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사이에 흐르는 강

[단편소설]

 

 

우리들 사이에 흐르는 강

 

 

황시운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하다. 늘어놓는 사람도 없는데 엄마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소를 한다. 잠시 후, 청소기 소리가 멈췄다. 이제 엄마는 걸레를 빨아 좁은 거실과 부엌, 그리고 제희와 내가 함께 쓰던 작은방을 걸레질할 것이다. 이십여 분쯤 흘렀을까. 텔레비전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낡은 소파에 무너지듯 앉아서 종일 가쁘게 차올랐을 숨을 돌리는 엄마의 모습이 연상됐다.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엄마의 움직임과 표정을 상상하곤 한다. 내가 보지 못할 때 엄마는 어떤 얼굴일까. 나와 함께 있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그러하듯 미간에 주름이 잡혀 있을까. 아니면 이를 앙다물어 버릇해서 단단해진 턱이 도드라져 보일까. 그것도 아니면 오래 울고 난 사람처럼 허탈한 표정일까. 어쨌든 웃는 얼굴은 아닐 테지. 엄마의 웃는 얼굴을 본 게 언제인지 모르겠다. 나도 엄마도 제희도 이제 더 이상 웃지 않는다. 웃을 일이 없기도 하거니와 우리는 모두 아예 웃는 법 자체를 잊어버린 것 같다. 사라져 버린 아빠는 어떨까. 모르긴 해도 우리와 비슷하겠지. 집을 떠났다고 해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건 아닐 테니까. 아빠는 그렇게까지 적응력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나로 인해 달라진 일상과 관계에 끝내 적응하지 못하고 가장 먼저 튕겨져 나간 사람도 아빠였다.
    모로 누워 엉덩이를 허옇게 내놓고 항문에 좌약을 넣은 채 죽음의 순간에 대해 생각한다. 지긋지긋하게 이어지던 숨을 놓치는 찰나의 순간, 실재하는 감각은 물론 왜곡된 감각까지 사라져 버리는, 그리하여 티끌만 한 존재의 맨 마지막 증거마저 완벽하게 소멸되는 축복의 순간에 대하여. 7년 전 그날 이후, 삶은 천형이 되었다. 매 순간 죽고 싶었지만 그건 내 선택의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었다. 아무 미련도 남지 않은 삶을 그저 견뎌내는 것 말고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가던 어느 날, 벼락처럼 떠오른 생각이 나를 구원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존재한다는, 그러니 처참히 이어지고 있는 내 삶에도 당연히 끝이 존재할 거라는, 죽지 못해 안달을 내지 않아도 결국엔 죽게 될 거라는, 게다가 이렇게 된 이상 오래 살지 못할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합리적 추론. 삶이 멈추면 고통도 멈춘다. 이 당연하고도 단순한 사실이 바싹 말라비틀어져 있던 내 영혼에 희망을 불어넣었다. 희망은 삶을 충만하게 한다. 죽음에의 희망이 있어 고통에 매몰된 오늘을 살아갈 힘을 얻는다. 이상한 말 같지만, 세상엔 죽음만이 유일한 희망인 삶도 존재하는 법이다. 항문에서 푸르릉, 가스가 새어 나왔다. 잠시 후, 딱딱해진 대변이 항문을 빠져나와 툭, 떨어졌다.
    “엄마!”
    아무리 힘껏 외쳐도 목소리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퍼져나가질 못했다. 그러나 엄마는 용케 그걸 알아듣고 반응하고는 했다. 아니나 다를까 텔레비전 소리가 뚝 끊겼고 엄마가 방문을 열고 들어섰다. 이제 엄마는 내 항문을 마사지하고 후벼 파 딱딱하게 굳은 채 항문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변을 꺼내 줄 것이다.
    맨 처음 그걸 해야 했을 때, 엄마는 ‘그야말로 엉엉 울고 싶은 심정’이었다고 했다.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실로 옮기고 일주일이 지나도록 대변이 나오지 않자 간호사는 관장을 해야 한다며 언제 사람이 나타날지 알 수 없는 계단참에 나를 침대째 끌어다 놓았다.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한 엄마가 당황해 허둥대기 시작했다. 허둥대는 엄마의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나 역시 불안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간호사는 엄마와 내가 미처 진정하기도 전에 가림막이랍시고 두 칸짜리 파티션으로 침대 머리 쪽을 가려 놓은 채 돌아가 버렸다. 잠시 어쩔 줄 몰라 하던 엄마는 짧은 한숨을 내쉰 뒤 나를 모로 눕히고 바지를 끌어 내렸다. 그러곤 난생처음 항문을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항문 마사지에 대해 얻은 정보라고는 옆 침상 환자에게 고용된 간병사가 손바닥에 시범을 보여준 게 다였다. 간병사가 가르쳐준 대로 항문 주변을 누르고 문질러도 대변이 나오지 않자 엄마는 초조해했다. 간호사는 좌약을 넣고 십오 분에서 삼십 분이면 대변이 나오기 시작할 거라고 말했지만, 그 두 배쯤의 시간이 흘러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결국 엄마는 누구에게라도 도움을 청하기 위해 나만 남겨 둔 채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엄마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누군가 나타난 것은 우연한 일이었다. 하필이면 바로 그때 돌처럼 딱딱하게 굳은 똥이 엄청난 악취를 몰고 튀어나온 것 역시 우연일 뿐이었고. 그러나 그 시절의 나는 그런 우연들이 빚어낸 상황을 견뎌낼 만큼 단련이 되어 있지 않았다. 계단을 울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던 순간부터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휴, 냄새! 미쳤나 봐. 왜 이런 데서 똥을 누고 지랄이야.”
    내 옆을 스쳐 지나가며 여자가 낮지만 분명하게 투덜댔다. 온몸의 피가 머리로 몰리는 느낌이었다. 눈알이 빠질 듯 아파 왔다. 당장이라도 펄펄 끓는 피가 뿜어져 나올 것 같았다. 두 눈을 있는 힘껏 감고 이를 빠득빠득 갈았다. 겨우 열다섯을 끝으로 다시는 남들처럼 자연스럽게 똥과 오줌을 눌 수 없게 된 현실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그날 나는 인간의 존엄이 얼마나 간단히, 그리고 무참히 무너질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 인간이 짐승으로 전락하는 건 순간이었다.
    왜곡된 감각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신경을 타고 흐르는 감각을 제대로 감지할 수 없게 된 뇌는 몸으로 보내야 할 신호를 왜곡했고, 찢긴 신경은 왜곡된 통증의 신호를 싣고 제멋대로 날뛰었다.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처음엔 벌침에 쏘인 듯 따끔거리던 서혜부를 녹슨 칼이 쑤석대기 시작했다. 엉덩이도 사포질이라도 하는 것처럼 쓰리고 아려 왔다. 한층 강도가 더해진 통증은 굳어버린 몸뚱이를 타고 온몸 구석구석까지 퍼져나갔다. 어깨가 찢겨 나가는 것만 같았고 발은 불이 붙은 듯했다. 너울에 휩쓸린 것처럼 크고 작은 통증들이 한꺼번에 넘실거렸다. 안전바라도 부여잡고 몸부림치고 싶었지만 꼼짝할 수 없는 몸뚱이를 어쩌지 못한 채 어금니만 꽉 앙다물었다. 위이잉, 이명이 골을 흔들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서혜부를 찌르는 듯한 통증은 덜해졌지만 엉덩이 쪽의 통증은 잦아들 줄을 몰랐다. 잦아들기는커녕, 날선 칼날로 살점을 스윽스윽 포 뜨듯 베어내는 것 같았다. 숨도 쉴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자세를 바꾸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었다. 여전히 이를 꽉 앙다문 채로 오른팔을 간신히 들어 침대 안전바를 툭툭 쳤다.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 있던 엄마가 대번에 깨어나 내게로 왔다. 엄마는 내 옆구리와 다리에 팔을 끼워 넣더니 끄응 소리를 내며 단번에 모로 뉘었다. 나는 그제야 숨을 몰아쉬며 낮은 신음을 토해냈다. 엄마는 잠시 내가 안정되길 기다렸다가 허리를 당겨 엉덩이를 살짝 뒤로 뺐다. 힘없이 뻗친 다리도 잘 굽혀 포개 주었다. 마지막으로 등과 엉덩이, 다리 사이에 쿠션을 받쳐 준 뒤 손바닥으로 등과 엉덩이를 반복해서 쓸어 주었다.
    “많이 아프지?”
    “괜찮아요.”
    나는 이를 빠드득 갈며 습관처럼 대답했다. 엄마는 한참이나 더 내 등과 엉덩이, 다리를 마사지해 준 뒤 자리로 가 누웠다. 벽을 향해 누운 채로 엄마의 숨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대개는 통증에 시달리느라 짧은 잠을 자다 깨길 반복했지만, 느리고 규칙적인 엄마의 숨소리에 집중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깊은 잠에 빠져들 때가 있었다. 그런 날엔 거대한 소용돌이 속으로 끝도 없이 빨려 들어가는 악몽도 꾸지 않았다.
    발을 뻗었는지 접었는지, 이불이 덮여 있는지 걷어치웠는지, 심지어 뼈가 부러지거나 살이 찢겨 피가 철철 흘러도 나는 감지하지 못한다. 그 때문에 나는 종종 내가 의자나 책상과 다를 바 없는 정물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내가 느끼는 감각은 오로지 통증뿐이다. 하나의 커다란 통각점이 되어버린 내 몸엔 종일 온갖 통증들이 들끓는다. 엄마는 언제까지나 이렇게 살아갈 순 없으니 뭐든 할 수 있는 걸 생각해 보자고 했지만, 통증 말고는 무엇도 감각하지 못하는 몸을 견디는 것 말고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나는 잘 모르겠다.
    “주무세요?”
    “아니. 왜, 뭐 필요한 거 있니? 물 마실래?”
    “아니요. 그게 아니라…….”
    “응?”
    엄마가 돌아누웠다. 지금 엄마는 내 등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말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또다시 엄마를 울리게 될까 봐 걱정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말을 하지 않을 수도 없다. 낮에 잠깐 제희가 다녀갔다고 말했을 때, 엄마는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만 더 말을 이어 갈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그런데 아무리 돌이켜봐도 낮에 본 제희의 얼굴과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제희에게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제희에게 정말로 무슨 일이 있는 게 틀림없어요.”
    내 말에 엄마가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제희가 집을 떠난 지 어느덧 사 년이 되어 가고 있었다. 엄마와 제희가 싸움마저 멈추고 서로를 남 보듯 한 지도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엄마와 제희를 그런 상황까지 몰고 간 것은 나였다. 나까지 모른 척 눈을 감고 있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또 그 소리야? 도대체 제희가 뭘 어쨌기에 자꾸 그러는 거니?”
    엄마가 물었다. 선뜻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제희는 얼핏 평소와 똑같은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무얼 물어도 그렇다거나 아니라는 짧은 대답만 반복했다. 하지만 허공에 머문 그 애의 눈빛, 망설임이 느껴지는 목소리, 그리고 저도 모르게 토해내는 짧은 한숨소리까지도 평소와는 분명히 달랐다. 나는 지금 그걸 엄마에게 설명해야 했다.
    “어딘가 초조해 보였어요. 자꾸만 입술을 물어뜯었고요. 다른 때도 그러긴 했지만 오늘 유독 심했어요. 어쩐지 서두르는 것 같기도 했고요. 물론 그것도 늘 그랬지만 이번엔 목소리도 눈빛도…….”
    “그러니까 네 말은 결국 평소랑 똑같았단 거잖아.”
    엄마가 가로채듯 이야기했다. 이번에도 뭐라고 대꾸하면 좋을지 몰라 우물쭈물하는 사이 엄마가 말을 이어 갔다.
    “평소에도 그랬다면서. 그런데도 뭔가 다르다고 느꼈다면, 그건 네 기분 탓일지도 몰라. 설사 무슨 일이 있다고 해도 그래. 제희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한텐 언제나 무슨 일인가 생기잖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날은 없어. 살아 있는데 아무 일도 안 일어날 리가 없지 않겠니? 그리고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났다 해도 제희가 도움을 청하지 않는 이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어.”
    엄마가 이야기를 맺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엄마 말이 맞았다. 심지어 제희가 도움을 청한다고 해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들 사이엔 너무 넓고 깊은 강이 흘러 누구도 쉽게 건널 엄두를 내지 못하게 되었다. 그런 마당에 내가 무엇을 설명하려 하는 것일까. 입이 말랐다. 물을 좀 달라고 말을 하려는데, 엄마가 일어나 빨대컵을 가져다 빨대를 물려주었다. 미적지근한 물을 삼켰다.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들을 엄마에게 빚지고 있었다. 이미 성인이었지만, 먹고 입고 자는 것은 물론 기본적인 생리현상까지도 타인의 손을 빌리지 않으면 해결할 수 없다. 이런 나도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걸까. 엄마에게 기생하는 거대한 벌레가 된 것만 같아 나는 내가 무섭고 끔찍했다. 엄마는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고 입버릇처럼 말했고 나 역시 그렇게 생각하려 노력했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모든 문제의 원인이 나라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


    엄마가 나갈 준비를 하고 있을 즈음 활동지원사 선생이 출근했다. 작년에 환갑이었다는 그녀는 엄마가 나가고 나면 물수건을 만들어다 내 얼굴과 손발을 닦아 주었다. 그런 다음 내가 누워 있는 방을 대강 청소하고 기저귀를 한 번 확인한 후 꾸벅꾸벅 졸기 시작했다. 한 시간쯤 졸다 깨면 엄마가 준비해 둔 점심을 챙겨다 내가 스스로 먹도록 돕든지 직접 먹여 주든지 했는데, 밥을 먹는 내내 매사 고마운 줄을 알아야 사람이다, 라든가 전에 돌봐주던 경추 아저씨는 혼자서 운전도 하고 복지관으로 탁구 치러도 열심히 다녔다, 라는 등의 말을 반복했다. 어떻게든 일어나서 엄마한테 효도해야 하지 않겠냐는 말도 가끔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나는 내 상태에 관해 설명하는 대신 소리 없이 웃기만 했다. 시간 맞춰 체위 변경을 해주다가 소변백이 차면 비워 주고 밥 먹은 뒷설거지를 하는 게 오후 일과의 전부였는데도, 그녀는 돌아가기 전에 꼭 허리를 짚고 아고고고 소리를 내며 ‘아이고 참, 되다.’라고 푸념하듯 말하곤 했다. 새사람 구하기가 만만치 않은 데다 낯선 사람에게 또다시 처음부터 적응해야 하는 게 싫어서 매번 못 들은 척 넘기고 있었지만 여러모로 난감한 사람이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신 거야?”
    핸드폰 화면을 들여다보던 활동지원사 선생이 문득 생각났다는 듯 물었다. 안 그래도 오늘은 어쩐 일로 졸지도 않는다고 생각하던 참이었다. 나는 그녀의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돌아가셨다고 대답하자니 어딘가에 살아 있을 사람을 두고 그러면 안 될 것 같았고, 살아 계신다고 대답하자니 그 뒤로 쓸데없는 질문들이 이어질 것이 빤해 내키지 않았다.
    “아니면 이혼하신 건가?”
    활동지원사 선생이 다시 물었다. 나도 모르게 짧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때까지도 핸드폰만 들여다보던 선생이 고개를 홱 쳐들더니 나를 흘겨봤다.
    “남자가 그렇게 새초롬하면 못 써. 어른이 하는 말에 한숨이나 쉬고 말이야!”
    내가 끝내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활동지원사 선생이 쥐어박는 소릴 했다. 나는 시선 둘 곳을 찾지 못한 채 허둥댔다. 공연히 입이 마르고 가슴까지 쿵쿵 뛰었다. 엄마가 돌아오려면 서너 시간은 더 있어야 했지만, 그녀가 어서 돌아가 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 와중에 터질 듯 조여들던 두 다리를 수백 마리의 벌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쏘아대는 것만 같아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두 눈을 꽉 감고 있는 힘껏 이를 앙다물었다. 이가 빠득빠득 갈렸다. 다리를 잘라내면 어떨까. 그러면 지금보다는 덜 아프지 않을까. 쓰임도 없으면서 고통만 주는데도 계속 끌어안고 살아갈 이유가 있을까. 쓰임이 없다 해도 있는 것이 나으려나. 쓰임 없는 것들을 죄 내버리고 나면 내게 남는 것이 있기나 할까. 내 존재 자체가 이미 아무 쓰임새도 없는데.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생각이 이어졌다. 사실 하나 마나 한 생각이었다. 어차피 자르고 싶다고 자를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통증이 좀 그만해지자 스르르 눈이 떠졌다. 처음에 희미하게 보이던 천장 벽지의 무늬가 서서히 선명해졌다. 벽에 걸린 시계로 시선을 옮겼다. 체위 변경할 시간이 지났지만 선생은 여전히 핸드폰만 들여다보고 있었다. 이러다 어느 순간 또다시 끔찍한 통증이 찾아올 것이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도저히 어찌해 볼 수 없는 통증이 나를 통째로 집어삼켰다. 그때마다 몸뚱이가 갈가리 찢기거나 온몸 구석구석의 살갗을 대패로 갈아내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때론 누군가가 녹이 잔뜩 슨 칼로 내 몸 여기저기를 푹푹 찌르는 것 같았다. 두 다리가 불길에 휩싸인 채 활활 타들어 가는 것 같을 땐 차라리 숨이 끊어지기만을 바랐다. 통증이 조금 덜할 때는 다가올 통증을 두려워하느라 다른 생각은 할 겨를이 없었다. 아무리 통증이 아닌 것들에 대해 생각해 보려 애써도 소용없었다. 나는 통증에 완벽하게 함몰되었다.


    쏟아지는 물소리와 사람들의 함성소리를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갔다. 폭포가 쏟아지는 절벽 위에서 남자들이 다이빙을 하고 있었다. 한쪽에 다이빙 금지 푯말이 세워져 있었지만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는 것 같았다. 누군가는 멋지게 공중제비를 넘었고 다른 누군가는 괴성을 질러대며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뛰어내렸다. 간혹 어떤 식으로 뛰어내릴지 결정하지 못한 채 주춤대다 뒷사람의 채근에 떠밀리듯 서둘러 뛰어내리는 이도 있었다. 뛰어내리는 모습은 제각각이었지만 뛰어내리는 이들이나 그걸 바라보는 이들이나 하나같이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다. 그 모습을 홀린 듯 바라보다 나도 모르게 절벽을 기어올랐다. 다이빙을 할 생각은 아니었다. 그저 뛰어내리는 순간 그들이 무엇을 보는지 궁금했다.
    막상 올라 보니 아래서 볼 때보다 높게 느껴졌다. 쏟아지는 폭포가 만들어내는 소용돌이도 거셌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 짙은 물빛은 아름다우면서도 위협적이었다. 두려움 없이 뛰어내리는 사람들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다이빙하는 이들과 그들을 빨아들이는 소용돌이를 번갈아 바라봤다. 문득, 아빠가 떠올랐다. 아빠도 저렇게 다이빙을 할 수 있을까. 저들처럼 거침없이 뜨거운 공기를 가르며 무엇이 도사리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세상으로 뛰어들 수 있을까. 고개를 돌려 캠핑장 쪽을 바라봤다. 멀리 구닥다리 텐트와 씨름을 하고 있는 아빠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멀어 얼굴 윤곽이 보이지 않는데도 어쩐지 잔뜩 화가 난 표정일 것만 같았다. 저 텐트를 처음 사들고 왔던 날, 아빠는 적어도 한 계절에 한 번씩은 캠핑을 떠나기로 나와 손가락을 걸고 약속했다. 하지만 약속은 칠 년 만에야 간신히 지켜졌고 나는 더 이상 아빠와의 캠핑에 관심이 없었다. 한참 동안 아빠를 바라보다 시선을 돌렸다. 이제 아빠와 나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속해 있는 것만 같았다.
    절벽 끝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늘이 졌는데도 바위는 따끈했다. 경직됐던 몸과 마음이 나른하게 늘어졌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반짝였다. 두 눈을 지그시 감았다. 감은 눈앞에 하얗고 붉은 빛들이 팡팡 터졌다.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불빛들이 잦아들자 고막을 찢을 듯하던 폭포소리와 웅성거리던 사람들의 소리가 아득해졌다. 등줄기를 타고 땀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겨드랑이 사이에도 땀이 차올랐다. 평소 같으면 질색을 했겠지만, 언제든 시원한 계곡물에 뛰어들면 된다고 생각하니 그다지 거슬리지 않았다. 끌려오다시피 나선 여행이었다. 특별히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냥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오는 내내 억울한 마음이 들어 툴툴댔다. 그것 때문에 엄마는 불같이 화를 내기도 했다.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나선 길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은 좋았다. 공연히 쥐어박은 제희에게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절벽 밖으로 내놓은 발을 가볍게 까딱거렸다. 특별히 떠오르는 리듬이 있는 것도 아닌데 몸을 좌우로 흔들기도 했다. 뜨거운 열기와 사람들이 내지르는 환성에 휩싸여 온몸이 붕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 휙.
    바람에 떠밀리듯 가볍게 날아오른 내 몸을 지구가 온 힘을 다해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무섭다거나 놀랐다거나 하는 감정을 가질 새도 없었다. 그렇게 순식간에 쑥 빨려 들어간 뒤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다. 온갖 선들이 내 몸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내가 눈을 뜬 걸 본 엄마가 내 몸을 붙잡고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엄마가 내 몸에 매달리다시피 하고 있는데 아무런 감각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게 어떤 느낌인지 확실하지는 않았지만, 마치 몸이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몸이 사라지다니. 너무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이 났다. 물론 제대로 웃어지지는 않았다. 그저 웃음이 난다고 생각됐다는 얘기다. 모든 게 그랬다. 그냥 그렇다고 생각되는 게 다였다. 생각은 되는데,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것도 느낌이라면, 난생처음 느껴 보는 느낌이었다.
    거의 2주 만에 깨어나는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엄마는 내게 살아나 줘서 고맙다고 했다. 엄마는 나의 엄마니까 그렇게 말하는 게 당연하겠지만, 나는, 내 입장에서는 그런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살아나서 다행이기는커녕, 이런 꼴로 살아나서 도대체 어쩌자는 건가 싶은 생각만 들었다. 이번에도 그냥 생각만 들었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어깨 아래로는 완전히 마비되었다는 의사의 설명과 곧 좋아질 테니 희망을 잃지 말고 노력해 봐야 한다는 엄마의 설득, 그리고 아버지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서 미안하다는 아빠의 사과를 차례로 듣고 난 뒤에 내가 스스로 정리한 나의 현재 상황은,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상황에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날 나를 민 것은 제희였다, 고 했다.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할 수만 있다면 제희 자식의 면상을 짓이겨 놓고 싶었다. 그러나 제희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설사 보였다 한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없었겠지만. 세 번의 수술을 거치며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6개월 동안 제희는 딱 한 번 병원에 들렀을 뿐이다. 그것도 아빠에게 끌려오다시피 한 것이었다. 그날, 목과 코에 관을 꽂고 그르렁대고 있는 나를 바라보는 제희의 눈은 컴컴한 굴속 같았다. 엄마가 어깨를 늘어뜨린 채 떨고 있는 제희를 거칠게 잡아당겨 내 앞에 세웠다.
    “형한테 사과해.”
    엄마가 낮지만 강한 어조로 말했다. 제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엄마가 제희의 팔을 움켜잡고 흔들었다.
    “뭐 하는 거야. 사과하라니까?”
    아빠가 엄마를 붙잡으며 말렸지만 엄마는 아빠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엄마는 다시금 제희의 몸을 흔들어댔다. 나 보라고 일부러 더 하는 것인지, 엄마의 행동이 어딘가 과장되게 느껴졌다.
    “얼른 사과해. 너, 형한테 사과해야 하잖아. 사과라도, 해야 하는 거잖아!”
    엄마가 마치 비명이라도 지르듯 소리쳤다. 그러나 제희는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린 채 눈물과 콧물만 질질 흘릴 뿐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세 사람 모두 눈앞에서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고, 생각만 했다.
    엄마는 늘 내가 무언가를 요구하기도 전에 움직였다. 입이 말랐다고 느끼는 순간 젖은 거즈로 입 안을 닦아 주었고 가래가 끓을 즈음이면 놓치지 않고 석션을 해주었다. 하다못해 귓속이 가려운 것까지 용케 알고 면봉으로 닦아내 주었다. 혹시 내 속에 들어갔다 나온 게 아닐까 의심이 될 정도였다. 대신 나 외에는 누구에게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엄마는 저녁마다 병원에 들르는 아빠를 본 척도 하지 않았다. 제희의 안부도 묻지 않았다. 마치 세상에 사람이라고는 딱 나 하나 남은 것처럼 온 신경을 내게만 기울였다. 나는 그런 엄마가 불편했다. 엄마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입장이면서도 그랬다. 아마도 지나치게 집중하며 무리를 거듭하는 엄마가 부담스러웠던 것 같다. 게다가 엄마의 지나친 행동들이 문득문득 내 입에 물린 재갈처럼 느껴졌다. 사실,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은 화를 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그때껏, 그리고 이후로도 화를 내지 못했다. 내가 화를 내기도 전에 엄마가 먼저 나를 대신해 불같이 화를 내주었기 때문이다. 그때 내가 제희를 마음껏 원망했더라면, 녀석의 면상을 짓이겨 놓진 못하더라도 최소한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한 거냐고 따져 묻기라도 했더라면, 나도 녀석도 지금보다는 덜 구부러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나는 여전히 지우지 못하고 있다.


    저녁 설거지를 마친 엄마가 또다시 작은방의 문을 노크하기 시작했다. 이제는 정말로 문을 열고 나오라고 노크를 하는 것인지 그거라도 안 하면 뭘 해야 할지 몰라서 형식적으로 두드리고 있는 것인지 분간이 안 됐다. 어느 쪽이든 듣는 입장에서 지긋지긋하기는 마찬가지였지만. 똑똑똑똑, 똑똑똑똑. 짧게 네 번씩 두드리는 소리에 맞춰 오른쪽 눈 밑이 지잉 떨릴 지경이었다. 똑똑똑똑, 지잉, 똑똑똑똑, 지잉, 똑똑똑똑, 지잉, 똑똑똑, 벌컥. 느닷없이 방문이 열리는 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을 끔벅하며 침을 꼴깍 삼켰다.
    “궁금한 게 많겠지만 난 해줄 말이 없어요. 기운 그만 빼고 그냥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세요. 최대한 없는 듯이 지내다가 때 되면 다시 사라져 줄 테니까.”
    제희였다. 줄곧 입을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제희가 드디어 작은방의 문을 열고 나와 제 할 말을 또박또박 하자 엄마는 한동안 이렇다 할 대꾸를 하지 못했다. 침대 방향 때문에 보이지는 않아도 끊어질 듯 팽팽한 두 사람의 신경전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제희가 배가 불룩한 은주를 달고 느닷없이 들이닥친 지 오늘로 꼭 보름째였다. 그리고 제희는 방금 보름 만에 처음으로 엄마에게 입을 열었다. 그동안 방문이 부서져라(아직도 부서지지 않은 것이 신기할 정도이다) 문을 두드리는 것부터 시작해 온갖 방법을 다 써보던 엄마도 열흘이 넘도록 제희 쪽에서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자 결국 기세가 한풀 꺾이고 말았다. 그게 어쩌다 보니 사람을 더 미치게 하는 쪽으로 꺾이긴 했지만, 어쨌든 엄마 자신도 뭘 어째야 할지 몰라서 저러고 있는 게 분명했다. 나는 그것이 마침내 엄마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뜻 같아 불안했다.
    “있는 사람을 어떻게 없다고 생각하란 거니. 그리고 지금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는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니야? 최소한 네가 사람이라면 말이야.”
    기세가 꺾였다고는 해도 엄마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은 아니었다. 엄마는 은주에 관해 묻고 있는 거였다. 나 역시 그게 가장 궁금했다. 그러나 제희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제희가 내쉬는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집으로 들어오던 날 제희는 내가 누워 있는 방으로 은주를 부르더니 형에게 인사를 하라고 했다.
    “안녕하세요. 이은주예요.”
    말 그대로 ‘인사’를 한 은주가 잠시 쭈뼛대다 방을 나가자 나를 보며 제희가 말했다.
    “당분간 시끄럽더라도 형이 이해 좀 해줘. 곧 나갈 거니까 너무 걱정은 말고.”
    나와 시선을 맞추고 있긴 했지만, 나에게 하는 말인지 엄마에게 하는 말인지 잘 구분이 안 됐다. 아무튼 제희는 그 말을 끝으로 은주를 데리고 나와 함께 쓰던 작은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지 한동안 입만 떡 벌리고 있던 엄마가 작은방으로 쫓아갔을 땐 이미 방문이 잠긴 후였다. 그렇다고 제희가 작은방에 들어앉아 문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제희와 은주는 하루 한두 번 배달음식을 시키거나 부엌을 뒤져 음식을 찾아 먹었고 그때그때 화장실도 드나들었다. 그러나 두 사람 다 약속이라도 한 듯 입은 열지 않았다. 방 안에서야 무슨 말이든 주고받을 테지만, 문밖에만 나오면 아무것도 안 보이고 안 들리는 사람들처럼 입을 꾹 다물고 엄마가 어떻게 하건 본 체도 들은 체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처음 며칠간 엄마는 일도 나가지 않고 작은방 앞을 지켰다. 활동지원사 선생도 오지 못 하게 했다. 닷새째 되던 날부턴 도저히 어쩌질 못하겠는지 다시 일을 나갔고 활동지원사 선생도 나오게 했지만, 엄마가 집에 돌아오고 활동지원사 선생이 돌아가고 나면 그야말로 전쟁이 따로 없었다. 엄마는 방문이 부서져라 두드려대다 성에 못 이겨 하루에도 몇 번씩 열쇠로 방문을 따고 들어가 둘을 끄집어내며 난리를 피웠다. 제희에게 떠밀려 쫓겨나면 다시 방문을 두드리며 악을 써댔다. 이웃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더 이상 소리를 지르거나 방문을 부술 듯 두드리진 못했지만, 그 대신 듣는 사람이 정신이 나갈 지경으로 노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제희가 문밖으로 나오면 참지 못하고 어려서도 안 하던 손질을 했다.
    “쟨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적어도 그건 말을 해줘야 할 거 아니야.”
    엄마가 재차 다그치듯 물었다.
    “곧 다시 사라져 주겠다니까요.”
    제희가 대답했다. 그 말을 끝으로 한동안 정적이 흘렀다. 방문 닫히는 소리가 나지 않은 것으로 봐서 제희와 엄마가 여전히 마주 서 있긴 한 모양이었다.
    “저 임신한 건 맞는데요, 오빠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니까 오빠한테 너무 화내진 마세요.”
    긴 정적을 깬 사람은 은주였다.
    “야! 너 입 닫고 있으랬지!”
    제희가 소리쳤다. 철썩. 동시에 차진 소리가 울렸다. 쾅. 역시 거의 동시에 방문이 닫혔다. 털썩. 마지막으로 들린 소리는 엄마가 주저앉는 소리일 터였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건지, 잘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일은 그저 사고였을 뿐이라고, 그러니 공연한 죄책감으로 앞으로의 날들까지 망쳐버리진 말라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제희에게 이야기했다. 사실 그 말은 나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기도 했다. 그렇게 덮을 수 있으면 덮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망한 인생이었지만 나쁜 인간까지 되고 싶지는 않았다고 해야 할까. 그러나 돌이켜보면, 나는 단 한 순간도 제희를 진심으로 용서한 적 없었다. 매 순간 통증에 시달릴 때마다 이가 갈릴 정도로 녀석이 미웠다. 그걸 들키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제희를 걱정하고 더 힘껏 녀석을 이해하려 노력했는지도 모른다. 사실 이해하자고 들면 녀석을 이해 못 할 일도 아니었다. 엄마 말대로 어쨌든 그 일은 사고였고 그때 녀석은 겨우 열한 살이었으니까. 동시에 절대로 이해 못 할 일이기도 했다. 아무리 사고였다고 해도 그 사고로 내 인생은 완전히 박살이 나버렸으니까. 녀석이 미운 것도, 녀석이 안쓰러운 것도 사실이었다. 어느 쪽이 내 진심인지 오래 생각했지만 끝내 결론을 낼 수는 없었다. 가능하다면 평화로운 방법으로 모두를 속일 수 있기를 바랄 뿐이었다. 사실이야 어쨌든 바람만은, 그랬다.
    뱃속의 아이가 제희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은주의 말을 들은 후 엄마는 한동안 넋이 나간 사람 같았다. 제희가 돌아오고 그 난리를 피우는 통에도 거르지 않던 청소도 며칠째 하지 않았고 반찬은커녕 간신히 밥만 해두고 출근했다가 떼꾼한 얼굴이 되어 퇴근하기 일쑤였다. 그 덕에 하다못해 계란프라이라도 부쳐야 하는 등 갑자기 일이 는 활동지원사 선생이 표가 나게 툴툴거렸지만 그녀에게까지 신경을 쓸 여유가 없었다. 엄마와 마찬가지로 내 신경도 온통 작은방에 있는 두 사람에게 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엄마가 오늘 아침엔 문득 잊고 있었던 일을 떠올리기라도 한 사람처럼 벌떡 일어나더니 온 집 안을 쓸고 닦기 시작했다. 매일 청소를 하면서도 일요일이면 또다시 온 집 안을 발칵 뒤집어 대청소를 하던 예전의 바지런함을 되찾은 것 같았다. 베란다 청소까지 마친 뒤 잠시 망설이는 모습으로 거실을 왔다 갔다 하던 엄마가 마침내 결심한 듯 작은방의 방문을 따고 들어갔다.
    “네 말대로 없는 셈 칠 테니까 일단 좀 나와 봐. 방구석 꼴이 이게 뭐니. 이렇게 지저분해선 없는 셈 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잖아.”
    갈등하는 듯 보였던 모습과는 달리 아주 덤덤한 목소리였다. 이제까지와는 달리 감정이 섞이지 않은 엄마의 모습에 당황한 건지 제희도 순순히 방에서 나왔다. 그러고는 엄마가 작은방을 치우는 동안 어정쩡한 모습으로 방문 앞을 왔다 갔다 했다. 공연히 내 방에 들어와 내게 멋쩍은 눈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은주는 화장실로 들어가더니 뭘 하는지 방을 다 치우도록 나오지 않았다. 청소를 마친 엄마가 밖으로 나가더니 이번엔 장을 잔뜩 봐왔다. 그때부터 엄마는 날이 저물도록 음식들을 만들었다. 온 집 안에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저녁 시간이 되자 달그락달그락 식탁유리에 수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렸다. 정말 오랜만에 들어 보는 소리였다. 잠시 뒤, 엄마는 여느 날처럼 쟁반에 나와 엄마가 먹을 음식을 따로 챙겨 안방으로 왔다.
    “나와서 저녁 먹어. 나랑 정희는 방에서 먹을 거니까 나와서 식탁에서 먹으라고.”
    엄마가 작은방을 향해 크게 이야기하곤 방문을 닫았다. 나는 그런 엄마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별다른 표정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엄마가 침대 테이블을 펴고 쟁반을 내려놓았다. 그러곤 침대 상판을 올려 나를 일으켜 앉힌 다음 포크수저를 개조한 보조기를 내 왼손에 끼워 주었다. 마지막으로 서랍에서 턱받이를 꺼내 목에 둘러 주고 물부터 한 모금 먹을 수 있도록 빨대컵을 입가에 대주었다. 나는 물을 빨아 먹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쟁반을 내려다봤다. 제희가 어렸을 때 좋아하던 소고기미역국과 오징어채 볶음, 그리고 잡채와 동그랑땡이 담긴 그릇들이 놓여 있었다. 엄마가 숟가락으로 동그랑땡을 작게 잘라 내 밥그릇에 위에 올려 주었다. 왼손에 끼운 보조기구로 밥과 함께 동그랑땡을 떠서 천천히 입으로 가져갔다. 입 가까이까지 가져갔던 음식을 떨구자 엄마가 다시 반찬을 집어 밥 위에 올려 주었다. 팔에 최대한 힘을 줘서 다시 뜬 음식을 신중하게 입으로 가져갔다. 간신히 입에 넣은 음식을 막 씹으려는데 작은방의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내내 무표정하던 엄마의 표정이 순간 미묘하게 일렁이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씹을 때마다 기름기가 배어 나오는 동그랑땡을 씹으며 제희의 잘못을 잊지 못하고 있는 건 이제 나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잘 넘어가지 않는 동그랑땡을 억지로 삼키며 물었다. 엄마는 기다렸다는 듯 잡채에서 버섯을 집어 내 입에 넣어 주었다.
    “그냥 살던 대로 살아야지 뭘 어떻게 해. 달라질 게 뭐가 있니?”
    엄마는 무표정한 얼굴로 대답했다. 엄마가 입 안에 넣어 준 버섯을 천천히 씹었다. 어쨌든 제희와 엄마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그렇게나 바라던 일이었는데 막상 이런 식으로 일이 풀리자 혼란스러웠다. 어쩐지 오늘은 먹으면 먹는 대로 얹힐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버섯의 미끈거리는 식감도 거슬렸다. 제희와는 달리 나는 어려서부터 잡채와 동그랑땡을 잘 먹지 않았다.


    엄마와 제희는 더 이상 부딪치지 않았다. 제희는 방문을 걸어 잠그지 않고 엄마는 작은방의 사정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합의가 이루어지기라도 한 것 마냥 둘은 용케도 서로를 피해 집 안을 오가며 각자의 볼일을 봤다. 엄마는 출근하기 전에 식탁에 음식을 차려 놓았고 작은방의 아이들은 엄마가 출근하고 나면 방에서 나와 식탁에 제대로 앉아서 밥을 먹었다. 저녁이면 엄마는 다시 식탁을 차려 놓고 내 방으로 나와 함께 먹을 음식을 가져왔다. 그러면 작은방의 아이들이 그사이에 방에서 나와 식탁에 제대로 앉아서 밥을 먹었다. 한 사람은 묵묵히 식탁을 차리고 나머지 한 사람은 저항 없이 그 식탁에 앉아 주는 것은 분명한 변화의 증거였다. 그 모습을 지켜봐야 하는 나로서는 매 순간 기분이 묘할 수밖에 없었다. 은주는 여전히 엄마와 나를 어려워하는 것 같았지만, 제희와 함께 밥을 먹고 난 후엔 설거지도 하고 매번 의혹에 가득 찬 눈으로 훑어보는 활동지원사 선생에겐 어색하게나마 인사도 건네며 지금의 생활에 적응해 보려 노력하는 것 같았다. 얼핏 본 은주의 배는 처음 봤을 때보다 더 부풀어 올라 있었다. 나는 근심스러운 마음으로 방문 쪽을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지금 쟤가 정희 네 동생인지 형인지의 여잔데, 애를 뱄다는 거지?”
    그동안 어쩐 일인지 눈치껏 질문을 삼가고 있던 활동지원사 선생이 도저히 더는 못 참겠는지 가쁜 숨을 몰아쉬듯 빠르게 물었다. 이렇다 저렇다 길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짧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활동지원사 선생이 엉덩이를 들썩여 몸을 기울이더니 방문 너머 쪽을 내다보며 말했다.
    “세상에, 너희 엄마도 속이 말이 아니겠다. 자식 하나는 이러고 누워 있지, 또 하나는 저 꼴로 기어 들어와 틀어박혀 있지. 아이고, 나 같으면 딱 죽고 싶겠다, 야.”
    그 말에 울컥해서 나도 모르게 크게 혀를 찼다. 활동지원사 선생이 내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나는 다른 때와는 달리 선생의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아무리 사람 구하기가 힘들고 낯선 이에게 처음부터 다시 적응해야 하는 일이 괴롭다 해도 저런 말까지 참아 줘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다시 양다리의 발끝에서부터 전기가 오르는 것 같았지만, 지그시 이를 악문 채로 꽤 오랫동안 선생을 향한 시선을 유지했다. 활동지원사 선생이 의외라는 듯 어깨를 한번 으쓱하더니 나를 빤히 바라봤다.
    “체위 변경해 주세요.”
    더는 참지 못하고 말하고 말았다. 의도와 상관없이 목소리가 덜덜 떨려 나왔다. 양다리가 조여들다 못해 타들어 가는 느낌이었다. 대신 두 눈을 부릅뜨며 어금니를 더 힘껏 악물었다. 눈을 감아버리는 건 왠지 지고 마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선생이 내 몸을 안아 오른쪽으로 돌려 뉘었다. 그리고 왼다리를 들어 오른다리 위에 걸쳐 포개 주었다. 이런 순간에도 선생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는 사실에 어쩐지 주눅이 들었다. 선생도 그걸 느꼈는지 체위 변경을 해주는 손길에 평소보다 힘이 들어가 있는 게 느껴졌다. 선생이 마지막으로 엉덩이를 안아 뒤로 빼내는데, 참아 왔던 신음이 나도 모르게 터져 나왔다. 엉덩이가 아리다 못 해 살갗이 켜켜이 갈라져 들뜨는 것만 같았다. 이번엔 선생이 끌끌 혀를 찼다. 나는 결국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저녁상을 물리고 설거지를 끝내자마자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했다. 늘어놓는 사람은 없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하루도 거르지 않고 청소를 했다. 잠시 후, 청소기 소리가 멈췄다. 곧이어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들렸고 다시 청소기가 돌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모로 누워 엉덩이를 허옇게 내놓고 항문에 좌약을 넣은 채 곧 태어날 생명에 대해 생각했다. 제희의 아이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아기는 태어날 터였다. 며칠 전, 엄마는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럴 리가 없었다. 이 좁아터진 집에 망한 인생만 벌써 넷이었다. 그 와중에 아기라니, 더 말해 뭐 할까. 한숨이 새어 나오는 순간 청소기 소리가 멈췄다. 이제 엄마는 걸레질을 시작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마치 유령처럼 거실을 배회하고 있을 작은방의 아이들은 걸레질이 끝나길 기다려 다시 작은방으로 숨어들겠지. 이대로라면 아기는 고스란히 엄마 차지가 될 게 뻔했다. 아니, 아기뿐만이 아닐지도 몰랐다. 애초에 제희는 무슨 생각으로 은주를 데리고 나타난 걸까. 은주는 또 어쩔 생각으로 제희를 따라온 걸까. 제희가 돌아오길 바랐지만 이런 식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내가 저 애들이 다시 사라지길 바리고 있는 것인지, 그것도 잘 모르겠다. 저 애들은 앞으로 닥쳐올 일들에 대해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을까. 아니, 계획이라는 걸 세울 생각은 해보았을까. 생각이 꼬리를 무는데 항문에서 푸르릉 가스가 새어 나왔다. 곧 딱딱해진 대변이 항문을 빠져나와 엉덩이 밑에 깔아 놓은 비닐 위로 툭 떨어졌다. 이제 엄마를 불러야 할 차례였다. 그런데 방문 밖에 작은방의 아이들이, 특히 은주가 있다고 생각하자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문득, 이런 꼴로 누워 있는 주제에 지금 누구 인생을 걱정하고 있는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나는 꼬리를 물던 생각들을 애써 떨쳐내고 숨을 죽인 채 작은방의 방문이 다시 닫히기만을 기다렸다.


    엄마가 햇빛 냄새 가득한 빨래를 한 아름 들고 들어와 내려놓더니, 내게로 다가와 내 몸을 왼쪽으로 돌려 뉘었다. 오른다리를 들어 왼다리 위에 잘 포개 놓았고 엉덩이도 조금 빼주었다. 그러곤 등과 엉덩이 밑, 다리 사이에 쿠션을 끼워 넣었다. 어깨가 조금 배기는 느낌이었지만, 내가 미처 입을 떼기도 전에 알아서 등에 받쳐 놓았던 쿠션의 위치를 옮기고 어깨를 살짝 당겨 주었다. 엄마는 여전히 내 생각의 속도와 근접한 속도로 나를 읽고 있었다. 그러기 위해 엄마가 매 순간 얼마나 숨 가쁘게 달리고 있을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엄마가 다시 빨래 더미 쪽으로 가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빠닥빠닥하게 마른빨래를 하나씩 잡아당겨서 모양을 잡아가며 개기 시작했다. 손바닥만 한 아기 내복과 손수건, 용도를 알 수 없는 커다란 천 같은 것들이었는데, 하나같이 하얀색이었다. 빨래를 다 갠 엄마가 개 놓은 빨래들을 서랍장 맨 위 칸에 차곡차곡 담기 시작했다. 그 모든 일들을 하는 내내 엄마의 표정에서 나는 어떤 감정도 읽어낼 수가 없었다. 엄마는 그저 매일 하던 일을 하는 사람처럼 묵묵히 그 모든 일들을 해내고 있을 뿐이었다. 제희 역시 무표정하긴 마찬가지였다. 은주만이 간혹 깜짝 놀란 사람처럼 동그란 눈을 한 채 어색하게 웃었다. 이 집에 머무는 사람 중에 제대로 웃을 줄 아는 사람은 아직 없었다. 하지만 아기는 다르겠지. 그 애 때문에라도 우리는 다시 웃을 줄 아는 사람이 되지 않을까. 그렇게 된다면 결국 다 좋은 건가. 아닌가. 그 정도로는 우리들 사이에 흐르는 넓고 깊은 강을 건널 수 없을까. 공연히 한숨이 새어 나왔다. 엄마가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돌아보았다.
    “제희 아이가 아닐 수도 있다고 했잖아요.”
    잠시 망설이다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였다. 한동안 물끄러미 나를 건너다보던 엄마가 입을 뗐다.
    “하지만, 제희 아이일 수도 있다잖니.”
    그래서 엄마는 지금 뭘 하려는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다물었다. 엄마가 다시 돌아앉더니 개 놓은 빨래들을 마저 서랍에 챙겨 넣었다. 어째서 엄마는 저렇게 성치 않은 것들만 골라서 품으려는 것일까. 엄마가 품은 것들 중 가장 성치 않은 내가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는 건 좀 이상한 구석이 있었지만, 자꾸만 그런 의문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게다가 나는 여전히 그런 엄마가 불편했다. 달그락달그락. 방문 밖에서 숟가락과 젓가락이 그릇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늦잠을 자고 일어난 작은방의 아이들이 식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어찌 됐든, 제희가 돌아왔다. 이제 아빠만 돌아오면 다시 완성되는 것인가. 문득 모든 게 어처구니없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엄마가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공연히 얼굴이 붉어졌다. 어쨌든 이런 와중에도 웃음이 나긴, 났다.

 

 

 

 

 

 

 

 

 

 

황시운
작가소개 / 황시운 

2007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2011년 제4회 창비장편소설상 수상. 장편소설 『컴백홈』, 작품집 『그래도, 아직은 봄밤』 등이 있다.

 

   《문장웹진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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