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 외 1편

[신작시]

 

 

졸업

 

 

장이지

 

 

 

    너는 그것을 몰라 너를 보지 않겠다고 한 건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너에게 주려던 편지를 흐르는 강물에 버린 것을 네가 알까, 너는 모르지 그것은 흐르고 흘러 지하세계에 이르고, 지하세계의 구중궁궐의 아흔아홉 겹 그늘 속으로 가게 돼 머리가 둘, 팔이 넷인 괴이(怪異)가 그곳을 지켜서 힘이 센 괴이가 그곳을 지켜서…… 끝까지 너는 네가 모른다는 것을 모르지 내가 너를 보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나는 앞서고 너는 내 뒤를 따르고 나는 가르치고 너는 배우고 그런 평범한 날들이 있었지 너를 보지 않겠다고 한 건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야 너는 손끝에 매단 실을 놀리고 나는 인형처럼 꽃처럼 흔들린 날이 있었지 네가 떠나면 나는 무엇이 될까 너는 손가락으로 가리켰지 내가 그 이름을 알 수 없는 뉘앙스의 구름을

 

 

 

 

 

 

 

 

 

 

엽서

― 서윤후 씨에게

 

 

 

 

    방울토마토. 잘 익은 방울토마토.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
    다섯 알의 방울토마토가
    하늘로 날아오릅니다.

 

    말을 잘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서
    빨강, 주황, 노랑, 초록, 보라.
    다섯 알의 방울토마토를
    골라 보았습니다.

 

    빈 접시. 작년 겨울의 빈 접시.

 

    오늘 낮 하늘의 근육 구름, 또 근육 구름
    너머의 빛 구름.
    방울토마토 다섯 개만큼의 빛을 모은
    빛 구름으로 둥실.

 

    근육 구름 밑으로 떨어지는 눈비.
    서둘러 모자를 눌러썼습니다만.
    눈비보다 더 키가 높은 빛 구름.
    훈데르트바서 영감님 화풍으로
    묘하게 해를 뒤집어쓰고 있었습니다.

 

    백구십 센티미터의 공기,
    어떠합니까.

 

 

 

 

 

 

 

 

 

 

장이지
작가소개 / 장이지

2000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 시집으로 『해저의 교실에서 소년은 흰 달을 본다』, 『레몬옐로』 등 다수.

 

   《문장웹진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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