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일 외 1편

[신작시]

 

 

나무의 일

 

 

오은

 

 

    나무가 책상이 되는 일
    잘리고 구멍이 뚫리고 못이 박히고
    낯선 부위와 마주하는 일
    모서리를 갖는 일

 

    나무가 침대가 되는 일
    나를 지우면서 너를 드러내는 일
    나를 비우면서 너를 채우는 일
    부피를 갖는 일

 

    나무가 합판이 되는 일
    나무가 종이가 되는 일
    점점 얇아지는 일

 

    나무가 연필이 되는 일
    더 날카로워지는 일

 

    종이가 된 나무가
    연필이 된 나무와 만나는 일
    밤새 사각거리는 일

 

    종이가 된 나무와
    연필이 된 나무가
    책상이 된 나무와 만나는 일
    한 몸이었던 시절을 떠올리며
    다음 날이 되는 일

 

    나무가 문이 되는 일
    그림자가 드나들 수 있게
    기꺼이 열리는 일
    내일을 보고 싶지 않아
    굳게 닫히는 일
    빗소리를 그리워하는 일

 

    나무가 계단이 되는 일
    흙에 덮이는 일
    비에 젖는 일
    사이를 만들며
    발판이 되는 일

 

    나무가 우산이 되는 일
    펼 때부터 접힐 때까지
    흔들리는 일

 

 

 

 

 

 

 

 

 

 

화장실

 

 

    밥 먹듯 드나들지요
    밥을 열 끼나 먹나요?

 

    정색하지 마세요
    사색이 되어 들어왔었잖아요

 

    볼일이 있어서 왔어요
    볼 장 다 본 사람은 나가요

 

    시원한가요?
    그런 질문은 실례예요

 

    들어올 때는 간절했었잖아요
    나갈 때는 배부른 사람이군요
    배고프다고 말할 참이었는데요?

 

    마음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분초를 다투는 일이 끝났으니까요

 

    노크하고 얘기하세요
    용건만 간단히
    아니, 용변만 간단히

 

    손은 씻으셨나요?
    스스럼없이 악수할 거잖아요
    빵을 떼어 먹고 어린애 머리를 쓰다듬고
    부끄러울 땐 자신의 양 볼을 감쌀 거잖아요
    그 손으로

 

    아까와는 다른 그 손으로

 

    대화가 되지 않는군요
    여태 혼잣말이었잖아요

 

    볼일은 해결할 땐 늘 혼자지요

 

 

 

 

 

 

 

 

 

 

 

 

오은
작가소개 / 오은

– 1982년 전북 정읍 출생. 2002년 『현대시』로 등단. 시집 『호텔 타셀의 돼지들』,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유에서 유』. 작란(作亂) 동인.

 

   《문장웹진 2017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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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원

그거 하다가 그때 나온 작품 같은~~리어리티~~!

서현재

우산도 되고, 책상도 되고, 종이가 되고 연필이 되는 일
나무가 되는일, 우리도 무언가 되어야 하는데요?

바람을걷는법심리학도

https://www.youtube.com/watch?v=xaQAyN95PIM&t=4s

선생님 혹시 시를 이런식으로 홍보할 생각은 없으신가요? 010-7794-4982

함다연

나무가 서로 다른것이 되어 만난다는 것이 인상적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