었어.”
    “그래서요?”
    “궁금하면 매운탕 좀 가져와. 한 잔 더 하게.”
    박이 취기가 오르는지 손으로 앞머리를 헝클어댄다. 소주 세 병이 순식간에 비었다. 매운탕이 아니어도 자리를 뜨고 싶은 참이다. 박과 너무 오래 앉아 있었다는 생각에 일어나 주방으로 갔다.


    냉동실에서 매운탕 재료 한 봉지를 꺼내 뚝배기에 던진 뒤였다. 밖에서 유리창 깨지는 소리가 들려 급히 나갔다. 비틀대며 따라온 박이 수족관을 가리켰다. 강풍에 간판이 떨어져 수족관을 덮쳤다. 깨진 수족관 사이로 물고기들이 튀어 오른다. 유리 조각들이 고기들과 뒤섞여 빗물에 휩쓸려갔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모두 엉망이었다. 손을 못 댈 정도로.
    수족관 구석에 미처 달아나지 못한 갯장어 한 마리가 보인다. 수분만 있으면 물 밖에서도 사는 녀석이다. 박과 갯장어를 번갈아 보았다. 장어가 송곳니를 드러내며 몸을 비튼다. 몸통과 머리를 분리해도 머리를 쳐들고 공격하는 놈이라 숨이 끊어지려면 아직 멀었다. 모질다.
    바닥에 떨어진 기포 통이 장화에 차였다. 조각난 수족관 유리 위로 앞치마를 두른 내가 보인다. 곧 금이 가서 완전히 내동댕이쳐질 것이다. 이제 박에게 아버지의 안부를 물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뭐 해? 매운탕 다 졸겠네.”
    박이 젖은 머리카락을 털며 중얼거린다.
    나는 주방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쯤 열린 창문을 닫았다. 선반 위가 휑하다. 선반을 차지하던 종지와 컵들이 바닥으로 다 떨어져 있다. 강풍이 불 때마다 되풀이되는 일이다. 그릇들을 주워 소쿠리에 엎어 놓았다. 박이 흥얼거리는 소리가 비바람 소리에 섞여 간간이 들려온다.
    양념 타는 냄새가 난다. 찌개를 불에 올려 둔 걸 잊고 있다니. 가스 불을 끄고 홀을 내다본다. 인기척이 없다. 주위를 둘러보니 박이 보이지 않는다. 매운탕이 든 뚝배기를 들고 주방에서 나왔다. 뚝배기 열감이 손으로까지 느껴진다. 화상을 입을 만큼 뜨겁다. 박이 있던 창가 자리에 냄비를 놓았다.
    박이 여태 오지 않는 걸 보면 잠시 자리를 비운 게 아닌 것 같다. 취하면 바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박의 습관이 떠오른다. 창 너머로 박의 뒷모습이 보인다. 바위 끝에 박이 서 있다. 담배를 피우는지 움직이질 않는다.
    검은 구름이 깔린 해변에 파도가 솟구친다. 바다가 허옇게 뒤집히며 파도의 방향이 바뀌는 게 예사롭지 않다. 나는 창으로 바짝 몸을 숙이고 바다를 주시했다. 바다로 해무가 몰려온다. 해안 쪽으로 밀려오던 파도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 물살이 한 곳으로 모이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바다로 빨려 들어간다. 흰 포말을 두른 파도가 해안가로 연이어 밀려든다. 너비가 큰 파도가 박이 서 있는 바위를 훑으며 부서진다. 바위 주위로 해무가 자욱하다. 해무에 둘러싸인 박의 모습이 언뜻 보인다.
    짙은 먹구름이 바람에 쓸려 회색 바다를 지나간다. 문이 덜컹거리고 빗줄기가 벽을 친다. 물살이 점점 거칠게 변한다. 방파제를 넘어온 물이 길가까지 뻗쳐온다. 파도의 높이가 예사롭지 않다. 모든 걸 삼키고도 남을 기세다.
    의자의 물기를 닦고 앉았다. 테이블 중앙으로 매운탕을 끌어당기고 수저를 들었다.

 

 

 

 

 

 

 

 

 

 

임은영
작가소개 / 임은영 

동아대 대학원 문예창작과 졸업. 2018년 한국소설 신인상 수상. 2022년 《영남일보》 문학상 단편소설 당선.

 

   《문장웹진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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