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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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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하

 

 

 

 


      나는 자주 버리려고 애쓴다


      도시가 탄생하기 전부터 새의 집이었던 하나의 장소를
      떠나지 못한 불안으로 철장을 갉아먹는 새떼를
      재빠르게 구르기 위해 장기를 위축시키는 생명체를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모든 세계의 기록을
      버리려고 애쓴 흔적과 결국 버리지 못한 나머지를


      눈앞에 둔다


      돌을 쌓은 굴이 인공 굴이라면 모든 집은 인공일 테지
      인공1 인공2 인공3 으로 불리는 자연을 지난다


      유리는 눈을 속여 반짝이거나 반짝이지 않거나
      통과하거나 결국 튕겨져 나가는 진실 혹은 사실 속에서
      독수리는 죽은 것을 먹기 위해 배를 곯고 있다


      자 이제 무엇을 버려야 합니까


      협곡은 이주의 장소같이 느껴지곤 해
      내가 자주 애쓰는 마음을 가지는 것처럼
      험하고 좁은 골짜기로 흐르려고 안간힘을 쓰는 물줄기를 본다


      옷 아래로 까맣게 탄 손등을 문지르다가
      한 겹 덧대어진 햇빛을 벗겨 보려고 하다가
      이 모든 게 유리의 감쪽같은 눈속임이라는 걸 안다


      맑고 깨끗하지
      악의도 없이


      인간이 도망치기 위해 유리벽을 넘어야 한다면
      부수거나 인공4 인공5 의 힘을 빌린다
      검정앵무는 쉽게 무너져 내리는 세계의 장벽을 본다
      부리로 자신의 심장을 쪼아 먹는 버릇은 언제부터


      부서진 유리를 삼키다가는 다시
      또 언제까지
      왜


      나무 아래 태반을 묻었으니
      그것은 분신 그것은 동화 그것은 전설 그것은 무럭무럭 그것은
   나무 자체 그것은 성 그것은 자연 그것은 이름
      나무에 이름을 지어 준다
      나무는 대답이 없고


      산란광을 받고 자란 나무와
      눈을 잃은 앵무가 사이좋게 살아가는
      이야기가 아름다워 보여?


      흙을 파내고 굴뚝을 심어
      내가 버리려는 것은 굴뚝을 타고 내려간다
      더 내려갈 곳 없는 곳으로


      파묻는다


      굴뚝은 원래 나가게 하려고 만든 거 몰라


      새로 태어난 철새는 떠나지 않고
      유리를 먹으며 산다


      깨끗하게 드러내고 싶은 공해의 잔가지를
      불태우며 떨어지는 썩지 않는 재를
      손바닥에 박힌 미세한 유리조각을


      나는 자꾸 위험한 것을 길바닥에 버리고 간다

 

 

 

 

 

 

 

 

 

 

 

버스와 잼의 인사

 

 

 

 


   버스는 달리면서 오늘의 인사를 한다 유리병 속에는 잼이 있다 잼은 오늘 만든 잼 나는 잼 만들기의 달인이어서 해안 도로를 따라 달리는 버스 안에서도 잼을 생각한다 잼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와 소요 시간에 대해 생각한다 버스는 바다를 지나 밤을 향해 수평선을 따라 달린다 맨 앞자리에 앉은 여자는 유리창에 열다섯 번째 머리를 박고 있으니 진정한 락스타일 수 있고 아니지 머리로 물구나무를 서는 요가 선생일지도 모른다 이제 버스 카드를 찍을 때 신분이 울리지 않잖아 삑과 삐빅으로 나뉘는 차이를 대개는 모르고 거기 뒷문으로 타신 분 카드 찍으세요! 잼을 내려다보면서 달고 시큼한 사과의 맛 무른 사과 상한 사과는 똑 떼어내 버리고 빨갛고 윤기가 나는 사과는 바구니에 넣었겠지 그랬을 것이다 창밖의 바다는 계속 파도치고 바다를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도 늘어났지만 나는 지금 버스 승객과 나의 잼에 집중하고 있다 뒤늦게 카드를 찍은 남자는 내 앞에 앉아 전화 통화를 하기 시작한다 오늘 무슨 요일이야? 몰라? 나도 몰라! 나는 역시 달기만 한 딸기잼보다는 시큼한 맛이 강한 사과잼이 좋다 나는 역시 바다를 보기만 하는 사람보다는 뛰어들 줄 아는 사람이 좋다 해가 뜨고 지는 건 순간이라는 생각 펄펄 끓는 사과와 펄펄 내리는 눈 모두 펄펄 발음한다 옆자리 사람의 이어폰에서 전설적인 락밴드의 기타 독주가 흘러나온다 지금 바다에 발을 담그면 얼어버리고 말겠지 나는 참지 못하고 병뚜껑을 열어 잼을 움푹 떠먹는다 오늘의 버스는 인사를 하면서 달린다 안녕은 아니다

 

 

 

 

 

 

 

 

 

 

 

 

오산하
작가소개 / 오산하

2022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를 발표하기 시작했음.
sanha903@hanmail.net

 

   《문장웹진 2022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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