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설 외 1편

[창작시]

 

 

새로운 학설

 

 

송경동

 

 

 

 


   배고파야 시가 나온다는 말
   사실 아니다


   75m 굴뚝 위에서
   가느다란 밥줄 하나 지상에 내려두고
   400일 넘게 고공농성 중이던
   스타플렉스 해고노동자들 지지 엄호를 위해
   25일 동안 연대단식한다고 쫄쫄 굶고


   재발한 암 치료를 거부하고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오던
   한진중공업 해고자 김진숙의 복직을 촉구하며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는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에서
   천막 하나 못 치고 46일을 단식하면서도
   단 한 편의 시도 쓰지 못했다


   적당히 배고파야
   시도 써진다
   창자가 뼈에 붙을 정도면
   서정이고 나발이고 붙을 데가 없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는가*

 

 

 

 


   기름 묻은 스패너가 투덜거린다
   나는 왜 시의 소재가 될 수 없냐고


   덩달아 밀링도 투덜거린다
   내가 뚫은 수많은 요점들이
   근래 한국문학에 제대로 인용된 적 있느냐고


   콘베어도 투덜거린다
   뺑이치며 이 세상 돌려줘 봐도
   우리에 대한 서사는 한 줄도 없다고


   그냥 듣고 있던 미싱들도
   공작기계들도 건설공구들도 농기계들도
   어구들도 덩달아 한마디씩 하고 나선다


   시끄러워 죽겠다
   다 자기들 얘기 쓰는 거라고
   니들 얘기는 니들이 쓰면 되지 웬 투정들이냐고
   한마디 하고 만다

 

 

 

 

 

   *  러시아 작가 니콜라이 알렉세예비치 오스트롭스키는 1904년 9월 16일 가난한 노동자 가정에서 태어났다. 초등학교를 겨우 마친 뒤 기차역 식당에서 설거지하고, 발전소 화부 조수로 일하며 세상에 눈떠갔다. 1919년 혁명군의 일원이 되어 전선에 나갔다가 중상을 입고 제대했다. 병상 생활을 하며 시력까지 잃었으나 강인한 정신력으로 자신의 자전소설인 장편소설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를 썼다. 이 소설은 전 세계 100여 국에서 출판되었다.

 

 

 

 

 

 

 

 

 

 

 

 

작가소개 / 송경동

2001년 《내일을 여는 작가》와 《실천문학》 통해 작품 활동 시작. 시집 『꿀잠』, 『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와, 산문집 『꿈꾸는 자, 잡혀간다』 등 펴냄. 〈신동엽문학상〉, 〈이호철통일로문학상〉, 〈고산문학대상〉 등 수상

 

   《문장웹진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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