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외 1편

[창작시]

 

 

사춘기

 

 

김미소

 

 

 

 


   집을 짓다 쓸모없어진
   벽돌처럼 엄마는 앉아 있었다
   힘껏 내려치지 않은 마음의 균열
   나를 괴물이라 놀리는 아이의 이름을
   벽에 적고 빨간 줄을 긋는다
   완벽한 거미집, 사람을 찌를 수 없으니까
   한 사람의 이름을 가두고 조금 웃는다
   선풍기 돌아가는 소리가 선명해진다
   깨진 창문에 붙여놓은 테이프가 이탈한다
   검은 봉지 속의 벽돌, 이대로 은폐할 수도 있다
   손끝이 닿는 곳에 두고 천장을 응시한다
   나는 중얼거린다
   방 안 가득 외로운 포자가 떠돌았지만
   벽돌은 교감을 모른다 교감 선생님이 잡아당겼던
   귓불이 따갑다 벽돌은 가만히 듣는다
   슬픔은 가공되지 않아 둔탁하다
   아빠가 집을 떠나는 나쁜 꿈이 사라지도록,
   수맥이 흐르지 않도록 주먹을 쥔다
   듣는 귀가 늘어난 것만 같아 자는 척 했다
   연기가 조금 더 늘었다 연극을 사랑할 수 있니,
   밤의 역할은 가만히 웅크려 귀를 막는 것
   두 손에 마임이 생긴다
   울음은 나를 가두는 작은 집
   바깥에 슬픈 귀가 더 있다

 

 

 

 

 

 

 

 

 

 

 

최면

 

 

 

 


   잠든 것도 깨어 있는 것도 아니다 절멸을 이해할 수 없으니까 당신은 젖은 발을 이끌고 방 안으로 들어온다 어깨에 남은 허공을 털고 물 먹은 양말을 뒤집는다 우리가 사랑했던 시간을 불러 온기를 속삭이지만, 당신은 벽을 향해 돌아눕는다 어제와 다른 얼굴로 침묵을 통과한 사람, 옆에 누워 젖은 옷자락을 만진다 손가락을 조이는 물기, 축축한 뒷모습은 털어낼 수 없나 말리고 싶다 마음이 떠나지 못하도록 두 손으로 옷을 쥔다 쥐가 날 것 같아 물에 젖은 생쥐를 생각한다 빠져나갈 구멍이 너무 커서 그랬을까 당신은 다시 문을 밀고 나간다 암시도 없이 꼬리가 사라진 사람의 후생을 쫓는다 손잡이를 만지려고 했지만, 문은 벽이 된다 벽을 관망한다 물줄기가 흐른다 다시 비가 내리는 걸까 물의 진동이 발끝을 밀어낸다 찢어진 벽지 사이로 목소리가 흐른다 자, 이제 문밖으로 걸어 나오세요 구원일까 흐린 손을 잡아당긴다

 

 

 

 

 

 

 

 

 

 

 

작가소개 / 김미소

2019 《시인수첩》 등단.

   《문장웹진 2021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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