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도 벌리지 않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외 1편

[창작시]

 

 

입도 벌리지 않고 말을 하는 것입니다

 

 

김기형

 

 

 

 


   우리는 다르게 앉아 있으므로
   꺾이는 무릎이 다르므로
   아침이 다르다고 하네요
   아침 이후 가지가 뻗어 나가는 것을
   자기 팔과 같다고
   바람이 붙잡는 것을 해방시킬 줄 안다고
   빨간 눈으로 말합니다 나는 곧잘 울지만요
   나처럼 올린 온도
   같이 기대면 이렇게 평온하고요
   넘치도록 물을 계속 부어 줍니다
   갈증을 아시나요
   나는 규칙적으로 물을 마시므로
   모두의 비밀을 매일 삼켜냅니다
   알려줍니다
   내가 눕는 법을
   내가 내다보는 법을요 말하는 세계를
   쓰러지기 전까지 기울이는 법을요
   이 예지를 밝히는 밤의 불, 만지고 싶다고 해요
   ‘그것을 쥐는 손으로 나타나세요’
   꼭 붙은 힘, 내일까지 쉬지 않겠습니다
   딱딱한 등에 손이 들어가는 순간이 있겠지요
   ‘태워버린 것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가만히 네 발로 있던 테이블이
   다짜고짜 입을 가지고 나타나 물어요
   갑자기 살아서 오는 것이에요
   와서는 나가라고 하면서도
   아무 소리도 없는 자에게 내 이름을 붙여 주는 것입니다
   때때로 거울이 하는 복제처럼
   실루엣, 실루엣의 일로서

 

 

 

 

 

 

 

 

 

 

 

이렇게 (비가) 계속 오잖아요

 

 

 

 


   검은 손
   뒤를 낚아채는 복수처럼
   머리 한쪽, 뚫어버리는 힘처럼


   다시 두 발로 서지 않겠다


   젖은 엉덩이가 시간 속에 뒤집히고
   떠오른다
   누구의 말이 이렇게 새고 있나
   왜
   모여드나
   힘이 세지나 왜


   점은 점으로 번지고
   부풀고 나면
   우리가 알았던 적이 있느냐고 의아해하면서
   이 이상한 반죽은


   머릿속에서 동굴처럼 울리니까
   메아리처럼 연대하고
   묶여 다니면서
   도대체
   불도 붙지 않는 몸이 왜 이렇게 희냐고
   지워 보느냐고
   무릎은 어디며


   흰 뼈를 핥는 개가 온다


   말리는 몸
   다 같이 웅성거린다
   뒤적이면
   배를 대고 기어서
   조용히 빛처럼 살아 나가고


   물을 먹는 것
   잠기는 것
   납작한 것도 퉁퉁 불은 것도
   바람을 가득 마시고
   바스라지지 않으려고
   들어가야지!앉아야지!


   오래 끌고 다닐
   웅덩이 속으로 떨어지는 비

 

 

 

 

 

 

 

 

 

 

 

 

작가소개 / 김기형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시집 『저녁은 넓고 조용해 왜 노래를 부르지 않니』.

 

   《문장웹진 2021년 1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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