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시]
월파
문태준
오늘 파도는 제방을 넘어서 온다
그러나 집채만 한 파도가 언제 넘어올지 알 수가 없다
해변에 사는 우리가 아는 것은
월파(越波)가 있다는 것
우리에게 때때로 슬픔이 치런치런 찬다는 것
그리고 머리에 이고 가던 그 물항아리를 떨어뜨리기도 한다는 것
흐르는 해무
해무가 밀려오는 해변을 걸어가노니
파도소리만 올 뿐
너도 나도 해무 속으로 들어가
흐르는 해무가 되었으니
우리는 하나의 의문이요
하나의 작은 물방울이요
여기에 저기에
또 저기에
다만 하나의 기미로서
걷히지 않는 해무 속을 살아가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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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웹진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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