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저녁 연옥은 외 1편

[창작시]

 

 

그날 저녁 연옥은

 

 

김현

 

 

 

 


   어디든 가고 싶어서
   가야지 하고 보면
   남들 다 가는
   금수강산


   호박엿 장수가
   8090히트팝을 틀어 놓고
   (셀린 디옹의 마이 하트 윌 고 온 나옴)
   가위 흔드는


   산에는 늙은 멧돼지
   (죽은 멧돼지 이미지 삽입)
   멧돼지도 죽기 전에
   아이고 스님
   한 번 들어가서 날뛰는 절간
   절간에는 스님 고기 먹는 어린 스님 그런 스님도 스님이랍시고
   염불을 외고 그런 스님에게도 구원을 원하는
   중생이여


   그런 중생의
   죽음이랄까 뭐 그런 비슷한 것이
   휘청휘청 나부끼는 아침
   (바람소리 삽입) 휘파람 불며
   둥둥 떠가는


   잠시 가만히 지켜보시죠


   (한편, 지금 이 순간 다방에는 나란히 앉아 김난도의 트렌드 2022를 읽고 있는 어린 연인. 필기까지 하면서. 웃으면서. “이 사람도 옛날 사람.” “왜?” “요즘 사람들이라는 단어를 자꾸 쓰잖아.”)


   떠돌다가
   해 뜨는 강가에 앉네
   한때 요즘 사람이었던 이
   가까이 있을 땐 한 번도 돌아보지 않더니
   애련하게
   멀리멀리 가서 돌아보는


   강에는
   입질하는 붕어
   밤새 붕어 잡은 사람
   뜬눈으로 사는 어려움은 다들 알 테고
   너나 나나(어린 연인도)
   알 턱이 없는 건 그렇게 없이
   어렵게 살아도 나중엔 남는 건
   염원뿐
   귤이나 까라 야 이 십장생아
   시베리아야 에라 이 쌍화차야
   염원이 지나쳐서
   속이 훤히 보이는 사람
   (천국과 지옥 사이에 있으며
   영혼들이 존재한다고 믿는 장소 삽입)
   죽은 이를 긍휼하면서
   염병 속병이 나서
   붕어를 고아서 잡수신
   중생의 적막강산


   어디든 절간이다


   스님, 배를 따고 싶은 놈들이 몇 있는데
   잠시 가만히 지켜보시죠
   달궈진 무쇠 솥뚜껑에 삼겹살을 올리며
   (산 멧돼지와 거니는 중생 이미지 삽입)


   고기 굽는 스님을 보면서
   “트렌드 하네요.”


   거기 있었다

 

 

 

 

 

 

 

 

 

 

 

간다

 

 

 

 


   아주 간다
   끌려서
   끌고 가는 줄 알고
   모르고 간다 아주 간다
   개 끌고
   개에 이끌려 설상가상
   냅다 뜀 인생
   본다 뒤에서 우하하 푸하하 웃으며 간다
   점심 먹고 얼죽아 마시러
   끌려서 끌고 가는 듯 보이지만
   죽어가면서
   제정신일 때마다
   근황
   차분한 준비
   메리 크리스마스
   해시태그를 붙여서
   누구라도 괜찮다는 식으로
   좋아요
   다른 시라면
   이쯤에서 꿈이 나올 텐데
   다른 삶이라면
   이쯤에서 개똥을 치우게 해줬을 텐데
   부고
   모월 모일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던
   천둥벌거숭이 ○○씨
   (시에 이름을 쓰니까 만나는 사람마다 웃으며 내 이름은 언제? 묻고. 그럼 살짝 묻어 둡니다. 어느 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겨울 무 뽑듯 거두려고. 깊게 묻으면 파헤쳐야 하니까. 사람 속을 가지고 그러면 안 되니까. 그냥 갉아먹으려고.)
   숙취 해소를 위해
   오전 반차 써본 사람은 다 알지
   오는 데 순서 있지만
   가는 데 순서 없다
   생각하고 침을 퉤퉤 뱉지 않으면
   가보면
   다 끌려갔다
   영정은 다 애매한 얼굴
   평소엔 확실히 울상이었는데
   (자기야, 웃어야 웃는 얼굴이 되는 거야.)
   한때 손을 잡고 다녔지
   겨울 산 겨울 강
   천하절경
   로또부지
   온 김에 보러 가자
   대자연 뷰
   같이 살자는 가짓부렁
   믿는 발등 도끼 찍기
   생이 별거니
   코로나19 때문에
   밥도 못 먹고 장례식장에서 나와
   천변을 걸었다
   마흔 살까지 살 수 있을까요
   답하지 못해서
   좋아요
   누를까 말까
   이런 태그에 목매는 사람은 어떤 사람
   (마흔살까지, 마흔살까지살아야해, 마흔살까지만, 마흔살까지만살자, 마흔살까지써야지)
   크리스마스이브에
   대궐 같은 옥탑에서 혼자 사는 중년 게이
   우리 죽기 전까지 가까이
   어울려 지내요
   말을 받들었다
   이 악물고
   간다 아주 간다
   개
   죽음에
   끌려 곧
   곤두박질치겠지
   아아 마시고 사무실에 들어가면서
   똥 치우는 사람
   개 얼굴에 (팀원) 은주 씨 얼굴을
   주인 얼굴에 (팀장) 용희 씨 얼굴을 따 붙이고 싶네
   크게 웃었다
   한 번뿐인 인생
   막 살자
   막사막사 이런 건배사도 하는 마당에

 

 

 

 

 

 

 

 

 

 

 

 

작가소개 / 김현
사진 : ⓒ강민구

시집으로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호시절』,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낮의 해변에서 혼자』가 있다.

 

   《문장웹진 2022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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