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입 흰 귀

[단편소설]

 

 

검은 입 흰 귀

 

 

유응오

 

 

 

아담과 하와의 낙원 추방을 묘사한 16세기 목판, 보들레르의 『악의 꽃』 재판 표지.

아담과 하와의 낙원 추방을 묘사한 16세기 목판, 보들레르의 『악의 꽃』 재판 표지.

 

 

 

 

    1. 

 

    검은 입과 흰 귀는 악명을 떨친 도둑이었어요. 물론 둘의 이름은 실명이 아니고 별명인데요.
검은 입은 벙어리인데 들을 수 있었고, 흰 귀는 귀머거리인데 말을 할 수 있었어요. 그래서 흰 귀는 검은 입의 입이, 검은 입은 흰 귀의 귀가 되어 주었죠.
    그럼, 먼저 둘이 만난 얘기부터 해볼까요.

    검은 입은 보육원에서 자랐는데요. 벙어리라는 이유로 보육원 형들한테 곧잘 얻어터졌죠.
열다섯 살 때까지 나타나는 양부모가 없자 보육원장은 양식만 축내는 쥐새끼라고 욕설을 퍼부어댔어요. 보육원장은 뚱뚱해서 걷는 것은 물론이고 숨 쉬는 것도 힘들어하는 여자였죠. 벚꽃이 난분분 흩날리는 봄날, 보육원장은 바깥에 나갈 채비를 했어요.


    “쥐새끼야, 얼른 나를 따라와.”


    보육원장은 검은 입의 손을 잡아끌었어요. 보육원장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걷다 보니 검은 입의 눈에는 멀리 성냥갑처럼 생긴 건물들이 모여 있는 게 보였어요.
    굉음이 나는 허름한 건물로 보육원장이 들어섰을 때 말쑥하게 정장을 차려입은 사장이 오른손에 가죽 채찍을 들고 서 있었죠. 사장은 왼손으로 콧수염을 쓰다듬으면서 검은 입을 위아래로 훑어봤어요.


    “원장님, 강아지를 데리고 와야지 다 큰 개를 데리고 오면 어떡합니까? 그것도 수캐를.”


    보육원장은 아랑곳 않고 대꾸했어요.


    “강아지보다는 개가 낫지. 집도 잘 지키고. 그리고 수캐면 어떻고 암캐면 어때?”
    “강아지보다는 개가, 암캐보다는 수캐가 더 사료비가 드니까 하는 말이죠.”


    사장은 검은 입의 입을 벌려서 이빨을 찬찬히 살펴봤어요. 뭔가 미심쩍었는지 사장은 고개를 가로저었죠.


    “네 이름이 뭐냐?”


    검은 입은 시선을 보육원장에게 돌려야 했어요. 난처한 표정을 짓더니 보육원장은 말했죠.


    “이 아인 벙어리야. 그래도 말귀는 알아들으니까 부리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을 거야.”


    사장은 콧수염을 쓰다듬으면서 말했어요.


    “이 아인 반값만 받으쇼. 짖지도 못하는 개가 무슨 소용이 있겠소.”


    잠시 낯빛이 바뀌는가 싶더니 보육원장은 말없이 사장이 건넨 지폐를 가로챘어요. 그리고 검은 입의 등을 떠밀었죠. 푼돈에 검은 입을 넘긴 뒤 보육원장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공장 밖으로 나가버렸어요.
    보육원장의 뒷모습이 소실점이 돼 사라질 때까지 검은 입은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죠. 이윽고 검은 입의 눈에는 보육원의 높고 긴 담이 스쳐 지나갔어요. 순간 깨달았어요. 그나마 자신의 보호막 역할을 해줬던 게 그 담이라는 사실을.
    사장은 주위를 환기시키려는 듯 들고 있는 가죽채찍을 내리쳤죠. 휙휙, 날카로운 소리가 허공을 갈랐어요. 사장은 검은 입을 내려다본 뒤 가죽채찍으로 방적기계를 가리켰죠.
    일정한 간격을 두고서 처녀들이 서서 끊어진 실을 잇고 있었어요. 방적기계 아래에는 또래 아이들이 바닥에 몸을 뉜 채 먼지 낀 실 뭉치를 꺼내더니 개처럼 기어 나왔죠. 검은 입의 눈에는 한 여자 아이가 들어왔어요. 바로 흰 귀였죠. 흰 귀를 봤을 때 검은 입의 귀에는 먼 데서 울리는 것 같은 종소리가 들렸어요. 맑은 소리였죠. 검은 입의 시선이 멎은 곳은 흰 귀의 눈망울. 흰 귀의 눈을 보고서 검은 입은 때로는 입보다 눈이 더 정확한 말을 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그럼 이번에는 흰 귀가 방적공장에 오게 된 경위를 알아볼까요.
    흰 귀는 유랑극단의 가수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답니다. 말이 가수지 밤이 되면 아무데나 자리를 펴고 몸을 팔았어요. 언젠가 흰 귀가 아버지에 대해 물었을 때 어머니는

“길에서 만나서 길에서 헤어졌다. 새의 말을 엿들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는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했어요. 흰 귀는 그러려니 했죠. 어머니는 조금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었거든요. 어머니가 몹쓸 성병에 걸려서 죽자 유랑극단 단장은 가장 먼저 닿은 도시의 방적공장에 흰 귀를 팔아버렸죠. 단장은 흰 귀가 귀머거리인 사실을 숨겼던 터라 흰 귀의 몸값을 제대로 받을 수 있었죠. 그래 봐야 헐값이긴 마찬가지였죠.

    바닥을 기어 나오다가 흰 귀는 검은 입과 눈이 마주쳤어요. 홀린 듯 서 있는 검은 입을 보는 순간 흰 귀는 말을 걸고 싶어서 입이 간지러울 지경이었죠. 시키지도 않았는데 검은 입은 흰 귀가 들고 있는 실 뭉치를 건네받았어요. 흰 귀가 속삭였죠.


    “너는 손이 빠르구나.”


    검은 입이 멋쩍게 씩, 웃었어요. 그런데 검은 입만 손이 빠른 게 아니었어요. 검은 입의 웃음이 멎기도 전에 사장이 휘두른 채찍이 허공을 가로질렀죠. 검은 입은 외마디 비명을 질러야 했어요.

    그날 밤 검은 입은 꿈을 꿨어요.
    하얀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아갔어요. 검은 입은 노래를 부르면서(꿈속에서 검은 입은 노래를 부를 수 있었어요) 나비를 쫓아갔어요. 나비는 꽃들이 만발한 꽃밭으로 숨어들었어요. 이 꽃에서 저 꽃으로 쉴 새 없이 옮겨 다니며 꿀을 훔치느라 바쁜가 싶더니, 나비는 어느 붉은 꽃에 앉아 날개를 접었죠. 잠시 쉬고 있는 것일 텐데 검은 입에게는 나비가 깊은 잠이 든 것 같았어요. 일순 대기의 흐름이 멎은 것 같았죠.
    다시 나비가 팔랑거리며 날아다녔죠. 나비는 날갯짓만으로도 다른 나비를 부를 수 있는지 금세 나비는 한 쌍이 됐어요. 한 쌍의 나비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높거니 낮거니 허공을 날아다녔죠.

    사장은 말이 적은 사람이었어요. 아이들의 손이 느려지기라도 하면, 곧바로 채찍을 휘둘렀어요. 잘 듣지 못하는 흰 귀는 대답이 늦다는 이유로 곧잘 발길질을 당했죠. 사장은 체벌할 때 손을 곧게 펴게 한 뒤 채찍을 때렸기 때문에 항상 둘의 손등과 손톱에는 푸른 조각달이 뜬 것처럼 멍이 들어 있었어요.
    사장은 곧잘 채찍을 휘두르면서 성경 구절을 암송했어요. 채찍이 허공에서 떨어질 때마다 콧수염 끝이 바르르 떨렸는데요.
    사장의 입에서 ‘일하는 자에게는 그 삯이 은혜로 여겨지지 아니하고 빚으로 여겨진다.’2) 라는 말이 흘러나올 때면 검은 입은 그 성경 말씀이 자신을 때리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죠.

 

    2) 「로마서」 4장 4절.

 

    친해진 뒤 검은 입과 흰 귀는 대화를 나누게 되었어요. 흰 귀가 하는 수화는 엉터리였어요. 가령, ‘예쁘다’라는 말 대신 ‘멍청이’라고 말을 하는 식이었죠. 어쩌면 일부러 수화를 엉터리로 했는지도 모르겠어요. 수화를 하면서 흰 귀가 깔깔거린 걸 보면. 사실 검은 입도 흰 귀가 짓궂은 장난을 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그러니까, 실제로 상대를 속인 것은 흰 귀가 아니라 검은 입이었던 거죠. 흰 귀는 종종 노래를 부르기도 했어요. 검은 입은 흰 귀가 귀머거리여서 노래를 못 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어떻게 노래를 부를 수 있지? 검은 입이 묻자 흰 귀가 답했죠. 나는 소리를 살갗으로 듣거든.

    검은 입은 공장 생활에 그럭저럭 적응했지만 꾀가 많은 흰 귀는 사정이 달랐어요. 흰 귀는 틈만 나면 농땡이를 피웠죠. 검은 입에게도 선배 행세를 톡톡히 하면서 제 일까지 시키는 흰 귀였으니까요.
    공장의 규정상 지각하거나 결근하면 벌금이 부과됐어요. 결근자는 벌금이 하루 임금의 3배에 해당했죠. 작업장에서 잡담하는 것도 규정상 위반사항이었어요. 1년 내내 바닥을 기었지만 둘은 한 푼의 돈도 받지 못했어요. 농땡이를 피웠다고 사장에게 모질게 가죽채찍으로 얻어맞고 나서 흰 귀가 검은 입에게 물었죠. 큰 도시에 가본 적 있어?

    하루를 꼬박 걸어서야 검은 입과 흰 귀는 큰 도시에 도착했죠. 번화가 거리에 도착한 두 사람은 자기력에 이끌리듯 우뚝 세워진 건물 앞으로 걸어갔어요.
    건물은 유리지붕으로 덮여 있었는데, 거기 저녁놀이 반사돼서 찬란한 광채를 뿜어내고 있었어요. 어찌나 위엄이 있던지 검은 입은 한 걸음 물러서서 건물을 올려다봐야 했어요. 뒷걸음치는 검은 입의 손을 흰 귀가 잡아채듯 이끌었어요.
    건물의 골목마다 취객들이 즐비했어요. 술에 취해 비틀거리며 걷는 남자를 유혹하는 여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같은 듯 다르고, 다른 듯 같은 수많은 현란한 상점들이 늘어서 있었어요. 술집을 지나면 또 다른 술집, 양복점을 지나면 또 다른 양복점, 미용실을 지나면 또 다른 미용실이 기다렸어요.
    상점의 쇼윈도에서는 맞붙은 풍경을 복사하고 있었어요. 그 복사된 풍경에는 여러 사람이 비쳤죠. 창백한 낯에 짙은 화장을 한 여자들이 스쳐 지나갔어요. 쇼윈도에 비친 그녀들의 모습은 옆얼굴뿐이었죠.
    핸드백을 들고 중년 여자가 지나가는 것을 보더니 흰 귀가 말했죠. 저걸 낚아채. 조금 뒤 상점거리 입구에서 만나. 검은 입의 손발은 재빨랐어요. 흰 귀의 손짓이 끝나기 무섭게 검은 입은 중년 여자의 핸드백을 낚아챈 뒤 부리나케 도망쳤죠. 그런데 미로 같은 상점거리를 돌다가 검은 입은 길을 잃고 말았어요. 검은 입이 보기에 상점거리는 그 전체가 입구이자 출구 같았어요. 출발한 곳이 끝나는 자리가 되고, 끝나는 곳이 다시 출발하는 자리가 되었어요. 한참을 뛰어다니다가 여자와 다시 마주치게 됐죠.


    “도둑놈을 잡아라.”


    여자가 소리쳤고, 지나가던 청년들이 검은 입을 에워쌌어요.
    흰 귀는 상점거리 입구에서 검은 입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경찰한테 끌려가는 검은 입을 보고서 흰 귀는 얼른 자리를 피했어요.

 

 

    2. 

 

    소년원의 일상은 권태로웠어요. 소년수들은 일어나면 이불을 개고 마당에 모여서 점호를 받았죠. 세수를 하고, 아침을 먹고, 작업장으로 향했어요.
    삼을 잘게 찢고 다시 그것을 꽈서 밧줄을 만드는 작업으로 단순 노동이었어요. 작업은 분업화해 진행됐어요. 삼을 찢는 일은 상대적으로 신입 아이들이 도맡아야 했어요. 억센 삼의 줄기를 찢다 보면 손톱이 갈라지기 일쑤였죠. 삼을 꼬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었어요. 삼을 꼬는 아이들의 손바닥은 고사목 껍질처럼 딱딱해졌으니까요. 손끝의 통증보다도 견딜 수 없는 건 변화 없이 반복되는 일상이었어요. 수북이 쌓여 있던 삼 뭉치가 사라지면 그 자리에는 다시 삼 뭉치가 놓였죠.
    점심을 먹고, 다시 작업을 하고, 저녁을 먹고, 다시 작업을 이어 나갔죠. 저녁 여덟 시가 되어서야 각기 동으로 돌아갈 수 있었죠.
    취침시간은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시간이었어요. 더러 간수들이 각 동을 돌면서 순찰을 하기도 했지만 자주 있는 일은 아니었어요. 이때부터 아이들은 진짜 교육에 들어갔죠.

    검은 입에게 도둑질을 가르친 것은 육손이였어요. 육손이는 모든 소매치기 기술에 능했어요. 첫 대면부터 검은 입은 육손이가 맘에 들었어요. 육손이는 동갑인데도 한 뼘 넘게 키가 컸어요. 웃을 때 보이는 큼지막한 앞니도 시원해 보였죠. 죄수복 바지에 꿰매어 만든 주머니에 두 손을 찌른 모습이 어른스러워 보였어요.
    육손이가 악수를 청했을 때 검은 입은 눈이 휘둥그레졌어요. 여섯 번째 손가락이 반듯하게 손에 붙어 있었거든요. 검은 입은 신기해서 다른 손도 봤죠. 왼손도 마찬가지였어요. 음지식물의 줄기처럼 가늘고 긴 팔과 손목. 그리고 뭔가를 간절히 움켜쥐고 싶어 하는 것만 같은 여섯 개의 손가락. 육손이는 웃으면서 말했어요.


    “손가락이 이상하지. 쌍둥이인 내 동생도 육손이야. 우리 형제의 손가락을 합하면 모두 스물네 개지.”


    육손이의 말에 따르면, 쌍둥이 동생은 다른 소년원에 있다고 했어요.
    소매치기 수업은 육손이가 죄수복 위에 꿰맨 주머니마다 잡다한 것들을 쑤셔 넣고 일어서는 것으로 시작됐죠.
    육손이가 방 안을 돌았어요. 그러면 아이들이 차례대로 육손이와 어깨를 부딪치면서 지나갔죠. 어깨가 부딪칠 때 육손이의 주머니를 아이들이 털어야 했어요. 도둑질이 손에 익지 않은 아이는 종종 물건을 바닥에 떨어트리곤 했죠. 더러는 물건을 집는 손을 육손이가 와락 붙잡을 때도 있었어요. 검은 입이 보기에는 번쩍하는 순간에 벌어진 일이어서 두 사람의 어깨가 부딪치는 것밖에는 보이지 않았죠.
    하루는 육손이가 검은 입의 정강이를 걷어찼어요. 곧바로 손으로 뒤통수를 내리쳤죠. 검은 입은 영문을 몰라서 말똥말똥 육손이를 바라봤어요.


    “내가 정강이를 걷어찰 때 아팠지?”


    검은 입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뒤통수를 내리쳤을 때는 어땠어? 감각이 없었지? 왜 그런지 알아? 정강이를 맞자마자 뒤통수를 내리쳤기 때문이야. 이게 도둑질의 기본이야. 상대의 혼을 빼놓는 것.”


    이튿날부터 검은 입은 도둑 수업에 참여하게 됐어요.


    “한번 해보겠어?”


    어깨를 으쓱 추켜올린 뒤 검은 입은 육손이 곁으로 걸어갔죠. 검은 입은 육손이의 어깨에 몸을 부딪치지 않았어요. 대신 육손이의 발을 밟았어요. 곧바로 육손이의 바지 주머니에 있는 종이 뭉치를 꺼내서 자신의 허리춤에 쑤셔 넣었죠. 그야말로 눈 깜짝하는 순간이었어요. 육손이도 놀란 눈치였어요. 아이들이 주머니에서 물건을 꺼낼 때 육손이는 곧바로 그 물건을 가로채서는 아이들의 눈앞에 흔들어대곤 했어요. 그런데 검은 입한테는 그럴 수 없었던 거죠. 육손이가 가로채기 전에 종이뭉치가 검은 입의 허리춤으로 들어갔으니까요.


    “제법인데. 그래 그렇게 하는 거야. 다시 한 번 해봐.”


    검은 입은 이번에는 자신의 어깨를 육손이의 어깨에 부딪혔어요. 그 순간 뒷주머니에 감춰져 있던 장기 알을 꺼내서 손아귀에 쥐었죠. 그리고 정중하게 허리를 굽힐 때 두 팔을 뒤로 빼서는 뒤쪽에 서 있는 다른 아이에게 장기 알을 던졌어요. 이번에도 검은 입의 동작은 재빨랐어요. 검은 입의 물건을 빼앗는 데 실패한 육손이는 두 손을 허공에 두고 있기 머츰했던지 손뼉을 쳤어요.

    “그렇게 하는 거야. 내가 도로 물건을 뺏을 틈이 없으니 초짜치고는 제법 손이 빨라. 누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물건을 뒤로 빼돌리는 걸 보면 머리도 좋고. 타고난 기계들이 그렇지. 저거다 싶으면 곧바로 손이 가고, 어느새 물건은 손에 쥐어져 있지. 이건 연습에 불과하니까 실제로 행인의 주머니를 터는 건 어떨지 모르지만 몇 가지 기술만 가르치면 뭐 더 배울 게 없겠어.”


    검은 입은 육손이가 시키는 대로 주머니 터는 연습만 했죠. 육손이가 바지 주머니를 가리키면 바지 주머니를 털었고, 상의 주머니를 가리키면 상의 주머니를 털었어요. 이미 육손이는 검은 입의 손이 어디에 닿을지 알고 있었기 때문에 도둑질은 쉽지 않았어요. 몇 번인가는 물건을 육손이에게 뺏기기도 했죠. 하지만 도둑질은 할수록 손에 익어 갔어요. 나중에는 손바닥에 풀칠이라도 한 듯 물건이 절로 손에 붙어 왔어요. 그다음부터는 떼를 지어 도둑질하는 법을 배웠어요.


    “저번에 주머니에서 빼낸 종이뭉치를 허리춤 뒤로 빼돌려서 뒤에 서 있는 놈한테 던졌던 거 기억나? 바로 그거야. 무리 지어서 하면 도둑질은 배로 쉬워. 우선 두 명 정도가 바람잡이를 하는 거지. 그 두 놈이 무슨 짓을 해서든 행인의 시선을 끄는 거야. 흔히 쓰는 방법으로는 둘이 시비가 붙은 것처럼 가장하는 거지. 사람들이 불구경만큼 좋아하는 게 싸움 구경이잖아. 다른 방법으로는 한 명이 길을 묻고 한 명이 행인의 몸에 오물을 묻히는 거야. 행인이 정신이 없을 때 진짜 기계가 움직이는 거지.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작업 뒤에는 기계의 손에 장물이 없어야 한다는 거야. 기계는 물건을 터는 즉시 다른 놈한테 넘겨야 하지. 전에 네가 했던 것처럼. 만약 상대가 도둑질 당했다는 걸 눈치 챘다 싶으면 한 놈이 꽁지에 불붙은 것처럼 뛰는 거지. 그때 바람잡이들은 뭘 해야겠어? 소리를 질러야지. 도둑놈 잡으라고. 쉽지? 한 놈이 여럿을 어떻게 이기겠어.”


    검은 입이 두 손바닥을 닿을락말락하게 했어요. 만약 작업 공간이 비좁으면 어떻게 하느냐는 뜻이었죠. 육손이가 웃었어요.


    “대가리가 그렇게 반짝해야 도둑질도 해먹는 거지. 좁은 데서는 어떻게 하느냐는 거 아냐? 좁은 데서는 작업을 않는 게 좋지. 하지만 우리가 더운물 찬물 가릴 처지가 아니잖아. 만약에 좁은 공간에서 작업을 하다가 들통이 나면 바로 이걸 써야 해.”


    육손이는 자신의 신발 밑창에 붙어 있던 면도날을 꺼내 보였어요. 그리고 두 손가락 사이에 면도날을 끼운 뒤 허공에다가 그었죠.


    “상대방이 소리치기 전에 면도날을 보여줘야지. 조용히 하지 않으면 그어버리겠다는 표시로. 그럼 대개 입을 다물게 돼 있어. 그런데도 떠들어대는 새끼는 어쩔 수 없지. 앞으로도 아무 때나 실컷 떠들어대라고 주둥이를 더 크게 만들어 주는 수밖에. 면도날로 쭉, 긋는 거야. 주둥이가 아귀 아가리처럼 되게. 때로는 칼도 휘두를 수 없을 때가 있어. 전차를 타고 가다가 옆에 서 있는 사람을 털 때가 그렇지. 전차에 있는 모든 사람을 다 긋고 찌를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그럴 때는 적당한 곳에 물건을 숨기는 거야.”

    검은 입의 도둑 수업은 점차 난이도가 높아 갔어요.
    육손이는 작업장에서 가져온 밧줄과 골판지로 모형 핸드백을 만든 뒤 바닥치기의 시범을 보였어요. 그리고 면도날을 건네면서 따라서 해보라고 했어요. 바닥치기는 생각보다 쉬웠어요. 보이지 않게 검지와 중지 사이에 면도날을 숨긴 뒤 그것으로 핸드백 바닥이나 옆을 긁으면 그것으로 끝이었죠.


    “실제로 할 때도 별 차이 없어. 차이라고 해봐야 핸드백이 골판지가 아니라 가죽으로 만든 거라는 정도겠지.”


    다음으로, 육손이가 가르쳐준 것은 안창따기였어요. 안창따기는 신사들의 양복 안쪽을 L자로 째서 지갑을 빼내는 기술이었어요. 이 역시 신사복이 없었으므로 죄수복 안쪽을 째는 것으로 대신해야 했어요.
    이어서 육손이는 줄따기 기술을 가르쳐주었어요. 줄따기 기술은 펜치가 없었기 때문에 말로만 설명을 들을 수밖에 없었어요.


    “줄따기는 상대방이 제일 눈치를 채기 쉬워. 그래서 상대가 넋이 빠졌을 때 작업에 들어가야 해. 바지나 구두에 밀가루를 묻히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야. 실수로 부딪친 척하면서 슬쩍 준비한 밀가루를 묻히는 거지. 그러면 바지나 구두를 털려고 허리를 숙이게 돼 있거든. 그때 따는 거지.”


    육손이에게 도둑질을 배우면서 검은 입은 키가 쑥쑥 자랐어요. 1년이 지났을 무렵 검은 입은 옷소매가 짧아진 것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루는 육손이가 키를 재보자고 했어요. 검은 입과 육손이는 등을 맞대고 섰죠. 키를 잰 아이가 말했죠.


    “둘이 똑같아.”


    작업장의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고 나오다가 검은 입은 낯익은 사람과 마주쳤어요.


    “이게 누구야. 어버버 아니야. 키가 커서 긴가민가했네.”


    보육원에서 곧잘 검은 입을 괴롭혔던 놈이었어요. 놈의 말이 끝나기 전에 검은 입의 두 주먹이 놈의 얼굴에 꽂혔어요. 곧바로 발이 날아갔죠. 복부를 발에 가격당한 놈이 바닥에 쓰러졌어요. 간수들이 몽둥이를 들고 달려왔어요. 게거품을 물고 있는 놈을 보면서 검은 입은 적이 놀랐어요.
    검은 입은 그 사건에 대한 징벌로 1주일간 독방에서 지내야 했어요. 독방은 지하여서 빛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머리로 피가 몰리는 것 같아서 검은 입은 틈이 날 때마다 물구나무를 서야 했어요. 지상으로 올라왔을 때 부신 빛에 눈을 감아야 했죠. 검은 입의 시야에는 백지가 펼쳐졌어요. 머릿속마저 하얗게 지워지는 느낌이었어요.
    검은 입이 돌아오자마자 육손이가 끌어안고 반겼어요.
    싸움을 잘한다는 소문이 돌자 소년원의 많은 아이들이 검은 입에게 시비를 걸어왔어요. 하지만 서너 살 많은 놈들도 검은 입의 상대가 되지 않았어요. 무엇보다도 검은 입은 눈썰미가 좋았어요. 상대의 움직임만 보고도, 상대의 눈빛만 읽고도 이미 상대가 어떻게 공격을 할 것인지 어림짐작할 수 있었던 거죠.
    그렇게 두 해가 흘러갔죠. 작업장에서 새끼를 꼬면서, 방에서 육손이와 도둑 수업을 하면서, 시비를 건 놈들을 패면서. 꽃은 아랫녘에서부터 올라오고, 단풍은 윗녘에서부터 내려온다는 것을 체득할 즈음 검은 입은 소년원에서 나올 수 있었어요. 소년원 입구에는 은행잎이 흩어져 있었어요. 검은 입의 눈에는 부는 바람에 이리저리 구르는 노란 은행잎들이 황금처럼 보였죠.

 

 

    3. 

 

    흰 귀와 헤어졌던 도시에 도착하자마자 검은 입은 가장 번화한 거리로 들어갔어요. 양복을 입은 남자가 눈에 들어왔어요. 지갑이 들어 있을 상의 안주머니만 크게 보였어요. 검은 입은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남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어요. 검은 입의 어깨와 남자의 어깨가 부딪치는 순간 남자의 주머니에서 검은 입의 주머니로 지갑이 건너왔죠.
    남자에게 의심을 사지 않으려고 검은 입은 태연하게 행동했죠. 제일 먼저 보이는 골목으로 몸을 피한 뒤 주위를 살펴봤어요. 사람이 없다는 걸 확인한 뒤 검은 입은 훔친 지갑을 꺼냈어요. 지갑 안에는 지폐가 두둑했죠. 지폐를 상의 안주머니에 넣은 뒤 지갑을 바닥에 버릴 때였어요. 뒤에서 누군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죠.


    “이봐.”


    뒤를 돌아보니 흰 귀였어요. 흰 귀가 검은 입을 와락 끌어안았어요. 검은 입은 봉긋 솟은 흰 귀의 가슴이 닿는 게 느껴졌죠. 포옹을 풀면서 흰 귀가 지폐뭉치를 펼쳐 보였죠.


    “지폐가 두툼한 걸 보면 벌써 한 건 했나 보네. 몸집이 커져서 몰라봤어. 이제 남자가 다 됐구나.”


    흰 귀도 그동안 거리에서 소매치기 기술을 익혔던 거예요. 둘은 눈빛만 봐도 서로 속내를 읽을 수 있었어요. 남자의 주머니는 검은 입이, 여자의 주머니는 흰 귀가 털었죠. 하지만 둘은 쉬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목돈을 만질 수가 없었어요. 경찰이 거리에 나타나면 숨을 죽여야 했으니까요.

    거리를 헤매고 있는데 누군가 검은 입의 등 뒤를 두드렸어요. 뒤돌아보니 육손이였죠. 그 옆에는 육손이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서 있었어요.


    “쫙 빼입어서 몰라봤잖아. 인사해. 여긴 내 쌍둥이 동생이야.”


    동생 육손이가 악수를 청했어요.


    “형한테 얘기 많이 들었어.”


    이목구비는 물론이고 이마가 넓은 것이며, 하관이 가파른 것까지 형을 그대로 닮은 얼굴이었어요. 입은 옷만 같았다면 누가 누구인지 구분을 할 수 없을 것 같았죠. 쌍둥이 형제는 눈을 깜박이는 버릇까지 똑같았어요.
    흰 귀가 검은 입 옆에 바투 붙어 섰어요. 그리고 웃으면서 말했죠.


    “검은 입이 많이 기다렸어요. 아주 솜씨가 좋다고 들었어요.”


    이렇게 해서 일행이 네 명이 됐죠. 육손이 형제는 손가락 숫자만큼이나 실적이 좋았어요. 둘은 생김새가 똑같아서 행인의 혼을 뺏다시피 했죠. 둘은 같은 양복을 입고 머리 모양도 똑같이 했죠. 둘의 스물네 개의 손가락은 보이지 않을 만큼 빨라서 한 명이 행인의 안창을 따고 다른 한 명이 팔찌를 따도 몰랐어요. 눈치가 빨라서 바로 주머니부터 두드리는 사람도 더러 있기는 했지만, 작업을 마치고 나면 다른 방향으로 줄행랑을 치는 둘을 번갈아가며 쳐다볼 수밖에 없었어요. 저놈 잡아라, 라는 말을 하려고 해도 둘 중 어느 놈을 손가락으로 가리켜야 할지 막막했던 것이죠.

    4년이 흘렀으나 일행은 여관방을 벗어나지 못했어요. 수입만 보자면 그까짓 여관은 사고도 남을 돈이었죠. 하지만 여기저기 뜯기고 나면 남는 게 많지 않았어요. 조직폭력배 두목인 빠른 손에게 바치는 상납금이 수입의 절반이 넘었죠. 장물아비에게도 매달 뇌물을 바쳐야 했어요. 시세의 6할밖에 안 쳐주는 장물아비였지만 보석과 금붙이를 처리하려면 어쩔 수 없었죠. 게다가 경찰들에게도 세금을 바쳐야 했어요.
    검은 입은 여기저기 세금을 내고 남은 돈을 4등분해서 일행에게 나눠줬어요. 일행 모두 돈이 생기면 쓰기 바빠서 여관비도 검은 입이 내줘야 하는 형편이었죠. 육손이 형제는 돈만 생겼다 하면 술집으로 향했어요. 걸음걸이가 꼬일 때까지 술을 마셨죠.
    흰 귀는 돈만 생기면 도박장으로 향했어요. 흰 귀는 자기 돈은 물론이고 다른 일행의 돈까지 훔쳐서 도박을 했어요.

    하루는 상납금을 바치고 와서 검은 입이 일행을 불러 모았어요. 검은 입이 수화를 시작했어요. 흰 귀가 말로 옮겼죠.


    “보름 전 형 육손이가 사고 친 게 일이 커졌다. 면도날에 낯바닥이 긁힌 게 하필이면 공장 사장이라는데 경찰들하고 선이 닿은 모양이다. 경찰들이 범인을 잡는다고 혈안이 돼 있다. 한동안 일을 쉬어야 할 것 같다.”


    동생 육손이가 핏대를 세웠어요.


    “형 육손이가 긋지 않았으면 외려 우리가 당할 판이었어. 한동안 일을 안 하면 우린 뭘 먹고살지. 손가락만 빨 수도 없고.”


    검은 입은 일어서면서 동생 육손이의 어깨를 툭툭, 쳤어요.
    침대에 눕자 검은 입은 상납금을 바칠 때마다 빠른 손이 했던 말이 떠올랐어요.


    “길을 내기는 어렵지만 닦은 길을 가기는 쉽지.”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검은 입은 빠른 손의 싸늘한 웃음이 그 어떤 흉기보다도 무섭게 느껴졌죠. 그 말에는 그가 살아온 이력이 모두 담겨 있는 것 같았죠. 빠른 손은 그 도시에서 가장 큰 술집을 운영하고 있었고, 도시의 많은 술집에 술과 마약과 여자를 공급하고 있었어요. 그랬겠지. 이렇게 저렇게 굴러먹다가 조직폭력배의 두목이 됐겠지. 한 번 길을 내본 경험이 있기에 두 번째 길을 낼 때부터는 그다지 어려울 것도 없었겠지.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검은 입은 빠른 손의 양손에 들려 있던 가방이 눈에 선했어요. 마지막 주 토요일 새벽 5시가 되면 빠른 손은 술집에서 벌어들인 수입을 챙겨서 집으로 향했죠.


    육손이 형제는 걸인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향했어요. 둘은 거리에 누워 있는 걸인들 중 그나마 몸이 성한 사내 넷을 골랐죠. 육손이 형제는 사내들을 모은 뒤 돈다발을 보여줬어요. 며칠째 밥 한 그릇도 못 얻어먹었는지 사내들은 돈다발을 보더니 군침을 흘렸어요.


    “시키는 대로만 하면 여기 있는 돈은 당신들 거야.”


    동생 육손이의 말에 사내들이 일시에 고개를 끄덕였어요.
    육손이 형제는 사내들을 이끌고 식당으로 갔죠. 사내들은 식당에서 실컷 고기를 뜯고 술을 마셨어요. 사내들이 취기에 오른 걸 확인하자 육손이 형제는 식당을 나와서 사내들을 데리고 빠른 손의 술집으로 향했어요.
    흰 귀는 이른 저녁부터 빠른 손의 업소에 가서 동정을 살폈어요. 그러는 동안 검은 입은 빠른 손의 것과 똑같이 생긴 검은 가죽가방 두 개를 트럭에 실었죠. 트럭은 이틀 동안 쓰기로 한 용달차였어요. 용달차 기사가 시동을 걸자 검은 입은 속으로 되뇌었어요. 이 도시를 떠날 때는 신문지가 아니라 돈다발이 가득 든 가방을 들고 있겠지.
    검은 입은 빠른 손의 업소에서 제법 떨어진 자리에 차를 세웠어요. 시계를 보니 새벽 네 시였어요. 한 시간 후면 빠른 손이 움직일 시간이었죠. 검은 입은 육손이 형제를 만났어요. 육손이 형제 옆에는 걸인들이 서 있었어요. 얼굴이 불그죽죽한 게 언뜻 봐도 이미 취할 대로 취한 상태였죠. 검은 입은 빠른 손의 술집 입구에 시선을 고정하고 숨을 깊게 들이마셨어요. 4년간 제집처럼 들쑤시고 다닌 골목인데도 거리의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어요. 멀리서 흰 귀가 뛰어나오는 게 보였어요.


    “똘마니들이 빠른 손의 방으로 들어갔어. 이제 곧 물건이 나올 거야.”


    정확히 시침이 다섯 시에 멈췄을 때 빠른 손이 네 명의 부하의 비호를 받으면서 모습을 드러냈죠. 빠른 손이 사위를 살피면서 걸어 나왔어요. 그의 몇 걸음 뒤에 서 있던 흰 귀가 빠르게 뛰어갔어요. 흰 귀는 빠른 손 앞에 멈춰 서서 인사를 했죠. 빠른 손이 걸음을 멈추고 흰 귀를 위아래로 훑어보았어요.


    “새벽부터 가게에는 웬일이냐?”


    흰 귀가 시계를 보고서 말했어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요. 마작을 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어요.”


    빠른 손의 술집 밀실에서는 마작과 섰다판이 열렸거든요. 흰 귀가 빠른 손에게 인사를 하는 동안 부하들은 돈 가방을 들고 빠른 손의 자동차가 주차돼 있는 곳으로 움직였어요. 그때 걸인들이 비틀거리며 부하들이 있는 곳으로 갔죠. 걸인들은 곧장 걸어가서는 부하들과 몸을 부딪쳤어요. 부하 중 두 놈이 나자빠졌어요. 넘어진 부하들이 일어나더니 바지를 털면서 걸인들에게 욕설을 퍼부어댔어요.


    “여기가 어디라고 진상을 치고 있어. 어둑새벽부터 거지같은 새끼들이 달려들어서는.”


    걸인들이 팔을 걷고 대거리를 했어요.

    “거지같은 새끼가 아니고 거지야. 거지들을 봤으면 적선을 하든지.”


    일시에 부하들이 불끈 쥔 주먹을 들어 올렸어요. 걸인들이 계속해서 나불거렸죠.


    “어디 한번 맘껏 때려 보라고.”


    부하들이 잠시 주춤하는 사이 걸인들이 부하들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어요. 그 틈을 이용해서 한 걸인이 빠른 손의 자동차가 서 있는 곳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어요. 걸인은 자동차 문을 연신 발로 걷어찼죠. 사건이 커지자 빠른 손의 눈에 불이 켜졌죠.
    멀리서 일이 진행되는 것을 지켜보던 검은 입이 발걸음을 뗐어요. 검은 입은 싸움이 난 곳으로 달려가서 걸인을 발로 걷어찼어요. 걸인이 웩웩, 바닥에 구토하기 시작했어요. 검은 입은 재빠르게 다른 걸인의 명치를 발로 걷어찼죠. 그 걸인 역시 배 속의 것을 게워냈는데 토사물은 빠른 손의 가방 위로 떨어졌죠. 빠른 손의 부하들이 어떻게 일을 수습할지 몰라 난감해할 때 검은 입이 육손이 형제에게 눈짓했어요. 형제가 재빨리 뛰어와서 외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어 가방을 닦았어요. 빠른 손이 큰소리를 쳤죠.


    “뭣들하고 있어. 어서 가방부터 차에 실어.”


    육손이 형제가 가방을 들고 차가 세워진 곳으로 걸음을 뗐어요. 빠른 손이 차가 있는 곳으로 향하려고 하자 한 걸인이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어요. 빠른 손이 걸인의 얼굴에 발길질했어요. 걸인의 입에서 피가 쏟아져 나왔어요. 그러는 사이 검은 입 일행은 가방을 바꿔치기했죠. 다른 데 정신이 팔려서 빠른 손은 가방이 바뀐 것을 몰랐어요. 육손이 형제는 신문지가 든 가방을 미리 준비해 둔 차에 실었고, 바꿔치기한 돈이 든 가방은 흰 귀가 들고 사라진 것이죠. 차 뒤에서 가방의 교환이 이뤄졌기 때문에 빠른 손은 그 사실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죠. 빠른 손이 차에 탔을 때는 두 개의 가방이 가지런히 차 안에 놓여 있었죠. 빠른 손은 차에 오르자마자 가방부터 살펴봤어요. 검은 입이 다가가 허리 숙여 인사를 하자 빠른 손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어요. 빠른 손이 손을 들어 인사를 한 뒤 부하에게 어서 떠나라고 지시했죠.


    다른 도시로 튄 지 보름이 되자 일행은 빠른 손의 손아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고 안도하게 되었어요. 육손이 형제는 술을 마시러 나가고 흰 귀는 도박장에 놀러 나가고 검은 입 홀로 여관방을 지켜야 했어요. 검은 입의 잠을 깨운 것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였어요. 육손이 형제였어요. 형제는 옆에 여자 한 명씩을 데리고 서 있었어요.


    “우리는 다른 방에서 잘게. 무슨 일 있으면 불러.”


    형 육손이의 입에서 술 냄새가 진동했어요. 검은 입이 고개를 끄덕인 뒤 시계를 봤어요. 자정이 지난 시간이었죠. 검은 입은 다시 바닥에 누웠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어요. 검은 입은 멍하니 천장을 바라봤죠. 새벽까지 흰 귀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다시 육손이 형제가 방문을 두드려댔어요. 문을 열고 보니 형 육손이의 얼굴이 보였어요.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경직된 표정이었죠. 아니나 다를까 문이 활짝 열리고 몽둥이를 든 빠른 손의 부하들이 밀어닥쳤어요. 검은 입은 두 팔로 머리를 감싼 채 넘어져서 쏟아지는 발길질과 몽둥이를 맞았어요. 얼굴이 피범벅이 돼서야 놈들은 몰매를 멈췄어요. 고개를 들어 보니 빠른 손이 보였어요. 빠른 손의 부하들이 검은 입의 무릎을 꿇렸어요. 검은 입 옆으로 육손이 형제를 끌고 와 앉혔어요. 빠른 손이 검은 입의 뺨을 때렸어요. 빠른 손이 담배에 불을 붙인 뒤 입을 뗐어요. 그의 입에서 담배 연기가 아련하게 피어올랐죠.


    “가방을 열고 보니까 돈이 아니고 신문지더군. 얼른 가게로 돌아와서 네놈을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을 해봤지만 뾰족한 수가 없더군. 그런데 보름이 지나고 반가운 소식을 들었지. 멀지 않은 곳에 내 물건이 있다는 말을. 내가 그 소식을 누구한테 들었는지 알아? 네 계집이 놀았던 도박장 주인한테 들었어. 낯선 계집이 와서 판돈을 질러대니까 도박장 주인이 유심히 봤겠지. 그런데 어디선가 본 계집인 거야. 기억을 더듬어 보니 함께 마작을 했던 계집인 거야. 마작을 했던 곳은 바로 내 가게의 밀실이었고. ‘여기까지 어쩐 일이냐?’고 물었더니, 네 계집이 선뜻 대답을 못 했다는군. 내가 도둑질 당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알고 있던 터라 도박장 주인은 수상한 낌새를 느낀 거지. 그래서 내게 부하를 보냈고. 그 도박장 주인은 예전에 내 부하였어.”


    빠른 손이 가방 안에 담긴 돈다발 하나를 꺼내서 검은 입 눈앞에 갖다 댔어요.


    “이게 뭔지 알아. 돈이야. 그런데 그냥 돈이 아니고 바로 빠른 손의 돈이야. 도박장 주인이 네 계집을 붙잡아 두기 위해서 어떻게 했는지 알아? 내가 여기까지 오는 시간을 벌어 주기 위해 계속 돈을 잃어 줬다는 거야. 그런데 멍청한 네 계집은 연방 히죽거렸다는군. 어쨌든 덕분에 재밌는 경험을 했어. 벙어리라 말이 없으니 그 속을 알 수가 있나? 그건 그렇고 죄를 지었으면 죗값은 치러야지.”


    빠른 손이 부하들에게 수신호를 보냈어요. 빠른 손의 부하들이 육손이 형제에게 달려들어서 입에 재갈을 물리더니 양팔을 붙잡았어요. 빠른 손이 육손이 형제를 보고서 말했죠.


    “왜 조물주가 사람의 손가락을 다섯 개만 만든 줄 알아? 열 이상은 숫자를 세지 말라고 그런 거야. 그러니 손가락 하나씩을 거두도록 하지.”


    한 놈이 형 육손이의 손에 전지가위를 댔어요. 이어서 동생 육손이의 손가락도 잘리었어요. 네 개의 손가락이 방바닥 위에서 펄떡였어요. 가문 날 갈라진 땅바닥에서 펄떡이는 물고기들처럼 이리저리 뒤척이는 손가락들을 보고 있으려니 검은 입은 저도 모르게 고개가 돌아갔어요. 손가락이 잘린 뒤 육손이 형제는 실신해서 그 자리에 쓰러졌죠.
    빠른 손의 부하들은 피 묻은 발자국을 남기면서 검은 입에게로 왔어요. 피가 뚝뚝 듣는 전지가위가 자신의 오른손 검지에 닿자 검은 입은 어금니를 악물었어요. 눈앞이 하얗게 변했죠. 정신을 차렸을 때 빠른 손 일행이 방을 나가는 소리가 들렸어요. 불에 덴 것 같은 통증이 손끝에 밀려왔어요. 그리고 그 통증은 독버섯처럼 온몸에 퍼져 나갔죠. 

 

 

    4. 

 

    네피림 노인은 손바닥 위에 빵가루를 올려놓고 휘파람을 불고 있었어요. 이윽고 작은 새 한 마리가 네피림 노인의 손바닥에 앉았어요. 부리가 붉고 꽁지가 하얀 새였죠. 너무 작아서 손바닥에 심장박동이 전해질 것처럼 보였어요. 새는 휘리리릭, 노래를 부르듯 울어댔어요. 다시 한 번 네피림 노인의 휘파람 소리가 들렸어요. 네피림 노인은 새와 대화라도 나누는 것 같았어요. 새가 모이를 쪼는 동안 네피림 노인은 검지로 새의 머리를 어루만졌어요. 모이가 떨어지자 새는 날개를 펼치고 날아갔죠.
    그제야 네피림 노인이 힐끗 검은 입을 돌아봤어요. 정면으로 보니 네피림 노인은 올려다볼 정도로 키가 컸어요. 머리가 하얗게 세어서 우묵한 눈자위가 더욱 어두워 보였어요. 네피림은 거인처럼 장신인 데다가 못 만드는 게 없어서 붙여진 노인의 별호였어요.


    “산다는 게 대단한 것 같아도 숨 한 번에 달렸다. 들이쉰 숨을 내쉬지 않고 거두고 가면 이 세상에서 저 세상으로 건너가는 거다. 숨 한 번 내쉴 힘만 있다면 아직 살아갈 힘은 남아 있는 거다.”


    감옥에 오자마자 검은 입은 열병을 앓았는데, 네피림 노인이 끓여 준 죽을 먹고 나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어요. 네피림 노인이 손바닥에 붙은 빵가루를 털면서 말했어요.


    “너를 부른 건 조수가 필요해서다. 조수라고는 하지만 특별히 할일은 없다. 말동무나 해주면 된다. 10년이 찍혔다고 하던데 10년이면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물론 무기수 처지에서 보면 방귀 뀌는 시간에 지나지 않겠지만……. 너도 짐작하고 있겠지만, 이곳의 시간은 바깥과는 달리 매우 더디 간다. 그러니까 함께 시간이나 죽이자는 거다.”


    검은 입은 두 손으로 입을 막았어요. 자신은 말을 못 한다는 의미였죠.


    “네가 벙어리인 줄 안다. 내가 널 조수로 쓰려고 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왜 입은 하나인데 귀는 두 개인지 아느냐? 자기 말을 하지 말고 남의 말을 들으라는 뜻이다. 떠드는 건 내가 할 테니 듣는 건 네가 해라.”


    네피림 노인이 작업장 한 곳에 놓인 성경을 찢어서 담배를 두 대 말더니 한 대를 검은 입에게 권했어요. 검은 입은 담배를 받았어요. 네피림 노인이 성냥에 불을 지폈죠. 자신의 담배에 불을 붙인 뒤 검은 입에게 성냥불을 내밀었어요. 네피림 노인은 담배를 한 모금 빨고 연기를 내뿜으면서 말했어요.
    검은 입은 오랜만에 담배를 피워서 어질머리가 일었어요. 검은 입은 담배를 피우면서 조금씩 타들어가고 있는 종이에는 무슨 경구가 쓰여 있을까 생각했죠.


    그렇게 검은 입은 네피림 노인의 조수가 됐어요. 다른 죄수들이 검은 입을 부러워했는데, 며칠 생활을 해보니 검은 입은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죄수들은 매일같이 노동해야 했는데 그 노동이라는 게 대개 관급 공사의 노역이었어요. 죄수들은 해가 뜨면 삽과 곡괭이를 들고서 감옥 밖으로 나가서는 해가 지면 소금에 전 야채처럼 땀에 푹 젖어서 돌아왔어요. 처음에는 검은 입도 관급 공사에 나가야 했어요. 공사에 나가 보면 일이라는 게 무작정 땅을 파고 메우는 단순 노동이어서 고될 뿐만 아니라 무료하기 짝이 없었어요. 검은 입이 열병에 걸린 것도 관급 공사 노역을 다녀온 직후였어요. 검은 입이 관급 공사 노역에 나가지 않게 된 것은 네피림 노인이 감호소장을 찾아가 검은 입의 노역을 면제해 달라고 간청을 했기 때문이었죠.
    네피림 노인은 죄수 중에서 가장 자유로운 생활을 했어요. 죄수들이 곧잘 감호소장보다 네피림 노인이 돈을 더 많이 벌 것이라고 지껄일 정도였어요. 네피림 노인은 다른 죄수들과 달리 밖에서 일감을 얻어왔을 뿐만 아니라 비싼 일만 맡아서 했어요. 감호소장은 네피림 노인 수입의 3할을 챙기는 대신 네피림 노인이 감호소 밖으로 나가는 걸 눈감아 줬어요. 간수들도 네피림 노인에게는 상관을 대하듯 깍듯했어요. 죄수들을 상대로 담배와 술을 파는 간수들에게 네피림 노인만큼 좋은 고객도 없었기 때문이죠.
    관급 공사에 나가지 않게 되면서부터 검은 입은 아침을 먹고 나면 네피림 노인과 함께 작업장으로 갔어요. 작업장에 일이 있는 건 한 달 중 보름에 불과했죠. 일이 없을 때면 온종일 해바라기를 하거나 지평선 끝까지 펼쳐진 황야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게 일과의 전부였어요.
    네피림 노인에게 들어오는 일 대부분은 농기구 제작이었어요. 한 달 중 1주일은 숨 돌릴 틈 없이 삽과 낫을 만들었어요. 그때가 되면 검은 입도 공구를 날라다 주고 화톳불에 풀무질하느라 여념이 없었죠.
    농기구를 제작하면 네피림 노인은 그걸 들고서 감호소 인근 마을로 갔어요. 감호소를 벗어날 때는 간수 한 명이 따라붙었어요. 간수는 감호소를 나가기 전에 네피림 노인과 검은 입의 수갑이 잘 채워져 있는지 확인했어요. 그러나 감호소 문을 빠져나가자마자 둘의 수갑을 풀어 줬어요. 둘은 평상복으로 갈아입었어요.
    농기구를 다 팔면 일행은 다시 감호소로 돌아왔어요. 감호소 앞에 당도하면 간수는 둘에게 다시 수갑을 채웠죠.


    하루는 할일이 없어 작업장에서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데 감호소장이 찾아와서 수선을 떨었어요.


    “금고가 작동이 안 돼서 들고 왔소.”


    감호소장이 수신호를 하자 동행한 세 명의 인부가 낑낑거리며 트럭에서 금고를 내렸어요. 네피림 노인이 바닥에 내려진 금고를 손바닥으로 툭툭, 쳤죠. 금고는 네피림 노인의 허리까지 올라오는 크기였어요.


    “도시에도 열쇠수리공이 많을 텐데 이 무거운 걸 여기까지 들고 왔습니까?”


    감호소장이 멋쩍게 웃었어요.


    “남한테 알릴 일이 아니어서…….”


    네피림 노인이 알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어요. 네피림 노인은 가방에서 만능열쇠를 꺼내더니 무릎을 꿇고 앉았어요. 만능열쇠를 금고의 열쇠 구멍에 넣고 몇 번 돌려대자 찰칵 소리가 났어요. 네피림 노인은 금고에 바짝 귀를 갖다 대고 다이얼을 천천히 돌려댔어요. 십 분 정도 지났을 무렵 됐다 싶었는지 네피림 노인은 길게 숨을 몰아쉬었어요. 금고의 손잡이를 돌리자 덜컹 소리가 나면서 문이 열렸어요. 인부들의 입에서 탄성이 터져 나왔죠. 열린 금고 안에는 돈다발이 수북이 쌓여 있었고, 그 아래 작은 손금고가 보였어요. 감호소장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더니 손금고부터 챙겼어요.


    “역시 손재주가 좋군. 금고를 잘 다루니 금고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데…….”
    “만든 적은 없지만 뭐 어렵겠습니까. 누가 들고 가지 못하게 무겁게 만들고 쉽게 따지 못하게 잠금장치를 달면 되는 거지.”
    “그렇다면 현금, 귀금속, 문서들을 따로 보관할 수 있는 금고를 주문할 수 있을까? 1박 2일 밖에 나갈 수 있게 해줄 테니.”
    “그럽시다.”


    한 달 내내 네피림 노인은 금고를 만드느라 분주했어요. 밖에 나가서 철판과 나무를 사들이는가 싶더니 온종일 망치를 두드렸어요. 각목으로 골조를 세우고, 그 위에 철판을 덧붙여 벽면과 천장과 바닥을 만들었어요. 금고 안에 각기 수납할 귀중품의 크기대로 선반을 제작했죠. 금고의 겉모양이 갖춰지자 자물쇠를 만들었어요. 자물쇠를 제작한 뒤 네피림 노인은 검은 입을 불렀어요.


    “이 자물쇠는 숫자를 맞춰야 열 수 있다. 고리는 모두 네 개다. 다이얼에 100까지 적혀 있기 때문에 총 1억 개의 숫자 조합이 가능하다. 이 자물쇠는 조합할 수 있는 숫자가 거의 무한에 가깝고 구멍이 없어서 폭약을 집어넣을 수도 없다. 그래서 가장 안전한 자물쇠로 손꼽힌다. 하지만…….”


    네피림 노인은 말을 끊고 검은 입을 뚫어져라 봤어요.


    “가장 손쉽게 열 수 있는 자물쇠라고도 할 수 있다. 고리 안쪽의 홈들이 모두 한 줄로 맞춰지면 축이 제거되기 때문이다. 이 자물쇠를 금고에 달았다고 쳐봐라. 자물쇠가 달린 옆에 구멍을 내고 거기 철사를 집어넣어서 흔들면 걸림쇠는 절로 풀리게 된다. 그러니까 다이얼은 그럴싸해 보여도 실은 장식에 불과한 거다.”


    네피림 노인은 문자 맞춤식 자물쇠의 원리를 설명하고 나서 검은 입이 보는 앞에서 그것을 금고에 달았어요. 그 과정은 문에 손잡이를 다는 것만큼이나 간단했죠.


    “어떠냐? 괜찮게 보이냐?”


    검은 입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네피림 노인이 실소를 흘렸죠.


    “괜찮긴……. 다이얼 위에 열쇠 구멍 보이지?”


    네피림 노인이 검은 입에게 만능열쇠를 던졌어요. 그리고 열어 보라고 턱짓을 했어요. 검은 입이 금고 구멍에 열쇠를 꽂아서 돌리자 찰칵, 소리가 났어요.


    “만능열쇠를 유심히 봐라. 열쇠에 물결무늬가 있지? 모든 열쇠를 열 수 있도록 홈을 파서 그렇다. 만능열쇠라는 게 별거 아니다. 구멍에 맞으면 된다. 손쉽게 만능열쇠를 만드는 방법이 있다. 가는 철사를 구부려서 물고기 모양으로 만들면 된다. 다이얼을 돌려서 문을 여는 것도 어렵지 않다. 너처럼 귀가 밝은 사람이라면 다이얼을 돌리다 보면 덜컹하는 소리가 들릴 거다. 귀가 어두워도 금고문은 열 수 있다. 다이얼이 맞는 순간 귀에 소리가 들리기 직전에 손끝에서 미미한 진동이 전해 온다. 한번 직접 다이얼을 돌려 봐라.”


    검은 입은 금고에 귀를 대고 앉아서 다이얼을 돌렸어요.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해 봤지만, 철판이 두꺼워서 그런지 다이얼 돌아가는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없었어요. 검은 입은 계속해서 다이얼을 돌렸죠.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났어요. 그사이 네피림 노인은 멀찍이 떨어져서 술을 마셨어요. 등이 땀으로 흥건해졌죠. 그만 포기해야겠다고 일어서려고 할 때였어요. 덜컹하는 소리가 났어요. 네피림 노인의 말대로 금고에서 소리가 나기 전에 손끝에서 신호 같은 게 느껴졌어요.
    네피림 노인이 금고문을 활짝 열어젖혔어요.


    “거 봐라. 쉽지? 벙어리라 귀가 밝긴 밝구나. 고작 몇 시간 만에 금고문을 연 걸 보면.”


    검은 입은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죠.


    “너는 나가면 뭘 할 생각이냐?”


    잠시 침묵이 흘렀어요.


    “배운 게 도둑질인데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어.”


    네피림 노인의 말은 검은 입에게 하는 것 같기도 했고 지난날의 자신에게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금고 따는 건 처음 해봤겠구나. 금고도 안에 귀중품이 있다는 게 다를 뿐 철문에 지나지 않다.”


    네피림 노인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면서 봉초 담배를 말았어요. 두 개비를 말더니 한 개비를 검은 입에게 건네줬어요.


    “그런데 말이다. 문을 열지 않고 금고 안의 귀중품을 꺼내는 방법도 있다. 그 방법이 뭔지 아냐?”


    검은 입이 멀뚱멀뚱 쳐다보자 네피림 노인이 소리가 나게 손뼉을 쳤어요. 검은 입이 소스라치게 놀라자 네피림 노인이 시커먼 입속이 보이게 낄낄 웃어댔죠.


    “벌써 금고 안의 돈이 나왔지 않느냐?”


    네피림 노인이 허공에 담배 연기를 내뿜었어요.


    “문이라는 게 다 마찬가지다. 천국이나 지옥문이라면 모를까 이 세상의 모든 문은 다 열리게 돼 있다. 금고 문이든, 감옥 문이든.”


   네피림 노인이 검은 입을 뚫어지게 쳐다봤어요. 수면은 물론 물밑에 노니는 물고기들의 움직임까지도 꿰뚫어보는 시선이었죠.

    며칠 후 네피림 노인은 소장을 찾아가 도시에 소재한 성당에 다녀오겠다고 했어요. 감호소장이 1박 2일 동안 밖에 나가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지키라는 것이었죠. 네피림 노인의 손에는 돈다발이 들려 있었죠. 그날도 둘에게 각각 한 명의 간수가 따라붙었어요. 감호소 문밖에 나서자마자 간수들은 둘의 수갑을 풀어 줬죠.
    신부는 구면인 네피림 노인을 반갑게 맞아 주었어요. 네피림 노인은 신부에게 고해성사(告解聖事)를 한 뒤 일행에게로 왔어요.


    “모처럼만에 도시까지 나왔으니 오늘은 밖에서 잡시다. 간수님들은 술로 목을 좀 축이고 여자의 살 냄새를 맡아 봐야 하지 않겠어요?”


    네피림 노인의 말에 대번 간수들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어요. 술집을 세 곳이나 전전하면서 간수들은 술을 마셔댔죠. 술집을 나서는 간수들 옆에는 아가씨가 하나씩 붙어 있었죠. 여자들은 비틀거리는 간수들을 이끌고 여관으로 들어갔어요. 네피림 노인이 인사불성으로 취한 간수들에게 말했어요.


    “편히 쉬십시오.”


    간수들이 여관방으로 들어가는 걸 확인한 뒤 네피림 노인이 들릴 듯 말 듯 말했어요.


    “따로 방을 잡았다. 너도 가서 쉬어라.”


    검은 입은 침대에 누워서 천장을 올려다봤어요. 시간이 참으로 더디게 흐르는 것 같았죠. 한 시간이나 지났을까요?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요. 문을 열어 보니 네피림 노인이었어요.


    “간수들은 곯아떨어졌다. 얼른 떠나라.”


    네피림 노인이 가방을 건네더니 곧바로 문을 닫았어요. 검은 입은 네피림 노인이 건넨 가방을 열어 봤어요. 양복과 셔츠, 구두가 들어 있었죠. 감호소를 나오면서 평상복으로 갈아입었다고는 하나 남루하기 이를 데 없는 행색이었어요. 새 옷을 갈아입고 나니 누가 봐도 죄수로 보이지 않을 듯싶었죠. 가방에는 돈다발과 만능열쇠도 들어 있었어요.
    검은 입은 소리를 남기지 않는 도둑고양이처럼 재빠르게 여관을 빠져나왔죠

 

    5. 

 

    검은 입은 도심을 배회하다가 신용금고가 있는 건물을 발견했어요. 검은 입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건물을 유심히 살펴봤어요. 저녁 무렵 검은 입은 화장실로 숨어들었어요. 발소리를 죽이기 위해 신발 위에 양말을 껴 신은 뒤 천장을 뜯고 올라갔죠. 천장의 통로는 좁았어요. 검은 입은 낮은 포복으로 기어서 신용금고가 놓인 방까지 갔죠. 거기서 숨소리를 죽인 채 밤이 깊어지길 기다렸어요.
    쥐새끼들만 찍찍거리는 밤이 되자 검은 입은 천장을 뜯어서 방으로 내려왔어요. 방에는 몇 개의 책상과 의자가 놓여 있었죠. 방의 가장 깊숙한 자리에 놓인 두 개의 금고는 어른의 몸집만큼이나 컸어요. 검은 입은 금고 앞에 수건을 깔고 그 위에 가방에서 미리 준비해 간 연장들을 꺼내서 늘어놓았어요. 만능열쇠를 금고의 열쇠 구멍에 집어넣어 돌렸어요. 다이얼 옆에 핸드드릴을 갖다 댔죠. 톱니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났어요. 예전에 들어 본 바 없는 경쾌한 금속성 소리였죠. 구멍 안으로 철사를 집어넣었어요. 철사를 아래위로 흔들었어요. 철사 끝이 걸림쇠에 걸리는 게 손끝에 느껴졌죠. 금고 안에는 지폐와 금붙이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어요.
    두 번째 금고는 다이얼을 돌려서 따보기로 했어요. 청진기 판을 금고에 대고 온 신경을 귀에 집중해 봤지만 철판이 두꺼워서 다이얼 돌아가는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없었어요. 검은 입은 계속해서 다이얼을 돌렸어요. 불현듯 덜컹하는 소리가 났어요. 숨이 멎을 것 같은 순간이었죠. 한쪽 귀에서는 걸림쇠가 풀리는 소리가, 한쪽 귀에서는 심박동 소리가 들렸어요. 두 번째 금고에도 돈다발이 가득했어요. 양손에 가방을 들고 검은 입은 유유히 건물을 빠져나왔어요.

    목돈을 손에 넣자 검은 입은 흰 귀의 행방을 찾는 데 열중했어요. 수소문 끝에 흰 귀가 나병환자들의 집촌(集村)에서 머물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죠. 검은 입에게 흰 귀의 근황을 알려준 것은 검은 천으로 얼굴을 가리고 손가락 끝이 몽당연필처럼 뭉뚝해진 나병환자 사내였어요.
    유곽을 찾았을 때 흰 귀는 몰라보게 수척해진 얼굴로 밖을 내다보고 있었어요. 검은 입은 유곽 입구의 주렴을 걷고 안으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흰 귀 앞에 돈이 든 가방을 집어던졌죠. 그리고 그걸 챙기라고 손짓했어요. 그때 유곽을 관리하는 기둥서방들이 몰려오는지 바깥이 어수선했어요. 공기가 수상하다는 것을 눈치 채고 검은 입이 일어섰어요. 밖에는 여섯 명의 사내가 진을 치고 있었어요. 사내들은 나병환자들이 아니었어요. 아마도 돈을 벌려고 타지에서 모여든 뜨내기 건달들로 보였어요. 검은 입이 밖으로 나가자 사내들이 에워싸며 경계를 좁혀 왔어요. 우두머리로 보이는, 독사처럼 눈이 찢어진 사내가 이죽거렸어요.


    “귀머거리 년이 애타게 찾던 게 너로구나.”


    검은 입이 흰 귀에게 가방을 앞에 던지라고 눈짓으로 신호했어요. 흰 귀가 가방을 놈들의 발 앞에 던졌죠. 검은 입의 의중을 안 흰 귀가 입을 뗐죠.


    “우리를 보내줘라. 여기 가방에는 돈이 들어 있다. 여자의 몸값으로 충분할 것이다.”


    놈들의 진용이 흐트러지는가 싶더니 검은 입과 흰 귀 앞에 길이 열렸어요.


    검은 입의 다음 목표는 보석상이었어요. 자신감이 생긴 검은 입은 보석상을 털 때는 흰 귀를 데리고 갔어요. 보석들을 가득 채운 가방은 들기 어려울 만큼 묵직했어요. 검은 입은 가방을 짊어진 뒤 조심스럽게 발을 뗐어요. 흰 귀가 현금이 든 작은 가방을 들고서 그 뒤를 따랐죠. 둘은 어둠의 통로를 한 발씩 디뎌 나갔어요. 보석상 골목을 빠져나올 때 흰 귀가 물었어요. 금고문을 딸 때 무슨 소리가 나? 감옥 문이 열리는 소리. 문을 열기 전에는 심박동 소리에 귀가 먹을 것 같지. 그러다가 문이 열릴 때가 되면 심박동 소리마저 멎어. 그리고 철컥. 흰 귀가 손을 뻗어서 검은 입의 심장을 만졌어요.둘은 마주 보면서 웃었어요.
   둘은 이틀 간격으로 소도시를 옮겨 다니며 보석상을 털고, 신용금고를 털었어요.
    제법 많은 돈을 모은 검은 입과 흰 귀는 1년에 두어 번밖에 작업을 하지 않았어요. 그들은 주요 도시의 신용조합 금고만 노렸어요. 둘의 악명이 높아질수록 금고를 터는 게 어려워졌죠. 신용조합마다 경비인력을 썼고, 범인을 잡으려는 별도의 수사팀도 꾸려진 지 오래였어요. 어렵게 금고를 열었는데 지폐 두어 다발밖에 놓여 있지 않을 때도 있었고, 삼엄한 경비 때문에 3층 건물에서 밧줄을 타고 내려오다가 넘어져서 다리가 골절된 적도 있었어요.


    검은 입과 흰 귀가 자신들의 범행을 다룬 기사를 읽게 되었어요. 신문을 덮으려는데 기사가 눈에 들어왔어요. 세계박람회가 열린다는 내용을 담은 기사였어요.
    둘은 도심 한가운데 있는 여관에 여장을 풀었어요. 검은 입은 세계박람회가 열린다는 장소를 살펴봤어요. 멀지 않은 곳에 은행이 있었어요. 검은 입은 몇 차례나 은행과 은행 전후좌우의 상점을 살펴봤어요. 그리고 한 달 동안 둘은 내처 쉬었어요. 세계박람회가 열리기 전날 빨갛고 파란 축포가 도시의 밤하늘을 수놓았죠. 그 시각 검은 입과 흰 귀는 은행에 바투 붙어 있는 양복점 안에 서 있었어요. 축포가 터질 때 검은 입은 들고 온 해머로 벽을 내리쳤어요. 꽃처럼 밤하늘에 피어난 축포에 거리로 쏟아져 나온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어요. 축포소리와 사람들의 환호성에 묻혀 검은 입이 해머로 벽을 깨는 소리는 들리지 않았죠. 어느 정도 벽이 깨지자 금고의 뒤판이 모습을 드러냈어요. 금고의 높이는 검은 입의 신장만 했어요. 검은 입은 계속해서 해머를 휘둘렀어요. 금고의 뒤판이 우그러지는가 싶더니 구멍이 생겼어요. 해머가 부딪칠수록 구멍은 커졌어요. 구멍이 머리만 해지자 검은 입은 바닥에 해머를 내던졌죠. 팔을 구멍 속으로 집어넣었어요. 그런데 문득 불길한 예감이 엄습해 왔어요. 금고는 속이 텅 비어 있었어요. 서둘러서 도망을 가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발길이 떨어지지 않았어요. 그리고 네피림 노인이 감호소를 탈출하기 전날 해준 말이 떠올랐어요.


    “부잣집을 털고 나오는데 벽에 걸린 초상화를 보게 됐다. 초상화의 주인공이 어딘지 모르게 낯이 익더구나. 그림 속의 사내는 오래전에 감옥에서 만난 사람이었다. 그는 아내를 살해해 무기징역을 받았다. 기결수 방으로 이송될 시간만 기다리던 그가 나를 보더니 대뜸 내기 장기를 두자고 하더구나. 자신이 이기면 자신 대신 내가 감옥을 살고, 자신이 지면 평생 써도 남을 돈을 내게 주겠다는 거였다. 만약 게임에서 지면 평생 감옥에서 썩어야 하는데도 나는 내기를 거절하지 못했다. 감방에서 장기를 두며 시간을 죽였던 터라 이길 자신이 있었던 거지. 그런데 막상 장기를 시작하고 보니 그는 내 상대가 아니었다. 스무 수도 안 돼서 그가 장군을 외쳤다. 그가 돈다발은 물론이고 자신이 차고 있던 시계와 반지를 풀어 주더구나. 오래지 않아서 간수들이 기결수 방으로 이송될 죄수들을 불러 모았다. 간수가 그를 호명했을 때 내가 일어나고, 내 이름을 불렀을 때 그가 일어났지. 그것으로 서로 운명이 바뀌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기분이 좋았다는 거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아닌 다른 사람이길 원하지 않느냐? 내 몸의 주인이 그가 된 것만 같았다. 돈을 들고 있어서 징역 생활은 별 어려움이 없었다. 그 대신 살게 된 감옥에서 나는 금고 터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5년이 지날 무렵 감옥의 담을 넘었다. 원래 내 형기만큼만 산 셈이지. 모든 게 잘 풀리는 것만 같았다. 수중에서 돈이 떠날 날이 없었으니까.
    집에는 그의 초상화 말고는 다른 초상화는 없더구나. 아내를 죽인 뒤 그는 혼자 외롭게 사는 눈치였다. 나는 그의 초상화를 한참 동안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러자 화가 치밀더구나. 그 분노는 내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나이가 제법 들어서 만난 여자가 있었다. 건달들한테 칼에 맞은 나를 여자가 구해 줬지. 여자가 아니었으면 나는 죽었을 거다. 2년 반 동안 그 여자와 살았다. 그러다 여자가 내 아이를 뱄지. 여자는 자기와 똑같이 생긴 눈망울이 말간 여자애를 낳았다. 그날 밤 나는 아이에게 젖을 물리는 여자를 두고 몰래 집을 도망쳐 나왔다.
    돌이켜보면 죽어서야 관 뚜껑이라도 볼까 살아서는 지붕도 없이 이슬의 잠을 자다가 가는 인생인데……. 그날 이후 나는 곧잘 길을 걷다가 뒤를 돌아보게 됐다. 그럴 때마다 눈앞에 아득히 먼 강이 펼쳐지더구나.”


    흰 귀가 어서 도망을 가자고 외치는데도 검은 입은 넋이 빠진 표정을 지은 채 그 자리에 서 있었어요. 경비들이 뛰어오는 소리가 들렸어요. 아무리 손목을 잡아끌어도 검은 입이 못 박힌 듯 움직이지 않자 흰 귀가 먼저 자리를 피했어요. 흰 귀가 밖으로 나왔을 때 바깥에는 인파가 물결을 이루고 있었죠.

 

 

    6. 

 

    검은 입이 면회실에 당도했을 때 흰 귀는 철창 앞에 서 있었어요. 흰 귀가 입을 떼려고 하자 검은 입은 검지를 입에 갖다 댔어요.
    쉬이! 검은 입은 두 손을 자신의 가슴으로 가져가서는 손등이 보이도록 두 손을 엇갈리게 했어요. 두 손은 나비의 날개가 됐죠. 검은 입은 두 손을 흔들었어요. 검은 입이 서 있는 자리 위로 검고 긴 나비의 그림자가 어렸어요. 잘린 검지 때문에 검은 입이 만든 나비는 날개가 찢기고 해진 것만 같았어요.
    검은 입이 입을 벙긋거렸어요. 물론 당최 알아들을 수 없는 벙어리의 말이었죠. 자음 없이 모음만으로 이뤄진 검은 입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건 애오라지 흰 귀뿐이었어요. 사과를 베어 물었던 기억이 있어서, 과즙이 입안에 고이던 다디단 기억이 있어서.
    흰 귀가 면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하늘에서는 한 줄기 햇살이 내렸어요. 햇살은 무한히 펼쳐진 하늘을 뚫고 단번에 대지에 꽂혔어요. 멀리 햇살이 우뚝 솟은 성당의 종탑에 머물고 있는 게 보였어요. 햇살을 받아서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성당 주변에는 신상을 감싸는 신비로운 서기처럼 원형의 무지개가 종소리처럼 은은하게 퍼지고 있었어요.

 

 

 

 

 

 

 

 

 

 

유응오
작가소개 / 유응오

2001년 《불교신문》, 2007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당선. 장편소설 『하루코의 봄』 등 출간.

 

   《문장웹진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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