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망 외 1편

[창작시]

 

 

삭망

 

 

강기원

 

 

 

 


   달이 삭~
   사라지는
   삭에 만나


   달의 괄호를 열고
   너랑 나랑
   상현과 하현처럼 마주 보면
   망!
   빈틈없는 만월이 될 거야


   둥둥 울리는
   두 개의 심장으로
   삭의 어둠을 밝히면


   사람들은 말할 거야
   벌써 보름이 됐나?
   달의 괄호를 닫아야겠네


   굶주린 삵처럼 삭을 기다릴게

 

 

 

 

 

 

 

 

 

 

 

열쇠

 

 

 

 


   난주는 왜 등지느러미가 사라졌을까?


   어항 속 흑난주
   눈물을 물리도록 마신 눈을 하고 있다


   도무지 감는 법도
   눈 맞출 줄도 모르는
   애완도 애인도 아닌
   흑난주는 아름답다


   물살 없는 수조 속에서
   사라진 등지느러미로
   웃음을 모르고 슬픔을 몰라
   그날이 그날인 그를 건져올린다


   손바닥 위에서 격렬히 뒤틀다
   이윽고 고요해질 때까지
   지그시 바라본다


   문득 몸부림이 멈추자
   열쇠이듯, 자물쇠 없는 차가운 열쇠이듯
   진주 비늘의 검은 몸뚱이
   손에 쥐고 길거리로 나선다


   불현듯 등이 간지럽다


   이 열쇠를 들고
   나는 어느 잠든, 잠긴 문으로 가야 하나


   부레병 든 난주처럼 세상이 기우뚱하다

 

 

 

 

 

 

 

 

 

 

 

 

강기원
작가소개 / 강기원

1997년 작가세계 신인문학상 당선. 제25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시집 『고양이 힘줄로 만든 하프』, 『바다로 가득 찬 책』, 『은하가은하를 관통하는 밤』, 『지중해의 피』, 시화집 『내 안의 붉은 사막』, 『다만 보라를 듣다』, 동시집 『토마토개구리』, 『눈치 보는 넙치』, 『지느러미 달린 책』.

 

   《문장웹진 2022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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