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녹취 A-21
김언희
맞소, 나
똥이오
하지만 그냥 똥은 아니오
(((((((( 똥 ))))))) 이오
무동력
괄호
생성기
존재 자체가 처치 곤란한 똥 무더기요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설설 피하는
찰지게 쓰는 거요, 시는!
씹처럼!
항문이 확 열리는 느낌이랄까 ….. 내가 나를
설사해 버릴 것
같은
인생을 들여 음미할 가치가 있는 게 그것 말고 또 있소?
내가 점점 더 교활한 생물이 되어 간다는 거
한순간도 방심할 수
없는
지금
말이오?
콧구멍으로 날아 들어가 댁의 뇌수에 알을 슬고 싶다는 생각
살인보다 더한 짓을
저지르고
싶다는
이봐요, 살인의 추억 없는 인간도 인간이라 할 수 있소? 범인도
없고 시체조차 없을지라도?
우리 같은 부류는 도덕을 가질 만한 형편이 못 된다오 *
아무렴, 죽는 날까지 댁의 눈 속에 떠 있을 거요 얼굴을 물속에 담근
익사체처럼 댁의 눈동자 안쪽을
들여다보면서
무섭소, 나도!
왜 안 무섭겠소 난, 기껏
노린재라오
제 방귀소리에도 기절하는 풀색노린재
* 브레히트
파유(破有)
목구멍으로
치미는
머리통때문에
의도와는무관하게치밀어오르는머리통
숨통을틀어막는머리통
때문에삼키려는
죽을힘과
뱉으려는죽을힘때문에
과호흡때문에
나와나를
산채로
갈라놓는사랑
때문에나를반으로반의반의반으로쪼개는
이쑤시개가되도록쪼개는사랑
때문에막젓가락질을
배운아이가
서툰젓가락질로집요하게후벼파고있는눈알설익은
그눈알때문에화분을깨고나오는
징그러운뿌리처럼내두눈을
뚫고나오는나도
모르는눈빛
때문에자다가벌떡
일어나앉아헉헉헉짖게하는이름때문에
과호흡때문에비닐봉지를
덮어쓴얼굴때문에
매순간이과
호흡인
매순간때문에
|
《문장웹진 2021년 10월호》
댓글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