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외 1편

[창작시]

 

 

일요일

 

 

최백규

 

 

 

 


   책상에 죽은 화초가 있다 여전히 곧고
   조금 붉다


   이 진료실은 환기가 잘 되지 않는다 숨으로 가득 찬 방에서
   의사는 늑골 아래를 누르며
   아픈지 묻고 처방전을 쓰고
   이대로 살아서는 안 된다 말한다


   약봉지를 들고 거리에 서면 생경한 기분이 든다
   먼지마저 움직이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혼자서 잠을 설치고 식사를 거르고
   그 여름을 뒤돌아보다가
   웃을 수 있을지


   버스 창을 열어 두고 바람을 맞는다
   턱을 괴고 무언가 적거나
   긴 전화를 한다 몇 마디 안부를 나누고
   한참 고개를 끄덕인다


   광화문 광장이 우는 사람들로 가득해
   멀리 돌아서 온다


   부엌에서
   도마에 새겨진 칼자국 위로 선명하게 햇빛이 머물고 있다

 

 

 

 

 

 

 

 

 

 

 

졸업

 

 

 

 


   까닭 없이 피가 돌아 소란스럽다


   쓰러진 나무가 몸을 씻고 있다 지난밤의 살냄새를 더듬으며


   집 앞을 서성이다 무언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손 틈 사이 새어 들어오는 햇볕이 머뭇거린다 머리를 말리고서


   옥탑 위를 지나는 구름이 시들해질 때까지


   찬 국수를 말아 먹는다
   아직 온기가 남아 있다 벗어 놓은 옷에
   화창한 날 카메라 앞에서 짓던
   웃음이 바래는 것처럼


   십 년 만의 큰 장마가 지는 동안
   십 년 전의 한나절을 되감는다
   돌아보니 아무도 없다


   빗소리를 들었는데
   창 바깥에서 빈 나뭇가지만 흔들리고 있다


   홀로 온 새가 울고 가듯이


   또다시 꽃은 쉽게도 지고

 

 

 

 

 

 

 

 

 

 

 

 

최백규
작가소개 / 최백규

1992년 출생. 2014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시집 『네가 울어서 꽃은 진다』, 동인 시집 『한 줄도 너를 잊지 못했다』. 창작 동인 ‘뿔’로 활동 중.

 

   《문장웹진 2022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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