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생활탐구] 4화 : 글을 쓰는 친구들!(1)

[문학생활탐구]

문학생활탐구

설하한, 최아현

 

-4화-
글을 쓰는 친구들!(1)

 

 

 

   부추를 태우고 날아가던 삑이 바닷가를 발견하고 말했어요.

 


   부추야 우리 저기 바닷가에서 물놀이 하다가 가지 않을래?

부추
   글쎄. 나는 물놀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걸.


   아니야, 분명 너도 재미있어 할 거야.

부추
   잠깐만……!

 

   부추가 급하게 삑을 불렀지만 삑은 들은 체도 하지 않고 바닷가를 향해 내려앉았어요. 부추가 등에서 내리자마자 삑은 물에 뛰어 들어가 푸드덕거렸답니다.

 


   부추야, 너도 얼른 들어와 물이 아주 시원해.

부추
   그게…….


   물이 무서운 거야?

부추
   그건 아닌데……. 바다는 처음이고…… 이렇게 많은 물은 처음 봐서 왠지……. 나는 그냥 주변을 둘러보고 올게!


   자…… 잠깐!

 

   삑이 불렀지만 부추는 순식간에 멀리 가버렸어요. 부추는 바위 뒤로 넘어가 보이지 않게 되었답니다. 삑은 혼자 물장구를 쳤답니다. 그런데 즐거웠던 건 잠시였어요.

 


   물놀이도 혼자 하니 재미없는걸. 이제 좀 추운 것 같기도 하고…….

 

   그때 부추가 멀리서 삑을 크게 불렀답니다.

 

부추
   삑아! 이리 와봐!

 

   마침 부추가 삑을 불렀답니다. 삑은 부추의 부름이 반가워서 그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으로 달려갔답니다. 삑이 도착했을 때 부추는 새로운 친구들과 함께 있었어요.

 

  • 미루무
  • 사노롱

 

 

부추
   글을 쓰는 친구들이래! 문학생활에 대해 이야기를 들으려 하는데 삑도 같이 이야기를 들으면 좋을 것 같아서. 여기는 미루무와 사노롱이야.

미루무
   안녕.

사노롱
   안녕?


   안녕. 만나서 반가워. 나는 부추와 함께 여행을 하고 있는 앵무새 삑이라고 해.


Q. 그럼 각자 소개를 부탁해!

사노롱
   나는 산호 사노롱이라고 해! 사람들과 상담하는 일을 하고 있지. 주로 배수아 작가와 한강 작가의 책을 많이 읽고 있어. 나는 한국 소설위주로 읽는 편인데, 요즘은 독서를 좀 더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 중이야.

미루무
   안녕, 난 미루나무 미루무야.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어. 나도 한국 소설과 세계문학 위주로 책을 읽어. 요즘에는 환경과 관련된 책을 많이 읽는 것 같아.


Q. 지금 곁에 있는 책은 뭐야?

사노롱
   《리터》 35호, 민음사에서 격월로 나오는 잡지야. 배송 온 지 한참 됐는데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포장을 뜯었지. 각 호마다 다른 주제를 가지고 만들어지는데 35호의 주제는 조용한 혁명이야. 소설이 들어가기도 하고, 작가들이나 평론가들이 모여서 글을 쓰기도 해. 인터뷰가 들어가기도 하지. 이외에도 좋아하는 작가들이 발표하지 않았던 작품들을 싣기도 해서 재미있게 읽고 있어.

미루무
   나는 수업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초등교육 지도서가 있지. 그리고…… 『마음에 없는 소리』가 있구나! 가장 최근에 곁에 두고 읽은 책은 이거야. 얼마 전에 다 읽었는데 마음에 남은 단편들이 있어서 한 번 더 읽으려고. 이 책은 주변에서 추천받기도 했고, 내가 즐겨 듣는 팟캐스트 책읽아웃에 소개되어 읽게 됐어. 집 근처의 독립 책방에서 구입했지.


Q. 어떤 글쓰기 수업에 참여했어?

미루무
   내가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건 혼자 살면서였어. 그전에는 나 혼자 글을 쓸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없었는데 나만의 시간과 공간을 얻게 되면서 일기를 많이 썼어. 어떤 날은 두세 시간 내내 일기를 쓰기도 했어. 그날 떠오르는 모든 것들을 두서없이 썼지. 그러다 보니 글을 정돈하고 싶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떤 글을 쓰는지도 궁금해서 글쓰기 수업을 듣거나 글쓰기 모임을 하고 싶어졌어. 그래서 처음에는 스스로의 이야기를 글로 써내는 기술이나 방법에 초점을 둔 가벼운 형태의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거나 강의를 들었어.
   그 후에는 허구의 이야기, 소설을 쓰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어쩌면 자신의 이야기가 아닌 소설 같은 허구의 이야기를 쓰는 일이 가장 나를 드러내고 솔직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소설 수업을 찾아보고 있었는데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 거야. 지금은 오프라인 강의가 많이 없어서 아직 물색 중이야.

사노롱
   나는 원고지를 정확하게 쓰는 법을 알려주는 강의가 첫 글쓰기 수업이었어. 원고지 칸에 맞춰 문장이나 기호 쓰는 법을 배웠지. 난 늘 그런 걸 알고 싶었는데, 학교에서는 알려주지 않더라고.
   나는 생각이 많을 때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고민하다가 글쓰기를 시작했어. 그리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가장 적합한 형식은 원고지라고 생각했지. 한 발 더 나아가서 내가 머릿속에 갖고 있는 것들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누구나 볼 수 있는 것으로 끄집어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 낱말을 문장으로, 문장을 단락으로 만드는 것을 계속 연습하고 싶어서 글쓰기 수업을 들었어.


Q. 글쓰기 수업은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거야?

사노롱
   다양한 수업에 대한 정보를 가장 많이 얻을 수 있는 공간은 학교였어. 그중에서도 글쓰기 수업에 대한 정보는 도서관이 제일이었지. 아까 말했듯이 가장 처음에 들었던 수업은 고등학교에서 들었던 원고지 쓰는 법과 관련된 수업이야. 그 이후에 대학에 들어가자 그런 강의를 더 많이 듣고 싶어졌어. 그래서 도서관 근처를 자주 얼쩡거렸지. 그렇게 해서 국어국문학 교수님이 진행하는 글쓰기 강의 하나를 듣게 됐어. 가장 인상 깊었던 건 그 수업에서 파생된 모임이야. 수업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하고 싶은 이야기나 글을 나누라고 하셨어. 모임에서는 A4 용지를 딱 한 장만 채워서 글쓰기를 하곤 했어. 그러고 나면 인쇄해 온 글을 함께 돌려보는 방식이었지. 주제는 자유로웠어. 내가 모임에 오기 전까지 보냈던 일상이 될 수도 있고,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지. 미리 공개하지도 않았어. 그래서 내가 선택한 주제는 모임날 내가 공개할 때까지 아무도 알 수 없었어. 나도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의 주제를 알 수 없었고. 사람들이 글을 쓰는 방식도 무척 다양하고 흥미로웠어. 누군가는 대화 하나 없이 쓰기도 했고, 누군가는 대화로만 가득 찬 글을 쓰기도 했지. 나는 대부분 픽션을 썼는데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 허구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면서 만듦새 있게 한 장에 넣으려니 무척 애를 먹었던 기억이 나. 사건의 설정, 배경, 인물의 특성 같은 것들을 다 잘 넣고 싶었는데 말이야. 그래도 그 모든 과정들이 정말 재밌었어. 대학교 2학년 때 처음 강의를 듣고 모임이 시작됐는데 졸업할 때까지 모임이 지속됐어. 나중에는 수업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도 다양하게 참여해서 진행되기도 했고. 대단히 규칙적이거나 엄격하게 진행된 모임은 아니었지만 말이야. 어쩌면 교수님은 이런 모임이 생기길 바라면서 그 강의를 여셨는지도 모르겠다. 수업에서 만들어진 모임이 나중에는 외부 사람들도 함께하는 글쓰기 모임이 됐으니까. 그 이후에는 취직을 하면서 참여하기 어렵게 됐어. 지금 열심히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시간이 모자라거든.

미루무
   나는 두 번 정도 지역에서 열리는 수필 수업에 참여해 봤어. 동네에 있는 독립 서점에서 지역 작가와 함께 연 강의나 직장에서 만든 연수 형태의 강의 말이야. 처음 들었던 강의는 독립 서점의 강의였어. 사실 그 수업에서 글을 많이 쓰지는 않았어. 오히려 낯선 이들과 만나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고, 글밥을 찾는 방식으로 진행되곤 했어. 두 번째로 들었던 글쓰기 연수는 특수성이 있었어. 교육청에서 진행했고, 같은 직종에 있는 사람들이 모였지. 이 수업에선 글쓰기를 조금 더 많이 했던 것 같아. 문장을 어떻게 쓰는지, 글을 어떻게 구성하면 좋을지 같은 것들을 배웠어. 그곳에 가면 매일 그 자리에서 짧은 글을 썼는데 생각보다 한 자리에서 글을 써내는 게 쉽지 않더라고. 많은 분량을 요구한 것도 아니었는데 말이야. 한편으로는 너무 동질성을 가진 사람들과 모여서 글쓰기를 하는 것이 피로하기도 했어. 다들 내게 익숙한 문법과 생각으로 말하곤 했거든. 마지막의 결론이 항상 교훈적이거나 희망에 차서 글이 끝나는 식이었지. 그래도 즐겁게 참여했어.
   이렇게 두 차례의 수업을 들어 보고 오히려 기억에 남았던 건 첫 번째 강의였어.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지만 결국에는 모두 친구가 되었거든. 사노롱이랑 비슷하달까? 그 수업에서도 모임이 만들어지고 몇 차례 글쓰기를 지속하긴 했지만 글쓰기 모임에서 글쓰기는 쏙 빠지게 되었어. 친구들이 조금 게을렀거든. 예를 들면 이런 식이야. 자신이 원하는 주제를 하나씩 내고 룰렛을 돌려. 그렇게 선정된 하나의 주제로 모두 글을 쓰기도 하고, 서로에게 주제를 부여하면서 글을 쓰기도 했어. 그렇게 쓴 자유로운 분량의 글을 한 달에 하나만 블로그에 업로드 하는 거야. 그럼 서로 글을 읽고 댓글을 남겨 주곤 했어. 한 주제에서 제각기 뻗어 나가는 이야기나 얼굴을 보고서는 왠지 하지 못할 것 같은 이야기들이 글로 남아서 무척 즐거웠던 기억이 나.


Q. 글쓰기 수업에서 배우고 싶었던 건 배웠어?

미루무
   글쓰기 수업에 처음 참여했을 때는 수업을 들으면 잘 쓰게 될 거라고 생각했어. 그런데 오히려 수업에서 글쓰기는 기술이 아니라는 걸 배웠지. 시간을 충분히 투자하고 주변과 일상을 보는 시각이나 시선 같은 게 글밥이 된다는 걸 더 많이 배웠어.
   물론 문장을 다듬는 일이나 모호하지 않게 글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는 배웠지. 글을 쓸 때 나만 아는 비유를 쓰거나 나만 아는 소재를 넣고 다 설명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업에서 이런 부분을 찾아내고 보완할 수 있는 힘을 길렀지.
   첫 번째 수업은 독립 서점에서 들은 수업이었는데, 글감을 찾는 것, 다양한 방식으로 일상을 보는 법 같은 걸 배웠어. 두 번째 수업은 문장과 문단을 쓰는 법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배웠던 것 같아. 특정 장면을 묘사해 본다거나, 『동사의 맛』이라는 책을 무작위로 펼치고 그 페이지에 나온 동사를 넣어서 글을 쓰기도 했지. 이런 식으로 선생님이 준비해 온 과제 활동을 중심으로 내 이야기나 관련된 경험을 썼어.

사노롱
   나는 말했듯이 내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어. 세상이 나한테는 복잡해 죽겠는데, 어떤 친구는 과제 제출일이 오늘까지인 걸 알면서도 ‘뭐 어때?’라며 새벽까지 술을 진탕 마시다 길바닥에서 자는 거야. 나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지.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대학교에서 글쓰기 강의를 신청했을 때는 다른 사람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글을 통해 엿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했어. 사실 친구들끼리 대화하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삶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이런 대화들을 자주 하지는 않으니까. 그런데 글쓰기 수업에서는 그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것 같았거든. 그 수업을 듣고 알게 된 건 사람들 다 똑같이 산다는 거야. 다들 생각이 많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고, 어렵고 큰일이 있어도 다들 그냥 살아간다는 거. 술을 마시다 잔뜩 취한 채로 길에 누워 자고, 또 아침까지 마시고 온 거는 그러고 싶었기 때문이고, 갑자기 친구가 집에 오는 것도 그냥 나랑 시간을 보내고 싶었기 때문인 거지. 단순하지?
   수업을 듣기 전까지는 늘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글을 썼어. 생각이 너무 쉴 새 없이 몰아치니까 그랬던 것 같아. 수업을 듣고 나서는 친구들이 내가 쓰는 글의 느낌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 강의를 들으면서 사람들이랑 생각을 나누고 글을 나누면서 사람들 다 똑같이 산다는 걸 깨닫고 나니까 내 주변에 있는 것들을 쓰게 된 것 같아.

부추
   세상이 멸망할 것 같은 글은 소설이었어?

사노롱
   응, 소설이었어. 일부러 소설을 썼는데, 그걸 수필이나 일기로 쓰면 너무나 내 현실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국은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는데, 그걸 현실로 받아들이기 싫어서 그랬어.


Q. 글쓰기 수업을 들으면서 접했던 책들도 많았을 것 같아. 기억에 남는 책이 있어?

미루무
   두 번째 강의를 들을 때, 글쓰기 수업 이외에 다른 작가님을 모셔서 특강을 듣는 과정이 있었어. 그때 오셨던 분이 은유 작가였지. 그때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이라는 르포작을 접하게 됐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 실습을 하는 아이들의 생활을 담고 있지. 아이들이 자주 쉽게 위험에 노출되는 것에 대한 이야기였어. 글을 통해 관심을 가지고 애써 들여다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상황을 말하면서 그 상황들을 기록하는 의미에 대해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지. 나라면 그만한 책임감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할 것 같아. 하지만 사라지는 것들을 남기는 것도 필요하잖아. 그래서 그 책이 한동안 무척 오래 마음에 남았지.
   그다음에 기억나는 책은 『동사의 맛』과 초등 국어사전이야. 글을 쓰다 보면 늘 어휘력의 한계를 느껴. 이를테면 아이들이 일기를 써서 가져오면 항상 좋았다고 끝을 맺어. 그런데 내 일기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거지. 늘 예뻤고 좋았다고 쓰다 보니까 이것 말고 내 감정을 조금 더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단어들을 찾고 싶어서 소개받은 책이었지. 사실 인터넷 사전이 훨씬 간편하고 아주 잘 되어 있잖아? 하지만 책으로 된 국어사전을 선호하는 이유는 내가 찾은 단어 주변에 있는 다른 단어들 때문이야. 일관성 없이 나열된 단어들 사이에서 전혀 생각 못 한 단어나 기쁨을 찾을 수도 있거든. 게다가 어떤 사전들에는 세밀화가 포함되어 있기도 해. 엄청 귀여운 단어도 많고! 덕분에 직장에도, 집에도 늘 내 책상에는 국어사전이 따라다녔지.

사노롱
   맞아! 나도 초등 국어사전을 무척 많이 봤어. 물론 국립국어원에 등재된 대로 사전에 기입됐지만 사전마다 예시가 무척 다르잖아? 그 예시를 보는 즐거움이 있지. 초등 국어사전을 보면 그 아래 적힌 수많은 예시가 무척이나 직관적이고 짧은 문장들이야. 한창 글을 쓸 때 고민했던 게 있어. 문장을 다듬으려 하면 내 생각과 비유를 더하다 보니 점점 추상적인 문장이 되는 거야. 문장을 자꾸만 멋지고 길게 쓰고 싶으니까. 결국 처음에 이 문장으로 무엇을 쓰고 싶었는지조차 헷갈릴 때도 있었거든. 내가 문장을 쓰면 나도 보고 다른 사람도 보는데 나만 생각하는 비유적인 표현들을 전부 넣어버리면 어느새 궤변이 되는 것 같았어. 그때 초등 국어사전의 예시 문장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 직관적이고 정확한 문장을 쓰는 연습을 했지.
   또, 그때 강의 들었던 교수님이 수업을 시작하면서 두 권의 책을 학생 모두에게 나눠줬어. 한 권은 초등 국어사전이었고, 다른 한 권은 페르난도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었어. 이걸 항상 지참해 달라는 거야. 사실 처음에 그 책을 받았을 때는 반감이 들었지. ‘이렇게 두꺼운 걸 어떻게 읽어?’ 들고 다니기엔 너무 두꺼운 데다가 내용을 슬쩍 보니까 엄청 심오해. 읽어 봤자 너무 심오해서 아무런 생각도 안 들 것만 같았지.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는 그 책을 주변 친구들에게 추천하게 됐어. 아예 책을 사서 선물하거나 보따리 싸갖고 다니면서 추천했어. 꼭 읽어 보라고 말이야. 그래서 이 두 가지 책이 가장 기억에 남아. 전혀 다른 두 책을 하나의 강의에서 받아 볼 거라곤 생각지 못했거든.


Q. 그럼 수업 이후에 모임이나 온라인을 통해서 글을 공유해 본 적 있어? 아까 스치듯 지나간 이야기를 자세하게 듣고 싶어.

미루무
   첫 번째 수업에서 파생된 모임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는지는 기억나지? 친구들이 무척 게을렀다고 말이야. 마감 주기는 한 달이었어. 분량 제한 없이! 하지만 친구들은 한 달을 줘도 하지 않았지. 그러다 보니까 그것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하고, 즐거움이 되기도 했어. 왜냐하면 글을 내지 않으면 빚처럼 써야 할 글이 쌓였거든. 서로 ‘그건 네 빚이다’ 하면서 놀리곤 했지. 다음번에는 잊지 말고 밀린 글 몇 개를 다 써야 한다면서 독촉을 하기도 했거든. 글쓰기를 중심에 두고 친구들과 서로 떠들고 논 것 자체가 너무 재미있었지.
   다른 모임에도 하나 참여한 적이 있어.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게 된 분을 통해서였지. 그분이 ‘목글쓰기’라는 모임을 하고 계셨는데 거기에 참여하게 됐어. ‘목글쓰기’ 모임은 매주 목요일에 글 한 편을 올리는 거야. 앞에 친구들이랑 설렁설렁 놀면서 글쓰기를 했던 거랑은 밀도가 다르지. 마감 주기가 돌아오는 속도가 엄청 빠르게 느껴졌지. 매주 주제를 잡은 뒤에 글을 쓰고, 같이 읽어 보고, 서로 댓글을 남겨 주는 방식이었어. 마찬가지로 매개는 블로그였고.
   덕분에 내 블로그에는 무척 많은 글이 있어. 내가 일기를 쓰기도 하지만, 이렇게 글쓰기 모임을 통해서 게시물을 올리기도 하니까. 그렇다고 이걸 전시하거나 무한정 공유하려는 마음은 없어. 개인적인 삶의 기록에 가까운 느낌이라서 늘 새해가 되면 한 해 동안 쓴 글들은 모두 비공개로 돌려. 나를 위한 아카이빙이니까.

사노롱
   내 모임 이야기도 해줄게. 아까 A4 용지 한 장에 원하는 주제와 장르의 글을 써 가는 모임을 했다고 했잖아. 사실 나는 이걸 무척 쉽게 생각했어. 하지만 꽤 많은 일들이 그렇듯 쉽게 생각하면 잘 되지 않잖아? 한 장 안에 글을 어떻게 전략적으로 써야 하는지 고민을 가장 많이 했던 것 같아. 그러면 내가 쓰고 싶은 것들을 쓰면서 필요한가? 불필요한가? 꼭 필요한 건 뭘까? 이런 것들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연습을 했던 게 가장 기억에 남아. 이 모임에서 정말 웃기고 즐거웠던 건 오히려 다른 곳에 있었지. 규칙은 단 한 가지야. A4 용지 한 장에 담을 것. 문서의 양식에 대한 규칙은 없는 셈이지. 그러다 보니까 사람마다 가져오는 양식이 천차만별이야. A4 용지 하나 가지고 별의별 양식이 다 나올 수 있다는 걸 그때 알게 됐어. 누구는 그걸 굳이 원고지 양식으로 바꿔. 그러면 몇 자 안 되잖아? 사실 아침에 일어나서 밥 먹었다는 이야기 쓰면 끝나는 정도지. 그러면 도대체 그동안 얼마나 바빴냐며 해명 아닌 해명을 듣기도 했어. 또 어떤 사람은 너무 많이 쓰고 싶은 거야. 도저히 기본 양식으로는 쓰고 싶은 이야기를 다 정리할 수 없는 거지. 그러니까 쪽 여백을 늘릴 수 있는 대로 늘려서 쓰는 거야. 덕분에 글자가 훨씬 많이 들어가고. 물론 정말 곧이곧대로 문서 프로그램을 켜서 그대로 쭉쭉 글을 쓴 것으로 한 장을 채워오는 사람들도 있었지. 한 장 이하로 제한을 두는 대신에 어떤 형식으로 문서를 만들어 오든 한 장을 채운 글이면 된다고 했거든. 이 부분에서 각자의 성격이 나오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나중에는 새로운 양식을 가지고 온 사람이 나타나면 그 양식 자체가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했어. 엄청 웃겼다니까?
   그밖에 나도 온라인에 글을 써서 올린 적도 있어. 불특정 다수가 볼 수 있는 어느 플랫폼에 글을 써서 올렸는데 왠지 모르게 글을 오래 올려 두고 싶지는 않았어. 닫으면 왜 닫느냐는 사람도 있고, 다시 올려 달라는 사람도 있지만……. 픽션으로 써놓고 한편으로는 그게 내 일기들 같아서 계속 공개해 두기 부담스러운 것 같았어. 그래서 보통 글을 올리고 삼 개월 정도 지나면 글을 내려. 나 스스로 정한 공유 기한이지.

 

 

계속….

 

 

 

'그림 효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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