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설에 대한 또 다른 해석 외 1편

[신작시]

 

 

역설에 대한 또 다른 해석

 

 

이위발

 

 

 

    동네 입구 정자에 장기판을 가운데 두고 세 사람이 앉아 있다
    뒤뜰 할배와 지례 할배는 동창이고 논실 할배는 한 살 어리다
    반말 하면서 욕도 섞으면서 아웅다웅 지낸다
    말을 빼달라고 하는 뒤뜰 할배와 택도 없다는 지례 할배는 매일 반복한다
    뒤뜰 할배는 늘 이기면서 지례 할배를 깔보듯이 대하고
    지례 할배는 이기기만 하는 뒤뜰 할배를 뭉개버리고 싶지만
    이기고 지는 것도 한끝 차이 바뀌지 않는 습성 때문에
    훈수를 취미로 여기는 논실 할배가 오늘도 끼어든다
    셋이 모이면 어릴 때 별명이 자연스럽게 튀어 나온다
    빽코야~멀때야~내 말 단디 들어 보래이~사람들은 여그(가슴을 두드리며)다가
    여러 마리 개새끼(식견, 의견, 소견, 참견)를 키우는데 말이야!
    (빽코와 멀때는 머리를 장기판에 처박고 있지만 귀는 세우고 있다)
    이 개새끼들은 고정관념이 댁빠리에 박혀 있는데 고장이 나도 억수로 고장난기라!
    (똥개 한 마리가 눈은 멀뚱거리고 코는 벌름거리며 정자 옆을 지나간다)
    이 개새끼는 말이야~되먹지도 못햇꼬 디지게 편파적인기라!
    (어떤 개새낀지 들어나 보자는 듯이 둘은 동시에 촉새한테 눈을 맞춘다)
    한 놈은 선입견이고, 한 놈은 편견인기라~
    두 놈 다 지 잘난 맛에 산다고 절대로 양보할 줄 모르는기라!
    고갤 들더니 빽코가 먼저 한마디 던진다
    야가 오늘 뭘 잘못 먹었나! 와이래쌋노?
    어이가 없다는 듯 멀때도 한마디 거든다
    뭐라카노? 니 그런 말 하는 의도가 뭐꼬? 배배꼬지 말고 퍼뜩 주껴 봐라!
    촉새는 갑자기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입 꼬리를 올리고는
    빽코야~멀때야~니들이~그 개새끼들하고 같이 놀면 어떠케 되겠노?
    개같은 놈? 맞나? 맞제? 에이~이~씨부럴놈

 

 

 

 

 

 

 

 

 

 

명언銘言과 명언酩言

 

 

 

 

    결혼 50주년을 맞이한
    남편은 인류학과를 나왔고
    부인은 철학과 출신이다
    다른 사람이 있을 땐 호칭이 여보 당신이지만
    평상시엔 망구 탱구로 부른다
    둘은 날씨에 따라 술을 골라 마신다
    날씨가 변덕스럽다고 소주 한잔!
    햇살이 탐스럽다고 와인 한잔!
    할 일 없이 비만 내린다고 막걸리 한잔!
    술안주는 늘 추상적이지만 입으로만 떠벌린다
    술이 취하면 끝말잇기로 시작해서
    속담이나 명언으로 이어진다
    탱구가 먼저 침을 튀기면서 생뚱맞게 던진다
    세상엔 술 따르는 사람과 술 마시는 사람 두 종류뿐이다
    망구가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되받아 친다
    세상에 불확실한 것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것이고
    가장 확실한 것은 죽는다는 거야!
    이때 탱구가 얼굴빛이 바뀌면서
    입 꼬리를 올리고 코를 벌름거리며
    며칠 전 내가 경주 석굴암에 다녀왔잖아!
    거기 비석에 영국인들은 인도를 내줘도
    셰익스피어는 내줄 수 없다고 했는데
    우리나라도 석굴암만은 못 내준다고 쓰여 있었어!
    근데 망구야~나를 그냥도 아니고
    원 플러스원으로 끼워서 팔아버리겠다고~
    이런 씨~벨~리~아~

 

 

 

 

 

 

 

 

 

 

이위발
작가소개 / 이위발

1959년 경북 영양 출생. 고려대학교 인문정보대학원 문학예술학과 졸업. 1993년 《현대시학》으로 등단. 시집 『어느 모노드라마의 꿈』, 『바람이 머물지 않는 집』, 『지난밤에 내가 읽은 문장은 사람이었다』, 산문집 『된장 담그는 시인』, 평전 『이육사』 출간. 현재 이육사문학관 사무국장.

 

   《문장웹진 2021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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