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 드랍 외 1편

[창작시]

 

 

데스 드랍

 

 

황인찬

 

 

 

 


   버스 타고 일하러 가는 길
   사람 없는 가로수길을 보며


   내 삶이 저거였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네


   맑고 밝은 여름 저녁
   소나기라도 떨어지면 좋을 터인데


   기사가 버스를 세우고 말한다


   “차가 고장이 났어요. 여기서 내리시면 다른 차가 모시러 올 겁니다.”


   그새 비가 쏟아져서 사람들은 내릴 수 없다고 하네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옆집 감나무에는 아기 머리통만 한 감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습니다


   누가 키웠을까 사람도 살지 않는데 산책하다 무심코 한 말에 저걸 누가 키워 알아서 자라는 거지 그가 말했습니다


   담장 위로 나란히 앉은 새들은 정답게 울고 겨울을 맞아 잔뜩 털이 올랐네요   과연 그렇군요 다 알아서 자라는 것이군요


   언덕길 경사를 따라 햇빛 떨어지는 오래된 동네
   새들이 햇살 아래 자주 웃고 떠든다는 생각


   살기 좋은 동네 같아, 그것은 우리가 이곳에 떠밀려 오던 날, 이삿짐을 풀며 그가 했던 말


   그런 말을 듣고 보면
   왠지 정말 그렇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지요


   인적 없는 집에도 감은 열리고
   삶도 사랑도 그렇게 근거 없이 계속되는 것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내일은 오고
   때때로 눈도 비도 내리겠지요


   우리는 이 동네로 떠밀려 왔고, 어느새 짐을 풀고 있었을 뿐 이지만


   깨어도 꿈결 속아도 꿈결
   꿈이 아니라는 것이 정말 큰 문제입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우리가 늙었을 때,
   조용하고 아름다운 이 동네에서 곱게 늙은 두 노인이 되었을


   심지도 거두지도 않고, 누구에게 해 끼치는 일도 없이 계속되어 온 그저 선량한 우리 삶이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사람의 마음이 깊어 가는 가을


   밤마다 옆집에서는 잘 익은 감들이 하나둘 떨어졌고
   그때마다 사람 머리통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황인찬
작가소개 / 황인찬

1988년 안양 출생. 2010년 《현대문학》 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문장웹진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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