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이 외 1편

[창작시]

 

 

플라이

 

 

최세운

 

 

 

 


   직선은 곡선이 되고 곡선은 직선이 되고 허공을 가르는 살갗이 찢
어지는 그리고 붉은, 플라이 벌어진 틈새로 갈라진 형태로 깊게 파인
직선과 곡선으로 원스트라이크투볼 쓰리아웃체인지 다시는 아물지 않
을 형태로 어둡지 않을 자세로 그대로 가만히 플라이 플라이 교실에서
나와 운동장을 가르는 기울어진 의자의 모습으로 더 깊이 플라이 형은
집에 없었고 직선은 곡선이 되고 곡선은 직선이 되고 허공을 가르는
살갗이 찢어지는 붉은, 플라이 글러브 안으로 손가락을 구부리면서 주
머니칼을 가만히 쥐면서 신발이 벗겨지고 머리가 감기고 허공을 가르
면서 더 깊이 플라이 플라이 급커브를 그리면서 킥, 킥, 머리 위로 쏟
아지는 중력을 느끼면서 도미노와 도미노 그대로 가만히 도미노와 도
미노 더 멀리 그리고 붉은, 포물선을 팔목에 긋는 사인을 기록해 기울
어진 의자의 모습으로 더 깊이 플라이 플라이 직선은 곡선이 되고 곡
선은 직선이 되고 멀리 더 멀리 붉게, 쏟아지는 플라이 불 꺼진 거실
로 싱크대가 없는 부엌으로 나무와 놀이터가 엉겨 붙은 한낮으로 달콤
하게 맺혀 떨어지는 붉은, 플라이 바닥으로 흘러가는 기억을 잊지 말
아요 아물지 않은 형태로 닦지 말아요 허공을 가르는 살갗이 찢어지는
그리고 붉은, 플라이 벌어진 틈새로 갈라진 형태로 깊게 파인 직선과
곡선으로 원스트라이크투볼 쓰리아웃체인지 공기 중에서 녹는 설탕처
럼 형은 집에 없었고 직선은 곡선이 되고 곡선은 직선이 되고 눈을 감
고서 현기증을 느끼며 플라이 플라이 원스트라이크투볼 쓰리아웃체인
지 형과 하늘을 찢고 붉은, 더 멀리 날아가 플라이

 

 

 

 

 

 

 

 

 

 

 

버디 4

 

 

 

 


   버디. 스웨터를 고르기 좋은 날이야. 몹시 자비로운 사냥꾼과 바나나 같은 정오쯤에서. 나는
쫓기고 있는 나를 기억해. 어쩌면 우리는 커튼레일을 타고 만나는 달콤한 꿈이거나 창백한
유리창이거나. 노란 비가 오는 아름답고 어두운 이야기일지도 몰라. 그래. 버디. 오늘은 창밖으로
밀려오는 파도들을 보았어. 그리고 빛에 양손을 내미는 어린 물결들을 보았지. 우리는 길고 넉넉한
파도 앞에서 천천히 쓰러지는 나무들을 보고 있었어. 사방에서 쏟아지는 음성들을 들으며. 이방인
섬에 대한 소문과 창밖만을 보는 의자에 대한 기억과 거울과 거울 속에서 울고 있는 나를
들여다보고 있었어. 금세 귀가 젖었고. 그곳에서도 나는 휘파람을 불며 나를 향해 걸었어. 우리는
알고 있었어. 우리는 바닥에 길게 늘어선 채 해가 기우는 방향으로 쓰러질 거야. 기억해. 버디.
파도의 무늬 위에 손가락이 닿는 순간을. 벽과 노트를 적시며 증발되는 물고기를. 버디. 우리는
발견될 거야. 우리는 커튼레일을 타고 흘러가는 꿈을 견디고 있었고 눈을 감고 떴을 때 사방에서
물이 쏟아졌어. 눈을 감고 떴을 때 사과는 변색되었고. 찬장 안의 포크는 흩어져 있었어. 눈을
감고 떴을 때 가늘고 긴 다리들이 흔들렸고. 구석에서. 길가에서. 벽 뒤에서. 나무들이
쓰러지고 있었지. 버디. 무표정한 얼굴로 떠오를 수 있을까. 젖은 손바닥을 펴고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을까. 버디. 싱크대의 모서리도. 구겨진 이불도.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노트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창밖은 아직 아득하고. 구름들이 밀려와 천장과 부딪히고. 버디. 천천히 가라앉을
때 봉투에 유리구슬을 담는 작은 손들을 기억해. 무릎을 닦으며 떠오를 때까지 유리창에 닿는 모든
이마들을 기억해. 우리는 발견될 거야. 버디. 우리의 눈동자에서 모든 빛이 사라질 때까지
커튼레일의 여름을 기억해. 스웨터를 고르기 좋은 날을 기억해. 버디.

 

 

 

 

 

 

 

 

 

 

 

작가소개 / 최세운

2014년 《현대시》로 등단했다. 시집 『페디큐어』가 있다. 제24회 심훈문학상을 수상했다.

   《문장웹진 2021년 12월호》

kakao

댓글남기기

  Subscribe  
Notify o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