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작(獨酌) 외 1편

[창작시]

 

 

독작(獨酌)

 

 

장석남

 

 

 

 


   돌 하나 주워다가 앉혀 놓고 나이를 묻는다
   오래되어 잘못 알고 있는 답을 여러 번 되풀이한다
   한 번은 쉰 살이 넘은 지 여덟 해가 지났다고 했다
   꽃 피고 새 우는 이야기를 물었다
   올봄 들어서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고……
   저녁 하늘 별 불러 앉히는
   영롱한 새소리 쪽을 향하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지러진 자리를 유심히 보며 권하듯 한 잔 삼키니
   돌부처가 거기 있었다


   석불역(石佛驛)* 쪽으로 떠나는
   밤 기차 소리 들릴 때 길게 삼킨다
   꼬부랑길 지나 산 뒤로 숨는 지 몇 달
   오래 묵은 도연명을 들춰 보나 그의 문장에는 뵈지 않는
   신경질과 모욕감을
   창자 속으로 감추며 밤새 헝클어뜨리는 마당 달빛들은 누가 거두는지
   새벽은 또 생 옥빛으로만 물들어 오니
   혼자 맞기는 아까워라
   마당가 풀밭 여기저기 흘린 지린내가
   신문지처럼 젖어 있다

 

 

 

   *  양평 용문에서 원주 사이에 있는 간이역

 

 

 

 

 

 

 

내가 사랑한 거짓말

 

 

 

 


   나는 살아왔다 나는 살았다
   살고 있고 얼마간 더 살 것이다
   거짓말
   그러나 내가 사랑하는 거짓말


   나는 어느날 사타구니가 뭉개졌고 해골바가지가 깨졌고
   어깨가 쪼개졌고 누군가에게는 버림받고 누군가에게 구조되었다
   거짓말, 사실적인……
   그러나 내가 사랑한 거짓말


   나는 그렇게 내가 사랑한 거짓말로
   자서전을 꾸민다


   나는 하나의 정원
   한창 보라색 거짓말이 피어 있고
   곧 붉은 거짓말이 피어날 차례로 봉오리를 맺고 있다
   거짓말을 옮기고 물을 준다
   새와 구름이 거짓말을 더듬어 오가고
   저녁이 하늘에 수수만 년 빛을 모아 노래한다
   어느 날 거짓말을 들추고 들어가면
   나는 끝이다
   거짓말
   내가 사랑할 거짓말


   거짓이 빛나는 치장을 하고 거리를 누빈다

 

 

 

 

 

 

 

 

 

 

 

 

작가소개 / 장석남

1965년 인천 출생. 198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발표 시작. 시집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등. 한양여대 문창과 교수.

 

   《문장웹진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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